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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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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한 현대인의 성향, 이 시대의 초상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다. 타인에 의해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충분한 거리를 두고 관계에 대한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영악한 지성이 마음에서 부딪혔다.
또한, 자신의 주관적인 이상을 관념적인 대상물에 투여하고 집착하는 주인공의 태도나, 단지 육체적 결합이 없었단 이유만으로 '순수한 사랑이야기'라고 수식하는 누군가의 판단력에 실소를 보냈다.  

이러한 소재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동 받고, 타인들의 이메일 불륜을 엿보데 재미를 느끼는 이 시대의 감수성이 씁쓸하다.   

의식을 갖고 읽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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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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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문학은 일종의 ‘이유 있는 외도’이다. 내가 속한 비좁은 세상의 단조로운 경험을 풍부하게 확장시켜주고, 의미 있는 외도 - 내실을 더하는 기쁨 - 를 통해 나는 내 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문학은 즐겁다.  

근래 일본문학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노벨문학 수상자이자 일본문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에 이어 <설국>을 읽게 되었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단숨에 읽어 버릴 수 있는 양의 글 속에서 그 누구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설경 같은 문체를 발견하게 된다.  

대개 문학 속의 묘사가 상황설명을 위한 도구, ‘스토리’라는 하나의 거대한 목적아래 수동적으로 수집돼 구성되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것에 비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 속의 문장들은 하나하나가 고유한 생명력을 갖고, 호흡하는 듯 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문장의 숨결은 섬세하고, 서정적이며, 아련하기까지 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예민한 감수성이 나와 너무 닮아있었기에 허무의 시선에도 무척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 속에서 여행은 중요한 창작의 모티브가 된다. 그는 실제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머물며 글을 완성해 갔다고 한다. ‘여행’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창작의 모티브가 되는 것일까?, ...나의 관심은 자꾸 자꾸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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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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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목적인 삶보단, 삶이 결론인 죽음이 더 낳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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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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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을 덜면, '행복'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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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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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이 계획해낸 상상의 세계가 자본에 의해 물질화되고 유통구조에 따라 유포되어 각 개인의 개별적인 인식의 체계에까지 침범해 들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문화가 가지는 참으로 섬뜩한 파워이다. 내게 문화의 이런 속성은 늘 적잖이 예민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마치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만들어 낸 바이러스 코드가 인터넷 그물망을 통해 각 개인의 하드에 침투해 들어와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그의 현실의 삶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과 닮아 있다. 그래서 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신념이 있어야하고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같잖은 말뭉치들을 유행에 따라 정교하게 묶어 놓고 도색해 출판해내는 출판사나 저자 무리들에 비하며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대적으로 진정성을 가진 저자라 생각한다. 게다가 그의 신작 1Q84는 그의 소설의 정점이라 홍보되는 책이다. 잘 썼다. 좋다. 대중의 취향을 아는 노력한 스타작가답다. 허무맹랑하지 않은, 적당히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로운 환상적 요소, 군데군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할만한 에로틱한 묘사, 말의 리듬을 주도할 줄 아는 능력. 대중의 상상력을 설득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는 작가로서의 능력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력일 것이다.    

   

그런 한편 이 책에는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갖고 있는 작가로서의 한계, 단점이 농도 짙게 노출되어 있다. 임성한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어투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심하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안의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부여한 이름, 성별, 외모, 그가 부여한 능력만 다를 뿐 모두다 동일인물이다. 하나같이 똑같은 지적수준과 사고력을 갖고 있다. 소설에 필요한 인물설정 시 각 캐릭터의 개별성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그저 작가 자신이 알고 있는 인간의 한 속성만을 가지고 명목상 세분화된 캐릭터 속에 나누어 놓았을 뿐이다. 남자 옷, 여자 옷, 아저씨 옷, 할머니 옷 입혀서. 인물에 대한 연구가 작가로서의 그에게 남겨진 당면과제이자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다. 또한 다마루라는 인물설정을 통해 일본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아니 어쩌면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역사 인식에 관한 트라우마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봐도 일본색이 짙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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