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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대 세트 - 전5권 ㅣ 공부의 시대
강만길 외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공부?
‘공부의 시대’ 시리즈 5권의 일부 내용을 담은 샘플북을 받았습니다. 책 표지를 넘기니 공부의 4가지 정의가 나오네요.
1. 세상의 겉과 안을 동시에 바라보는 일
2. 더불어 나의 바깥을 이해하는 일
3. 타인과 함께 사회를 고민하는 일
4. 읽고 쓰고 말함으로써 참여하는 일
'공부'하면 교실과 책상, 졸고 있는 학생을 떠올리는 제 수준을 확인하고 씁쓸해 하는 순간, 공부라는 단어 옆 괄호 안 한자어가 눈에 걸립니다.
도구, 일을 뜻하는 '공工'과 사내, 사람을 뜻하는 '부夫'.
한자어 어원을 찾아보니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식이나 기술을 완성시키는 과정 혹은 결과'에 해당하는 의미가 있네요. 일본어에도 같은 단어가 있는데 우리말의 "궁리하다"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공부의 시대'라는 책을 읽으려는데 정작 '공부'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군요.
‘공부의 시대’ 소책자에는 각 단행본의 내용(질의 응답) 일부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출간 전 책을 소책자로 먼저 접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발췌된 내용을 읽으면서 전체 내용을 가늠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공부와 교육에 한 점 후회가 없다는 강만길 역사학자는 역사학자의 역할을 이야기 합니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난 많은 사실들을 새롭게(그렇지만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역사학자의 역할이고 이를 통해 ‘나의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사와 세계사 이해의 균형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는 역사의 역할을 짚습니다. 개별 문화의 특수성은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돋우어야 하고 이 지점에 역사학의 역할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두 꼭지의 짧은 질의응답에서도 역사학과 역사학자의 정수가 펼쳐지는 듯합니다.
이 단행본의 부제는 ‘내 인생의 역사공부'입니다.
이름 그 자체가 청렴의 대명사인 대법관이 알려주는 책 읽는 방법이 이어집니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는 법과 책을 많이 읽기 위한 방법에 대해 김영란 대법관은 친절하지만 단호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자신 역시도 산만하고, 빠르기만한 자신의 독서법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책을 읽었고 어느 순간 답을 찾게 되었다는 경험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 좋은 독서법은 결국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이 단행본의 부제는 ‘책 읽기의 쓸모'입니다.
자기 자리를 찾은 듯 여유로워 보이는 유시민 작가는 타인과 인간 본성에 대한 공감의 필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공부에 대한 질문에는 어울려 사는 법(타인에 대한 공감)과 인간 본래의 선함(인간 본성에 대한 공감)에 대한 공부를 권유합니다.
공부한 대로 살 수 없는 순간의 대처법에 대해서는 작가 자신의 인생론을 들려주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꼭 하고 싶거나 해야만 한다고 믿는 일을 내가 처한 구체적인 조건과 상황을 고려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선까지 최선을 다해 사는 것.’
인간의 본성, 한계에 대한 공감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조언으로 들리네요.
사회적 치료 활동으로 ‘거리의 의사’라는 불리우는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삶과 일상, 사람 공부의 연관성에 주목합니다. 일상에 맞닿아 있는 생각과 고민을 통해야 사람에 대한 뜨거운 집중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이 곧 '사람 공부'라는 믿음입니다.
내가 아닌 공급자가 중심이 되는 전문가주의의 함정에 대한 경고도 있습니다. 자기 일상의 주도권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전문가가 아닌 자신이 자신과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사람은 모두 각각 개별적으로 유일한 존재이고 그 존재의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이 단행본의 부제는 ‘사람 공부'입니다.
일당백의 논객이자, 가장 유명한 미학자인 진중권 교수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사회상과 그 시대의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얘기합니다.
'미래의 문맹'은 이미지 아래 깔린 텍스트를 읽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게 되리라는 지적은 매섭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 노동 해방은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는 부분은 서늘합니다.
새로운 시대에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유효하고 새로이 제기되는 인문학적 문제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오 잊지 않습니다.
미래의 인문학은, 미래의 공부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까요.
이 단행본의 부제는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입니다.
이렇게 과거에 대한 공부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공부의 방법과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김영란, 유시민, 정혜신)를 짚고 미래를 위한 공부(진중권)에 이르게 됩니다.
공부의 시대 - 세상을 헤쳐나가는 다섯가지 공부법
'살아남기만도 벅찬 시대라고 합니다. 각자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길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공부'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세상'에 대해 묻고, 고민하고, 손 내미는 진짜 공부를 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우리 시대의 지성들에게, 우리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공부법을 물었습니다.'(시리즈 기획 의도 중에서)
책장 정리를 하다 보면 다른 책들 사이에서 잊있던 책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제게 '공부의 시대'는 다른 책들에 가려져 있던 '진짜 공부'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공부의 시대' 시리즈를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나'와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진짜 공부와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시 소책자 첫 페이지의 '공부의 정의'를 읽어 봅니다.
1. 세상의 겉과 안을 동시에 바라보는 일
2. 더불어 나의 바깥을 이해하는 일
3. 타인과 함께 사회를 고민하는 일
4. 읽고 쓰고 말함으로써 참여하는 일
'공부'가 뭔지 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