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비밀이야
안세화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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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오팬하우스



[도입부 줄거리]
동물 병원을 운영하는 주원과, 그의 중학교 동창, 고상혁과 신태일. 사흘 전 함께 등산 왔다가 조난을 당했다. 산속을 헤매던 중 우연히 만난 백산과 세 사람은 동굴 속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죽기 전에 휴대폰 속 첫사랑과의 셀카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버린 주원. 그렇게 모두 각자의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데...
"저는요.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요."
그렇게 세 친구들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은 채로 구조되고 말았다.


아주 약간의 열린 결말을 마주하며 책을 덮었어요. 소설은 끝났지만, 생각은 끝나지 않더라구요. 만약 내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 그리고 결말에 대한 두 가지의 가능성이 계속 떠올라서요.

'살인자의 비밀 고백'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덕분에 첫 페이지부터 쉽게 빠져들었고, 끝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흔히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살인이라는 거대 '악' 앞에서, 자신들의 잘못에는 너무나도 느슨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세 친구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스스로를 망쳐가는 주인공들을 보며,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마저 듭니다. 어디까지가 용인 가능한 실수이고 잘못이며, 어디부터가 비로소 진짜 '악'일까에 대한 물음표도 함께요.


[책 속의 문장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겉을 아무리 유심히 보아도 속의 심연은 가늠할 수 없다. 33p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이런 놈도 됐다, 저런 놈도 됐다 하는 거야. 그 나이 먹도록 그것도 몰랐냐. 129p
굉장히 복잡한 일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칭칭 감긴 밧줄은 푸는 대신 끊으면 되고, 미로에선 길을 찾는 대신 벽을 부수고 나오면 된다. 169p
웃기지 마. 뭘 원할지는 선택할 수 없었어도, 뭘 할지는 선택할 수 있었잖아. 언제까지나. 191p




그나저나 책 표지가 커버 형식이라 '안쪽 표지는 다른 그림인가?' 궁금해서 열어봤더니, 영화 포스터가 숨어있었네요!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를 전공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 싶더니만, 깨알같이 요런 재미를 숨겨 두셨더라구요. 😆

저는 거의 마지막까지도 '백산'이 정말 연쇄살인마가 맞는지가 의문이었어요. 깜박 속을 뻔했네요.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너무 길지 않아 후루룩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는 많은 블랙코미디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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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비밀이야 #안세화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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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첫번째
최동민 지음 / 멜라이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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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멜라이트


"아, 따숩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어요.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책. 전기장판 틀어놓고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면서 읽고 있으면, 전기장판 때문에 엉덩이가 따뜻한 건지 책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건지 아리송해지는 책.

산책할 때 손을 맞잡는 위치가 너무 완벽하다는 아빠 D와 엄마 J, 그리고 그들 곁에 누워 잠든 아이 i의 소박하고 다정한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나의 아이와 책 속의 i가 많이 겹쳐 보일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나만의 시간 여행을 하기도 했어요.

작가는 i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문을 정성스럽게 모아서,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놓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분명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여러 권의 책과 영화들을 소개받았네요. 지난주에 마지막회를 재밌게 봤던 '기묘한 이야기'에서조차 저런 문장을 뽑아 내다니, 작가의 미문을 알아보는 솜씨에 놀랐답니다. (저도 중학생 딸아이 엄마라 그 장면을 기억하거든요. ㅎㅎ)

[책 속의 문장들]
서핑하지 않는 이들에게 서퍼들의 일을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파도를 타는 일." 하지만 서퍼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파도를 기다리는 일." 35p
돌보아야 할 존재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변화시킨다. 173p
시간만 있다면 큰 문제는 사소해지고 사소한 문제는 사라져 버린다. 245p
우리가 언제 기록 세우려고 뛰기 시작했나? 완주가 목표 아니었어? 289p


작가가 전해주는 미문들을 만나고 나니, 저도 세상을 한 겹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셀로판지를 눈에 갖다 대고 보면 세상이 완전 다른 색깔로 보이곤 했던 것처럼, 앞으로 조금은 다른 색깔의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저는 좀 아쉽더라구요. 아이가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이 나왔다면, 나도 아이에게 더 좋은 걸 많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요. 그래서 이 책은 이제 막 아이와 함께하기 시작한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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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의첫번째 #최동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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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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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인이고, 어느 정도는 거칠고 과격하고 야한 문장도 다 소화해낼 수 있다! 나는 그런 날 것의 범죄 스릴러를 원한다! -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잘 찾아오셨네요. 여기서 발 뻗으시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 너무 적나라한 표현은 감당해낼 자신이 없는 분들이라면 조금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정말이지 '날 것 그대로'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어 보이네요. 때로는 너무 표현들이 과한가 싶기도 하지만, 그게 그냥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작가의 스타일 상, 수위 조절 따위는 그냥 신경을 아예 안 쓰신 것 같습니다. ㅎㅎ

그런데 또 이게 묘하단 말이죠.
그런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머와 감동과 인간성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주인공들마다 죄다 어딘가 한 군데씩 모자란 모습에 은근히 정이 가기도 하고요.

