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이성형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평점 :
책 서문을 먼저 읽어보면, 먼저,우리의 사대주의적인 세계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우리는 말로만 '세계'화라고 하지만, 실상은 미국이나 몇몇 유럽국가화를 의미함을 지적하고 있다. 문화는 좋은 문화, 나쁜 문화가 없는데, 우리는 돈의 기준으로 그 나라 문화를 평가한다. 돈많은 문화는 우리가 따라야 하고, 돈도 별로 없는 문화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그래서일까. 가난하다고 여기는 중남미나 동남아시에 대한 관심은 우리에게는 없는 듯 보인다. 문화는 서로 동등하며, 서로 주고 받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모든 문화를 앍고 개방하고 서로 교류하는게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이런 세계관을 지적하는 저자이니, 책 내용은 보지 않아도 가벼운 신변잡기나 인상기로 끝나지 않을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풍물이나 여행에 대한 인상을 이 책은 담고 있지 않다. 여행기의 성격보다는, 역사서쪽에 알맞는 책이다. 굳이 여행기라고 한다면,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문화여행기라고 하면 되겠다.
문화에는 우위가 없다라는 말에 동의하고 싶다. 우리 자신이 돈이라는 가치로 문화를 평가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남들에게 평가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어느덧 문화는 읽어버리고, 돈만을 쫓고 있다. 우리만의 문화가 있을까. 우리는 모두 미국화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미국만이 최상의 문화라 판단하고, 배우고 있다. 과거에 중국에 허리 굽히는 사대주의적인 사고에서 나라만 미국으로 바뀐게 아닐까. 왜 우리는 주체적인 문화를 키우지 못하는가. 세계의 여러나라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문화교류는 왜 못하는가.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눈은 이미 유럽쪽으로만 돌려져 있구나 반성해본다. 미국, 유럽의 문화에는 '와!'하며 탄성을 지르지만,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문화에는 이게 유적지구나 하며 담담히 바라보는걸까. 저자는 책 곳곳에서 편견으로 가득찬 우리의 라틴아메리카 인식을 지적한다. 그들은 가난하고, 그래서 별 관심기울일 것도 없다라는 우리의 생각이 틀렸음을 지적한다. 오히려 문화면에서는 그들이 미국보다 낳다고. 우리가 중남미에게서 배운 문화가 얼마나 많은지 말하며, 우리의 무지와 편견을 일깨운다.
책은 중남미, 그 중에서도 쿠바,멕시코,칠레,페루 이렇게 4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미 서문에서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지적한만큼, 이들 나라를 다룰때에도 현대사의 관점을 많이 다루고 있다. 카스트로의 혁명과 미국의 봉쇄,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를 찾고 있는 '쿠바', 양극으로 나뉘어 분열과 혼돈을 겪고 있는 '칠레', 정치적인 혼란과 가난함속에서도 잉카제국의 영화를 기억하는 '페루'..이렇게 현대사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나라들을 서술하고 있다. 현대사의 사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어떤 어떤 유적지가 있다라는 이야기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아는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역사와 문화를, 그리고 현대사를 담고 있는 훌륭한 입문서라고 생각된다. 얼마전 읽었던 <쉬 트래블스>가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주로 다루었던 책이었는데, 이 책은 학술서에 가까운 느낌이다.
저자는 현대사의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 잊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편협된 세계관에서 벗어나 편견없이, 중남미를 바라봐달라고, 그들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일궈놓은게 많은지 알아달라고 당부하는 것 같다. 너무 잊고 지내는 나라, 라틴아메리카와 그들의 문화를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