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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한 개인이 계획해낸 상상의 세계가 자본에 의해 물질화되고 유통구조에 따라 유포되어 각 개인의 개별적인 인식의 체계에까지 침범해 들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문화가 가지는 참으로 섬뜩한 파워이다. 내게 문화의 이런 속성은 늘 적잖이 예민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마치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만들어 낸 바이러스 코드가 인터넷 그물망을 통해 각 개인의 하드에 침투해 들어와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그의 현실의 삶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과 닮아 있다. 그래서 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신념이 있어야하고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같잖은 말뭉치들을 유행에 따라 정교하게 묶어 놓고 도색해 출판해내는 출판사나 저자 무리들에 비하며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대적으로 진정성을 가진 저자라 생각한다. 게다가 그의 신작 1Q84는 그의 소설의 정점이라 홍보되는 책이다. 잘 썼다. 좋다. 대중의 취향을 아는 노력한 스타작가답다. 허무맹랑하지 않은, 적당히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로운 환상적 요소, 군데군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할만한 에로틱한 묘사, 말의 리듬을 주도할 줄 아는 능력. 대중의 상상력을 설득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는 작가로서의 능력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력일 것이다.
그런 한편 이 책에는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갖고 있는 작가로서의 한계, 단점이 농도 짙게 노출되어 있다. 임성한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어투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심하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안의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부여한 이름, 성별, 외모, 그가 부여한 능력만 다를 뿐 모두다 동일인물이다. 하나같이 똑같은 지적수준과 사고력을 갖고 있다. 소설에 필요한 인물설정 시 각 캐릭터의 개별성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그저 작가 자신이 알고 있는 인간의 한 속성만을 가지고 명목상 세분화된 캐릭터 속에 나누어 놓았을 뿐이다. 남자 옷, 여자 옷, 아저씨 옷, 할머니 옷 입혀서. 인물에 대한 연구가 작가로서의 그에게 남겨진 당면과제이자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다. 또한 다마루라는 인물설정을 통해 일본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아니 어쩌면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역사 인식에 관한 트라우마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봐도 일본색이 짙은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