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실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6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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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교수님께서 강의 도중 당신이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연설처럼 외치신 적이 있다.

"깜둥이나 백인이나 피는 붉다."

오래 된 일이라 정확한 부연 설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흑인의 인권 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는데 그 주인공이 한 말이라고 기억한다.

내 가족이 옆집 이웃보다 더 소중하듯 내 민족, 내 인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애정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내가 소속되어 있고 없고를 떠나 단지 생명체이기에 공평하게 소중하고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있고 또 인간이기에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런 것을 바로 인권이라고 하는 것이고 이 인권이란 국가와 민족, 인종을 떠나 인간이기에 누구에게나 지켜주어야 하고 누려야 할 권리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것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심리적인 거부 반응으로 인해 더욱 거세게 그것을 부정하고 증오하는 경우도 있고 또 시대적으로 이런 인권에 대해 무지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가스실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변호사가 되어 KKK 단원이었던 할아버지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그는 할아버지를 증오하게 된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던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오히려 그런 손자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할아버지는 당시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했을 뿐이었고 그런 행동을 했던 당시는 그것이 큰 죄도 아니었다. 그렇게 살았고 그런 역사를 체험한 것뿐이다.

그러나 그도 안다. 시대가 바뀌었고 인권이 무엇인지를.. 그가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어떤 것을 평가할 때 현재의 잣대와 기준으로 과거를 잴 수는 없다. 시대에 맞는 윤리가 있는 것이고 기준이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기준으로 비평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평가하고자 한다면 그 측정자 역시 과거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의 죄를 현재의 잣대로 벌하고자 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는 잘못되었음을 깨닫긴 했지만 분명 그 당시만 해도 옳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고 그래서 그를 벌주고자 한다고 해서 굽힐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는 역사의 또 다른 슬픈 희생양이다.

역사란 그렇게 흘러 영웅도 만들고 전설도 남기고 희망도 남기지만 이런 희생물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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