[도입부 줄거리]
서투르고, 느리고, 둔하고, 칠칠찮은 다프네는 오늘도 해고 통지를 당했다. 열 살 많은 남자친구 알렉시를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지금은 그를 사랑했다는 기억만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다. 술에 취해 센강에 빠져 죽으려고도,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평화롭게 죽어보려고도 해봤다. 그런데 자살도 쉽지 않다.
"25세 여성. 자살 실패. 개인교습 강사 급구." 그렇게 다프네는 다크웹에서 마르탱을 만났다.

[책 속의 문장들]
나에게서는 난처함과 지켜지지 않은 약속의 냄새가 난다. 나에게서는 행복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냄새가 난다. 35p
죽음이 나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지만 사실 선택은 선택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사치다. 71p
나의 내면은 재난 지역이다. 쓰레기 더미를 뒤진다고 뭐가 나오겠는가?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136p
사람들이 우리가 걷는 모습을 보고 비웃는 이유는 자신들은 날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203p




처음 다프네를 만났을 때 부터 "어라! 얘는 죽고 싶은 애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오르락 내리락하는 복잡한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에 새로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반전의 요소가 되니 기대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마도 꽉 닫힌 결말로 시원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을 거에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이 책을 더 재밌게 본 이유가 한가지 있기도 합니다. 딱 한번 가봤던 파리에서 소설 속 그 장소인 본누벨 역 주변 호텔에 묵었거든요.ㅎㅎ 역 이름이 참 재밌다고 생각하며 매일 그 역을 지나 다녔었는데, 이건 마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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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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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오팬하우스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작가의 전작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무려 50만 부가 넘어서 리커버 에디션도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지하철에서 읽다가 펑펑 울어버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엔 집에서만 읽기로 했습니다. ㅎㅎ
 
전작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첫 장을 펼쳤다가,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르게 후루룩 읽었어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5개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매우 쏠쏠합니다. 5개의 이야기가 전부 다른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전편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나오니 아는 사람 마냥 반갑더라구요.
 

[도입부 줄거리]
광고 회사에 다니는 심각한 집순이 마키무라 미키.
친구의 주선으로 미팅에 참석하게 되지만, 분위기를 맞추기 힘들다.
그런 미키는 대학 때부터 싱어송라이터 이치노세 아사리(애칭 아사링)의 열렬한 팬이다. 팬클럽에도 가입하고 콘서트에는 무조건 갈 정도다.
아사리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미키는 데뷔 전부터 아사리를 알고 있었다. 콘서트만을 기다리며 버티던 어느 날, 인터넷 뉴스에 아사리의 사망 기사가 떴다.
 
 
[책 속의 문장들]
과거와 미래의 경계선에서 서성일 때면 네가 지나온 과거를 믿으면 돼. 현재는 과거를 이겨냈다는 증표잖아. 80p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196p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199p


맨 마지막에 당신이 물었잖아.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뭐냐고. 가르쳐 줄게. 살아 있는 거야. 356p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었을 때의 마음은 감히 어떻게 전부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크게 감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되는 우푯값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절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남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것은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보다는 답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해요. 실제로 등장인물 전원이 비싼 우푯값에도 불구하고 회신용 봉투와 우표를 동봉해서 보냅니다. 그리고 답장을 받은 등장인물들은 결국 저마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지요.
 
굿럭 인형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계속해서 전해지면서, 세상에는 따뜻한 온기가 점점 퍼져 갑니다. 언제쯤 제 손에도 굿럭 인형이 들어올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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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600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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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600은 일단 굉장히 두껍습니다. 한 장에 2개씩이니까 정확히 600 페이지겠네요.
그런데 한 장씩 완전 깔끔히 떼어낼 수 있게 떡메모지 형식으로 제작되어 있어서, 나눠 들고 대결을 펼치기 너무 좋더라고요.
어디 갈 때에도 필요한 만큼 레벨별로 적당히 떼어가기도 안성맞춤이구요!
뒷면에 바로바로 해답이 들어가 있어서, 해답지를 따로 찾을 일도 없는 점도 좋더라구요.

금요일 저녁에, 시간이 늦었지만 뭐 주말이니까 이참에 한판 해보자고 시작을 해서는 새벽 1시까지 스도쿠 대결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몇 판을 아이에게 지고 나니,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ㅋㅋ 이겨보겠다고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온 가족이 주말 동안 스도쿠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스마트폰만 보던 가족들과 자연스레 함께 하며, 디지털 디톡스까지 할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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