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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잠_ Le Sixieme Sommeil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펴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번 신작인 [잠]은 '수면'을 주제로 깊이 파고든다. 인간이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수면 단계를 풀어가는 과정이 담긴 소설로서 꿈속을 모험하는 과학 소설이다. 수면 활동을 총 6단계로 나누어 이제까지 밝혀진 5단계인 역설수면을 넘어 뇌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6단계의 수면을 파헤쳐 본다. 그 과정을 뇌 영역을 꾸준히 연구하는 샤를로트 박사와 쟈크를 통해 풀어간다. 과연 수면을 통해 현실을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쟈크가 수면에 접속하여 현실과 과거의 기억을 자신의 의지대로 재 구성하는 것은 흡사 최면상태를 보는 것 같다.
불면증에 시달려본 적이 없기에(간혹 새벽이 깊도록 잠이 안 온 적은 있지만) '잠'에 대해 별 고민을 해 보지 않았다. 꿈을 꾸어도 기억에 오래 머무는 것은 얼마 되지 않기에-그것마저도 뒤죽박죽인 내용이 많지만- 잠을 자면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수면이 일상 생활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임을 간과할 수는 없다. 질 좋은 수면은 생활의 윤택을 가져다준다.
[잠]은 과학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를 향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진실의 이면을 파헤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연구라는 목적으로 많은 동물들이 임상실험에서 희생되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동물보호단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연구들은 보다 나은 인간의 삶과 생명 연장이라는 면과 희생되는 동물의 권리 침해와 생명 존중을 품고 있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본문 p120 발췌)
수면을 통제하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은 많은 과학자들이 '뇌'의 세계를 유영하게 했다.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쉽게 정복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호기심을 과학을 발전시키지만 그 과학이 과연 이롭다고만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늘 새로운 주제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일깨우는 베르베르의 작품은 빠른 전개와 더불어 주제를 통한 생각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신작 [잠]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수면'의 여러 문제점과 중요도를 내포한다. 얼마 전 수면 폭식에 관한 시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깨어 있으나 잠을 자는 상태로 본인들이 행동한 것을 깨고 나면 알지 못한다. 수면 중 폭식을 하고 외부로 돌아다녀도 본인들의 의지가 아닌 조종을 받는 듯한 모습이어서 충격이었다. 일종의 몽유병 상태인데 비렘(NREM) 수면 각성장애 중 하나이다. 수면 폭식을 앓고 있는 샤를로트 박사, 어떻게든 자신의 의지로 이 괴물을 끄집어 내려고 하고 연구를 계속하지만 피 실험자의 사망으로 인해 꿈의 부족이라 일컫는 세노이족을 찾아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1부는 파리를 중심으로 쟈크와 샤를로트의 일상을 통해 '꿈'을 파헤쳤다면 2부는 꿈에서 만나는 20년 후의 자신(48세)의 조언에 따라 말레이시아로 샤를로트를 찾아 여정에 발을 들여놓는 쟈크의 중심으로 펼쳐진다.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는 동행으로 종군기자인 샤라스의 기면증까지, 수면에 관련된 질환을 다루고 있다. 지도에도 없는 섬, 위성으로만 확인되는 섬에서 세노이족과 엄마인 샤를로트를 찾지만 그녀는 세노이족을 지키다가 결국 사망했다. 1권에서 끝나는 내용이다. 드라마처럼 적절하게 끊은 듯, 2권을 보지 않고서 베길 수 없게 만든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속의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본문 시작에 앞서)
만약 20년 전의 나에게 꿈을 통해 갈 수 있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얘기해 줄까. 그럼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을 것이다. 착오를 발판 삼아 현재를 이루어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지금을 '최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과거는 되돌아갈 수도, 바꿀 수도 없다. 그럼에도 좌절로 점철된 현실이라면 과거를 바꿈으로써 현실을 변화시키고 싶은 간절함이 강할 것이다. '상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이 된다'(본문 p153 발췌)
'수면의 양'만큼 '수면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다. 꿈과 동행하는 2권의 내용이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