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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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지음 / 류시화 옮김 / 행복한물고기 디자인 / 무소의뿔 펴냄



기탄잘리는 삶의 찬가다. 103편에 이르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언어를 통해 세상에 보인 숭고함이다. 한 편의 시는 운율에 스며들어 인생의 희로애락을 부른다. 나에게 들려주는 노래, 상대에게 불러주는 노래가 기탄잘리이다.


'기탄잘리(Gitanjali)'는 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뜻으로 '님'은 연인이기도 하며 신을 향하기도 하고 자아를 표현하기도 한다. 인도 시인 타고르의 작품이며 영국에서 출판된 작품을 류시화 시인이 옮긴 작품으로 무소의 뿔에서 펴냈다. 103편의 시와 1912년 작성한 윌리엄 예이츠의 서문,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이 [기탄잘리] 한 권에 담겨 있다.


시 한 편의 아름다움은 마음을 풍족하게 한다. 귓가에 속삭이는 서정의 노래는 동양인에게 최초 노벨 문학상을 안겨주었다. 그의 시는 읽는 대상에게 수많은 감정을 들끓게 한다. 삶을 넘어 죽음까지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의 시를 보며 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생각났다.


나 이곳을 떠날 때, 이것이 나의 작별의 말이 되게 하소서.

내가 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기탄잘리 96>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 


삶의 찬란함을 지나 죽음에 다다랐을 때, 지난 세월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만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죽음의 먹먹함을 본연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세상의 빛남을 눈에 담아야겠다. 마음에 아로새겨야겠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 아름답게 이뤄지는 날, 나 또한 내가 본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웃으며 돌아갈 수 있으리라.

'나는 이 세상의 축제에 초대받았습니다. 그렇게 내 삶은 축복받았습니다. 내 눈은 보았고, 내 귀는 들었습니다.'(기탄잘리 16 발췌)


18세기~19세기에 인도에서 그려진 세밀화와 더불어 타고르의 시를 읽으니 감정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사랑을 향한 손짓과 그리움을 뿜어내는 아련함이 그림에도 투영되어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읊는다. 운율을 노래할 것이다. 삶의 모든 요소를 담담히 노래하고, 인생 여행을 마치는 순간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책의 중반부는 타고르의 생애가 서술되어 있다. 기탄잘리의 탄생과 뱅골 현대문학이 서구 사회에 일으킨 반향이 동양인 최초 '노벨 문학상'의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그의 음율은 시 뿐만 아니라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국가가 되었다. 간디에게 '마하트마(위대한 혼)'라는 칭호를 붙인 이도 타고르이다.

타고르의 생애와 더불어 당시의 시대와 우리나라 문인 및 젊은이들에게 기탄잘리가 미친 영향도 소개하고 있다. 타고르의 사진과 그의 시, 그림이 함께 있어 타고르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후반부는 기탄잘리 영문판이 수록되어 있다. 뱅골어로 쓰여 영문으로 번역되고 다시금 우리나라 언어로 들어본 삶의 찬가는 가히 아름답다. 유한의 인생이 무한의 세계에 접어들어 내면의 자아가 발현될 수 있는 작품은 그저 단 몇줄에 쓰인 글이 아니다. 삶의 발자취가 담겨 있고 그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마음을 연 숭고함이다.


시인의 말에서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의미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 최후의 의미가 가리키는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기탄잘리 75)

From the words of the poet men take what meanings please them; yet their last meaning points to thee.(Gitanjali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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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힘
김충만 지음 / 프리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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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힘] 김충만 지음 / 프리윌 펴냄



점점 편리해지는 생활에 오히려 짓눌린다. 여유를 밀어 넣고 싶어도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슬며시 눈을 감고 있을라치면 불안감에 핏발 선 눈을 부릅뜬다. 기상해서 잠들 때까지 손을 놓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우리는 틈으로 인한 균열을 두려워한다.

잠시 머물러 숨을 내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틈'으로 나를 끄집어 낼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빨라진 것은 마음의 속도다.'(본문 발췌) 분주한 마음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멈춤을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빠르기를 강요하는 사회는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딴 곳으로 눈을 돌릴 틈이 마음과 육체를 쉬어가게 할 것이다.  


