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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在日,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 재일동포 3세 신숙옥이 말하는 나의 가족 나의 조국
신숙옥 지음, 강혜정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재일동포를 대할 때 그 사람이 남과 북 중에서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아마도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재일동포를 만날 때 가장 많이 묻는 말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하여 이념적 편가르기를 무의식으로 받아왔다. 이 책 <자이니치, 당신은 어느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는 이 물음에 대해 재일동포들이 왜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 책에서 지은이인 재일동포 3세 신숙옥 님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팔려갔다가 광복 이후에는 남과 북으로 갈라지거나 일본에 남게된 가족사의 아픈 상처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면서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살아남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일본도 그리고 모국인 한국과 북조선도 다 팽개쳐버린 존재로 남게된 재일동포들. 그네들의 아픔은 한마디로 자이니치라는 말 속에 축약되어 있다.
광복 이전에는 식민지 백성으로, 그리고 광복 이후에는 일본인들에게 무시받고 천대받는 존재였던 자이니치들은 북조선의 거짓된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떠나간다. 그러나 떠나간 가족들은 결국 북쪽에서 비참한 삶을 살다가 죽어간다. 이 과정에서 재일동포들에게 힘을 줘야할 총련과 민단은 모두들 가난한 동포들을 착취하여 간부들의 배를 불리는 행위만을 저지르고 있다. 특히 총련의 거짓선전에 속아 북송선을 탄 사람들이 선전에 속아서 같이 북한으로 데리고 와서 지옥같은 고통 속에서 심음하게 만든 자식들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죽어가는 모습은 조총련과 일본 적십자사가 합작하여 벌였던 북송행위가 바로 범죄행위와 다르지 않았음을 뚜렷하게 말해준다. 더불어 한국 대통령이나 정치가들의 무신경과 무시 또한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해외동포에 대한 죄짓는 행위이다.
이 책은 한 가족사의 슬픈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더무나도 비참하고 슬픈 우리 민족, 특히 힘없는 서민들의 유랑사이며 슬픈 역사이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슬픈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땅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은 더욱 자각하여 올바른 정치인을 뽑아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고 있듯이 어쩔 수 없이 북한땽에서 굶주리면서 살아가는 동포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다각도로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북한을 이처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로 만든 김일성과 김정일 정권은 범죄집단이지만 이들에 대한 미움만으로 주민들의 굶주림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무모한 행위이기는 하지만 그걸 빌미로 하여 같은 동포의 굶어죽어가는 모습을 외면한다면 또다른 범죄행위에 동조하는 것이 된다. 이 책에 실려있는 일부 탈북난민의 고통스런 외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땅의 북쪽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힘없는 백성들이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로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실려있는 탈북난민들의 다양한 외침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왜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를 누비면서 한민족을 자랑스러워하고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 못지 않게 자이니치와 북한의 백성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최소한의 길잡이 역할은 해주리라 믿는다.
[인상깊은구절]
"내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겨 주십시오.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북에 있는) 조선 사람을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며칠 후, 그는 눈을 감았다. 죽을 날이 가까워졌다는 것은 누구 눈에도 분명했다. 물론 본인 스스로도.... 나는 소년같은 눈동자로 말하는 그의 말을 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말하는 동안, 나는 그의 발을 계속 쓸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