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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울
쉬사사 지음, 박미진 옮김 / SISO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안녕, 우울] / 쉬사사 지음 / 박미진 옮김 / SISO 펴냄
[안녕, 우울]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의해 써 내려간 글이다. 무감각하게 흐르는 시간, 그럼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삶에서 고독과 무력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때로는 어리숙하고 막연하게 살아가고 죽음의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는 삶에서 떨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차가운 눈물에 젖어드는 마음을 알아채고, 좋고 싫음에 관계없이 흐르는 삶이다. 그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몫은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을 묵묵히 지나, '우울함'을 견디는 시간을 적었다.
자신의 상태를 오롯이 이해할 수 없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감정에 사로잡혀 공허함을 느낀다. 그 순간을 인식하고 극복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함께 지켜준 소중한 사람이 있기에 쉬사사가 느끼는 '우울'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었다. 이해를 바라는 만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이유 없이 흘리는 눈물을 위로하고 때론 질타하며 보듬어준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고통의 기억을 감추고 미루기보단 그 현상을 통해 본질을 꿰뚫어 본다. 잃은 것을 통해 얻는 것이 있다. 사소한 본질을 깨닫는 것이 우울증을 극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잊는다'는 행위를 거쳐 온전히 내려놓음으로 삶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 삶에 대한 확신은 스스로의 깨달음이다.
쉬사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통해 '우울'의 한 부분을 들여다봤다. 작품을 '삶'과 연결하여 들여본 순간부터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제자리를 찾았다. 누구에게나 '우울'은 내재한다. 그 크기와 감도가 다를 뿐 마음의 공허함은 존재한다. 감당 못할 버거움에 잠시 허덕이더라도 '삶'의 조명을 어둡게 조절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한다. <양을 둘러싼 모험>을 시작으로 하루키의 작품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나에게 하루키의 작품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누군가 얘기했다. 모순적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그 사람에게 난 얘기했다. 때로 그 모호함이 삶의 '미련'을 담담하지만 끈질기게 붙잡게 한다고.
무심하게 툭 내뱉는 말이 고통이 되어 마음에 담기게 된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은 나 역시 할 수 없다는 것을'(본문 발췌) 제대로 보게 된 쉬사사는 맹목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중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도 안 되고, 내게 상처가 되는 것은 타인에게도 동일하다는 것을 들여다본다. '우울한 마음'을 '우울하지 않는 마음'으로 바꾸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