우리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선택이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앞서가는 것보다 내가 움직이는 길을 직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만족'의 상태이다. 벌어진 틈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딴짓의 힘]을 펼쳤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세상의 시간으로부터 자신만의 시곗바늘을 주시한다.


바쁠 망(忙)과 쉴 휴(休)는 인간(人)의 마음을 표현한다. 마음을 잃는다는 것과 나무에 기대어 쉰다는 것의 간극을 볼 수 있다. 삶 위에 쓸 글자 忙, 休를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길 중심에서 잠시 벗어나 샛길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시간에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흩어지는 시간에서 한 줄기 끄집어 내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성을 비틀 수 있다. 

'멈춤은 정지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자 하는 숨 고르기이다'(본문 발췌) 갭 이어(Gap year)처럼 바쁜 사회인에게도 딴짓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내려놓고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절실하다.


3장의 '딴짓을 발견하라'에서는 눈, 손, 발을 이용한 딴짓과 인과관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딴짓을 통해 창조를 일궈낼 수 있다면 효율성 높은 '쉼'이 될 것이다. 온전한 쉼을 누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찰나의 쉼이 불안한 현대인에게 딴짓을 통해 해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 촬영, 전시회와 공연 관람, 커피 음미와 더불어 독서가 주는 여유를 즐긴다. 나 또한 독서 리뷰를 통해 일상의 딴짓을 즐기고 있다.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깨달음이 시작된다.'라는 프랑스 소설가 장 그르니에의 말처럼, 가벼운 독서 리뷰가 딴짓의 여유를 준다는 저자의 말이 다가온다. 


일상에서 행할 수 있는 딴짓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걸으며 사색하고,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고, 음악을 들으며 샤워하는 등 작은 움직임을 통해 쉼을 얻을 수 있다. 그 시간만큼은 나만의 시계를 찬다. 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초침 소리를 즐긴다. 슬며시 딴짓한다고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오롯이 그 시간만큼은 '나'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백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마음의 여백을 채우고 일상의 여백을 즐긴다.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딴짓'을 적극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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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이정하 지음, 김진희 그림 / 생각의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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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이정하 지음 / 김진희 그림 / 생각의서재 펴냄



'사랑'의 이름을 품은 위로를 이정하 시인의 신작 에세이를 통해 만난다. 어느 모습이든 '사랑'이라 이름 된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는 위로의 속삭임이다.


사랑을 받기에 앞서 사랑을 향해 손을 내밀고 전달하는 것이 사랑을 향한 첫걸음이다. 사랑을 쫓으려 안달하지 않고 품은 사랑을 조금씩 내보이면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받는 사람도 위로를 받는다. 그렇기에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의 한가운데 진심을 다하는 것은 아름답다. 오롯이 내보인 마음 한 자락에 사랑이 피어나고 때론 사그라들기도 한다. 


사랑을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가슴 시린 사랑에 눈물짓기도 하고 벅차오르는 사랑에 희열을 느끼고, 이별의 순간에 사랑을 목놓아 부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랑에 의문을 품기보다 살아가는 동안의 마음을 붙잡는다.


진솔된 말로 표현되기도 하고, 열망의 바람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또한 보내야 할 때를 가늠해야 하는 사랑도 있다.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지만 때로는 명멸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그 순간을 위해 마음을 다한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하염없이 '사랑'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에세이다. 시인의 바람처럼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고운 시와 더불어 따뜻한 일러스트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는 잔잔한 시간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어느 모습이건 모아 놓고 보니, '아, 사랑이구나'를 읊조리게 되는 편안함이다.


사랑에 아파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다 살아가는 일이다. 눈부신 삶에 눈물 한 방울을 떨구고, 외롭던 삶에 미소 한 자락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어디에 닿는가 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될 듯 싶지 않습니다. 가고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니까요'(<지금> 발췌)

사랑 자체의 모습을 주목한다. 닿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삶의 모습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한없이 기쁘기도, 다시없이 슬프기도 하다. 사랑은 스쳐 지나갈 마음을 보듬어 주는 위로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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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과 돌의 노래 3 - 불타는 서경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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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과 돌의 노래 3. 불타는 서경]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펴냄



'마침내 닿았다'(본문 발췌) 그들이 꿈꾼, 오롯이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품을 수 있는 곳에 마침내 닿았다. [징과 돌의 노래]는 총 3권으로 <1권 엇갈린 사랑> / <2권 변란 속에 핀 꽃> / <3권 불타는 서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려 인종 '묘청의 난' 전후의 시대를 담고 있으며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람과 사랑의 이야기다.

