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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그녀는 : 바닷마을 다이어리 6 ㅣ 바닷마을 다이어리 6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카테고리를 선택하다 보니 이게 과연 리뷰인가 싶긴 합니다만..]
“글쎄요, 저는 왜 이걸 적고 있을까요. 누가 적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팀 송년회 일정이 잡히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아내와 제가 공유하는 캘린더에 ‘[창훈] 팀 송년회’라고 적었습니다.
적고 있자니 옆에서 물어봅니다. 뭘 적는 거냐고.
"아내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답을 하고 보니. 그러네요, 아내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수요일과 주말에 만나는 반 기러기라서 그 외의 날에는 저의 일정이 어떻게 되든 별 상관이 없거든요.
"... 글쎄요. 제가 왜 적었을까요."
April come she will.
"같이 축제에 가고 학교에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후쿠멘 만쥬를 사먹고 ‘내일 보자’라고 더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6권, 140페이지)
"이런 광경도 얼마 안 남았구나. 4월이 오면 아마 모든게 변할 것이다.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4월이 오면 그녀는."(6권, 194페이지)'
"막 지은 밥 냄새와 막 구운 생선냄새, 카레 냄새. 봄에는 큰 언니가 현관에 장식해둔 천리향에서 은은한 향이 나고.
여러가지 냄새가 섞여 있다. 이곳을 떠나서 살게 된다. 상상이 잘 안된다."(144페이지)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의 요시다 아키미라는 작가가(대표작으로 만화방에서 한 두번 본 듯한 작품인 ‘바나나 피시’가 있다는데 왠지 끌리지는 않네요 .) 2006년부터 월간 연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월간 연재 치고도 분량이 많지 않은지 거의 10년이 다된 올해 단행본 6권이 나왔습니다.
위의 독백은 6권의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주인공인 스즈라는 여학생과 그 남자친구인 후타의 혼잣말입니다.
주인공인 스즈는 어떤 계기로 인해 처음 만난 이복 언니들과 함께 살게 됩니다. 스즈는 언니들의 배려 속에서 새로운 삶에 순조롭게 적응합니다.
여자 축구선수로서의 경력도 이어가고 남자친구까지 사귀게 되지요. 그러다가 다른 도시의 명문 여자 축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로의 진학 기회를 잡게 되고 스즈는 고민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후타도 고민합니다.
그리고 둘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모든 일상을 새삼 그리워하기 시작합니다.
'시덥 잖은 이야기', ‘내일보자’, '밥 냄새, 구운 생선 냄새' - 일상의 공유
아내가 올해 초 타 지역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주말 부부가 된지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아내의 적응을 위해 한동안은 제가 애들과 함께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아이들도 엄마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짐까지 옮긴 주말 이후 처음으로 퇴근 후 돌아간 집 거실에서 저도 모르게 뱉은 한 숨 소리에 놀랐습니다.
집에 가구가 없으면 사람 목소리만으로도 방이 울리더군요.
오늘 아침에도 아내는 아이들을 깨웠을 것이고 아이들은 침대에서 뭉그적 거렸을 테지요. 그러다가 아내는 언성을 높였을 것이고 아이들은 그제서야 기어 나왔을 겁니다.
여전히 계속 반복되는 일상인데 이제 제게는 일상이 아닙니다.
예전엔 아내와 저의 일정 공유가 중요했습니다. 서로의 일정을 감안해서 아침과 저녁의 일들을 처리했으니까요.
캘린더에 저의 일정을 적고나서 멍해진 건, 이제 어떤 일상은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나 밥 먹고 있어 곧 들어가", "나 좀 늦으니까 먼저 밥 먹어", "당신 늦었어, 서둘러."
각자의 일상이 서로에게 중요한 상황과 관계에서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상황과 관계로의 변화.
제 일상이 아내에게는 물리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 때.
두어 달 전 읽었던 이 책이 떠올랐던 건 그래서 였습니다.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모든 일상이 새삼 그리워지기 시작했거든요.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이먼 앤 가펑클
이 작품이 곧 영화로도 개봉합니다.
‘아무도 모른다’로 알려진(사실 이것밖에 못 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으로 개봉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라 그런지 일상성을 가장 충실하게 재현하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다고 하네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개봉하면 역시 이 작품을 좋아하는 아내와 영화를 보러 가야겠네요.
April come she will. - Simon & Garfunk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