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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평점 :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 임영태 지음 / 박진희 옮김 / 마음서재 펴냄
살아가는 일, 생명이 부여한 이 순간은 지극히 사소하고, 지독히 아득한 삶의 향연이다. 살아간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어찌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생각이 거듭되며 꼬리를 물고 어지럽히는 순간들은 삶이 주는 물음이다. 정답이 없고 현답을 구하며 흐르는 삶의 물음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끊임없이 살아야 하는 시간을 붙잡고, 시절의 흐름을 되돌아보는 일련의 일은 누군가에겐 행복이었고, 그리움이며, 주름에 새겨진 삶이다. 앞으로도 살아가며 새겨 넣어야 할 주름이다. 임영태 작가의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은 시급 육천오백 원을 받으며 편의점 스토어 매니저로서 육십의 삶을 살아가는 남자와 시급 오천칠백 원으로 편의점이란 공간을 유영하는 여자, 부부의 이야기다. 남자의 지극히 낮은 음성이 들리는 행간 사이에 지독한 삶의 체취가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삶이란 눈물겹다. 살아가는 일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야 하는 모든 삶은 참으로 눈물겹다. 그런 삶이 얹히고 얹혀 쌓인 시간이 지독히도 나를 흔든다.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되뇌는 순간이 주는 고요함은 '고독'한 삶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게 한다. 영원한 삶은 없다. 끝을 모르기에 삶은 지속된다.
봄날의 찬란함이 시절을 지나 흩날리는 빗줄기에 흠뻑 젖어들고, 윤기를 잃은 채 떨어지는 스산함처럼 인생은 사그라진다. 나이 듦이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고, 나의 건강을 의식하고, 남겨질 가족을 염려한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사소하지 않다. 그 삶에 공감을 하고, 남아 있는 시간의 무게만큼 설움이 드리운다. 지난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은 그리움을 갖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로 연속된다. 자신에 대한 성찰, 삶에 대한 물음이 담겼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독히 중요한 현실이다. 사소하고 아득한 삶은 타인의 삶에 국한되지 않는다.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최후의 유혹>에서 예수의 평범한 삶을 그렸듯이 인간이 갖는 성찰은 삶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평범'한 일상을 갈구해야 하는 인생에 드리워진 무게는 가볍지 않다. 누구에게나 삶은 지독히도 눈물겹다.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 그의 독백이 귓가를 흔든다. 저자가 건넨 '자기 성찰'에 대한 물음에 이 밤은 지독히도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