고려라는 한 나라임에도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서경과 신라의 옛 뿌리를 되살리려는 개성의 충돌이다. 서로의 이상이 달랐고 뜻이 달랐기에 벌어진 변란 속에서 지키려 했고 놓아야 했던 삶의 모습이다.


인물들의 감정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끝내 버리지 못한 미련이지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어 더 애처롭게 다가온다. 정작 버려야 할 것은 나를 둘러싼 것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버림으로써 얻어진다는 진리는 움켜잡으려 했을 때보다 더 깊게 파고든다. 저마다의 달은 지고 피었다. 가여운 이들의 눈물을 딛고 새로운 볕으로 나가는 것이 살아가야 되는 도리이다.


3권을 받아들고 한 장씩 넘기는 책장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들의 세상이 스러진 채 끝내 차오르지 않을까 두려웠다. 떠나지 않기를 바란만큼 떠나기를 종용해야 하는 '돈후', 이제 세상을 떠나야 하니 보내달라고 읊조리는 '운'의 모습은 다른 듯하면서도 지독히도 닮아 있다. 은애하는 대상인 '온요'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지켜야 할 마음이기에 돈후는 눈물과 회한으로 떠나보냈고, 청송같이 맑은 정신을 지닌 운은 제 손에 머문 피만큼은 온요에게 닿지 않기를 바라며 떠났다.


그에 온요는 사랑하는 이들의 떠남을 지켰으되 온전히 보내지 못했다. 구안정의 아비 온곡, 전장 속의 운의 임종을 지키며 그들의 마음을 훨훨 태웠다. 함께 하지 못한 돈후의 뒷모습은 뱃머리에 걸쳐 놓았다. 이별은 눈물겹다. 생을 등진 것이든, 삶을 품은 것이든 이별은 애처롭다.

이상을 향하여 손짓한 그들의 삶이 변란 속에서도 피어난다. 은애의 마음을 너의 세상, 나의 세상이라 나눌 것이 있을까. 어느 형태를 지녔든 '사랑'은 위로이다.


1권에서 온요, 돈후, 운, 나란이 구안정의 세상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갔고 2권에서는 묘청의 난이 발발하면서 위기 속에서 온요와 돈후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졌다. 불타는 서경을 중심으로 3권에서 운은 세상을 등졌고 온요는 해산을 했으며 돈후는 자신을 버렸다. 스스로 가슴을 찌른 것은 온전히 자신을 버리기 위해서였다. 저를 살라야 피어나는 꽃, 쑥부쟁이를 닮은 이들이다.


자신을 버림으로써 비로소 얻어진 것이 온요와 아들이었기에 돈후는 기껍다. 이들은 바람을 타고 자유로워졌다. 역사의 한 줄기에서 허구의 세상을 들여다봤고 그 속에서 나는 짙게 드리워진 채 흩어진 그리움을 봤다. 아비와 은애를 잃고 끝내 혼을 떠나보낸 ‘운’의 자리가 서글퍼 눈물짓는다. 고집스레 지켜나간 미련이 서로의 미소가 되어 만난 '돈후'와 '온요'의 사랑이 반갑다. 




<정석가> -작자 미상


징(,)이여 돌()이여 지금 계시옵니다 (딩아돌하 당금()에 계샹이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 계시옵니다 (딩아돌하 당금()에 계샹이다)
태평성대에 노닐고 싶습니다 (선왕성대()에 노니와 지이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imagefont)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imagefont)

구운 밤 닷 되를 심습니다 (구은 밤 닷되를 심고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덕() 신 님 여와지이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ㅅ고즐 사교이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ㅅ고즐 사교이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바회우회 접주()요이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고지 삼동()이 퓌거시아)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고지 삼동()이 퓌거시아)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유덕() 신 님 여와지이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므쇠로 텰릭을 아 나)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므쇠로 텰릭을 아 나)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
철사()로 주롬 바고이다 )
그 옷이 다 헐어야만 (
그오시 다 헐어시아)
그 옷이 다 헐어야만 (
그오시 다 헐어시아)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유덕() 신 님 여와지이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
므쇠로 한쇼를 디여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
므쇠로 한쇼를 디여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
철수산(에 노호이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
그쇠 철초()를 머거아)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
그쇠 철초()를 머거아)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유덕() 신 님 여와지이다)

