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역사 나남신서 72
미셸 푸코 지음, 이규현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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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구 사상사를 지배하면서 헤겔에 이르러 최정점을 맞이하는 주체, 이성은 나와 타자, 세계의 질서를 알 수 있는 단단하고 고정된 것이었다. 이에 푸코는 오히려 성숙한 이성에 의해서 이분법적으로 주체와 대상이 구분되고 재단되는 것을 가리키며 이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에 일격을 가한다. 그 첫 번째 시도로써 [광기의 역사]는 고고학적으로 광기를 자취를 면밀하게 조사, 분석하면서 이성과 비이성(=광기)을 구분하였던 이성의 기준이 자의적이며 그때의 조건에 따라 변화하고, 주체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함이었음을 알려준다.

[광기의 역사]는 역사적인 세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광기의 감금에 대한 시대적인 구분을 한다. 첫 번째는 중세 초기부터 십자군 시대를 거쳐 르네상스에 이르는 17세기로, 이성과 비이성을 구분되지 않았던 시기이다. 광기는 성스러운 것, 예언자의 역할이나 삶과 죽음의 중간지대, 신과 인간을 잇는, 이성의 약점을 폭로하는 거울과 같은 기능을 하였다. <바보들의 배>, <술 취한 배>는 광기를 감금이 아닌 사회로부터의 추방이라는 징벌유보적인 사회인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세 말에 나환자 수용소가 무용화되면서 광기에 대한 감금의 역사가 시작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두 번째 시기는 이성의 시대 혹은 푸코가 고전주의 시대라고 일컫는 17,18세기로, 파리에서 빈민구호병원이 설립되면서 대감금의 막이 열리게 된다. 이는 전 유럽적인 현상이었으며, 명목상 빈민구호병원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감옥의 분위기와 기능을 가진 행정기관이었다. 당시 근면과 노동의 윤리관, 생산성,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노동에 의한 가난의 구제, 실업해소, 수공업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방치된 나환자 수용소에 미친 사람, 가난한 자, 부랑자, 나태한 자 등이 모두 감금되었는데, 전 시대의 페스트에 대한 공포가 이번에는 사회의 타자들에게로 전회된 것이다. 이성과 분리되는 비이성으로서 광기는 정상으로부터 심각하게 고립되고 세속적인 비도덕(도덕적인 나환자)으로 감금된다. 근세철학을 열었던 데카르트에 의하면 인간은 사유하는 이성을 부여받은 주체로서 망상으로 고통을 겪을 수는 있지만 미칠 수 없으며 망상은 추리작용을 통해 극복될 수 있지만 광기는 불가능하다. 그로인해 이제 이성으로부터 광기는 완전히 배제되었고, 광기는 비인간으로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므로 감금의 조건이 성립된다.

세 번째 시기는 광인 보호시대로, 19세기 이후 정신분석학의 시대를 가리킨다. 18세기 말 영국의 퀘이커교 개혁가인 튜크와 정신의학 개혁자인 프랑스의 피넬에 의한 광인의 해방되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광기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를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광기는 일종의 불운한 일로, 치료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18세기의 의사들은 광기의 치료에 대해서 물리적인 방법과 심리적인 방법으로 구분하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에 육체와 정신 모두에서 광기를 씻어내기 위해 잔인한 처방을 시도하였는데 튜크와 피넬로 인해서 광기에 대한 도덕적인 치료법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비인간적 대우로부터의 해방일 뿐, 수용소로부터의 석방, 완전한 자유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단순한 인식의 전환에 의해 육체적 감금에서 도덕적, 정신적인 감금으로의 전환에 불과하다. 이제 광기는 의학적 대상이 되며 정신의학적 담론의 권위아래 놓여진 환자로 분리된다. 우리의 시대에 들어와서 프로이트는 광기와 정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지만 정신적으로 장애를 받는 사람들을 정신분석자의 권력에 복종시키는 권위주의적인 특징은 간직하고 있었다.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는 구조주의적인-다양한 현상들의 숨겨진 토대, 맥락에 주목하는 -양상을 띠면서도 역사적으로 변화된 구도 또한 보여주면서 구조주의를 뛰어넘는다. 푸코의 현재 중심의 문제적 역사는 과거읽기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하지만 [광기의 역사]가 정신이상자들의 격리에 영향을 끼친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제도적 조건들의 역사이며, 생생한 모습그대로의 역사를 서술하려고 했다는 것을 통해 그는 정상적인 역사학적 목적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단지 그 이전의 역사적 설명에 질문을 제기하고 싶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푸코의 비판가들도 계몽주의 이성의 가면을 벗기려는 시도에는 말없는 동의를 하는 듯하다. 하지만 푸코가 나눈 역사적 구도가 가진 오류를 제기하는데, 그들은 대감금전에도 이미 광인을 감금하고 치료받게 한 사례가 있었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근대적 합리주의로 광인 감금을 일반화하는데 대해서 질문한다. 또 의학기술이란 여러 시대를 통해 전승되는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점, 치료허무주의에 의한 감금을 통해 광기에 의한 의학적 견해가 단순하게 관료제적 이성주의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이러한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는 역사관에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푸코는 연속적이고 인과적인 진보의 역사를 부인하고 불연속적이나 단절의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보았는데, 이것은 광기의 역사에서 그가 분류한 시대마다 단절된 혹은 변화된 기준 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푸코는 그 사회, 체계와 광기에 대한 의학의 시선이 맞물리는 부분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그의 계몽주의의 변증법이 일방적인 파괴의 측면으로서만 보여 질 수 있다. 그의 도발적인 주장과 위험적인 어조로 인해 여러 논의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광기의 역사는 광기뿐만 아니라 주체에 대한 우리의 표준적인 지각을 바꾸고 있다. 그물망처럼 복잡다단한 관계 속에서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과연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지, 한 기준에 눈이 멀어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 또한 대상으로 전락하여 사회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서도 상실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의 계기를 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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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심리학 - 개정판
로버트 스턴버그 지음, 최연실 외 옮김 / 하우출판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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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스턴버그는 사랑을 만들어 내는 요소는 친밀감, 열정, 헌신(의지)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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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의 집
수전나 클라크 지음, 서동춘 옮김 / 북노마드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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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멋져멋져!! 이들이 진정한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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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의 집
수전나 클라크 지음, 서동춘 옮김 / 북노마드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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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흔히 쓰는 ‘꿈과 희망을 이룬다!....’라는 막연한 표현의 실체는 아마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애써 달래가며 읽어야 했던 책이다. 원하는 것을 향해 자신의 삶을 던질 수 있는 용기! 현실적인 문제는 그들에게 결코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Dreamer가 아닐까! 사실, 나도 저기 저곳에 꼭 하나 갖고 싶은 집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더 갖고 싶다. 살고 싶다. 경험하고 싶다. 하,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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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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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해. 시간이 거꾸로 가든, 시간이 바로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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