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스리 바회예 다신)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스리 바회예 다신)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긴힛 그츠리잇가)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즈믄 외오곰 녀신)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즈믄 외오곰 녀신)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신()잇 그츠리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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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과 돌의 노래 2 - 변란 속에 핀 꽃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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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과 돌의 노래 _2. 변란 속에 핀 꽃] /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펴냄



매서운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린다. 목숨이 옥죄이는 변란 속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사랑한 임을 기린다. 그러나 기어이 임을 부르는 몸짓에도 잊을 수밖에 없는 그들은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은 진실하다.

어둠에서 마음 한 줄기 내보이고 움켜쥔 손짓이 빛이 된다. 보듬어 안은 마음은 안심으로 다가오고 온기를 나누는 바탕이 된다.


[징과 돌의 노래] 1권 엇갈린 사랑에 이어 2권 변란 속에 핀 꽃이 출간되었다. 간절한 마음이 통하였는지, 1권에 이어 2, 3권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2권은 고려 인종, <묘청의 난>을 시작으로 온요, 돈후, 운, 나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경의 반란을 기회로 삼아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개경의 김부식은 선참후계로 운의 아버지 정지상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상이 높았던 정지상의 죽음이 김부식의 야망에 희생양이 된 것인지, 사랑을 움켜잡지 못한 김부식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여인을 사랑한 '운'과 '돈후'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아들 돈후가 사랑하는 여인을 산채에서 데려와 자신의 힘으로 아들 옆에 눌러 앉힌 것은 김부식의 오래된 열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자신은 이룰 수 없었던 그 시절이 절절해서 돈후에게 투영한 것은 아닐까. 


'온요'에게 춘정을 품은 '돈후', '운'에게 마음을 비춘 '온요'가 서로의 눈길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권력과 힘을 통해 곁에 둔 것이 못내 미안한 '돈후'의 고뇌, 변란 통에 함께 서경으로 옮겨가지 못한 '온요'의 그리움, 김부식에게 아버지를 잃고 돈후에게 온요를 빼앗겨 가슴이 시린 '운', 진정한 아비며 스승인 운곡의 죽음을 통곡한 '나란'의 이야기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버린 서경 천도를 중심으로 개성파와 서경파 사이에서 저울질을 멈추지 않은 고려 왕 '인종'의 계산은 많은 백성을 혼란에 방치했다. 꿈꾼 이상은 고통의 현실이 되어 이들의 가슴을 찌른다.

 

달빛에 이울었으나 새로운 하늘 아래서 다시 만들 삶은 이들의 손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겨울을 지탱해준 화로의 온기는 쑥부쟁이가 되어 퍼질 것이다. 매일 밤 떠나보냈으나 매일 찾아온 그리움은 잠시나마 돈후에게 온기를 내어 주었다. 오롯이 온요가 있는 세상을 원한 돈후에게 잠시나마 훈풍을 불어넣었다. 

자신의 진심에 눈을 맞춘 온요의 맑은 웃음은 끝내 떨치지 못한 미련으로 남는다. 돈후가 가슴에 스스로 찔러 넣은 단검은 임을 향한 손짓이다. 어서 가라며 붙잡은 손을 놓아준 애틋함이다.



버석대는 가는 모래 벼랑에 군밤을 실어
옴과 싹이 돋거든 임을 잊으리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고 바위 위에 접을 붙여
꽃 세 묶음이 피어나거든 임을 잊으리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imagefont)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imagefont)

구운 밤 닷 되를 심습니다(구은 밤 닷되를 심고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유덕() 신 님 여와지이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옥()으로 연()ㅅ고즐 사교이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옥()으로 연()ㅅ고즐 사교이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바회우회 접주()요이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그 고지 삼동()이 퓌거시아)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그 고지 삼동()이 퓌거시아)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유덕() 신 님 여와지이다 )

<정석가> 2, 3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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