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
로버트 S. 멘델존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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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아이를 키우기 위한 단 한권의 책을 고르라면, 단연코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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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아이들 그림책 1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 두레아이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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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아이 필규에게 제일 처음으로 사준 그림책으로 나는 장 지오노가 쓰고 프레데릭 바크가 그림을  그린 이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을 골랐었다.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돐도 안 된 필규 머리맡에 앉아 이 책을 읽어 주다가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난다.
가슴이 뻐근할 만큼 나는 감동하고 전율했었다.

 이 책은 지구의 한 모퉁이를 바꾼 위대한 한 인간에 대한 실제 이야기다.

 작가인 장 지오노는 젊은 시절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헐벗고 단조로운 지대를 걷는 동안 물이 떨어진 그는 페허처럼 버려진 마을을 지나 산자락을 향해
하염없이 걷다가 홀로사는 양치기 노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가 지은 돌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노인은 식사를 마치고 조그만 자루를 가져와 식탁위에 도토리를 쏟아 놓고 하나하나 살피며 좋은 도토리를 고르는 일을 했다. 정성을 들여 흠없는 도토리 100개를 고르고서야 잠이 들었다.

지은이는 이틀을 더 노인의 집에 머물면서 노인이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노인은 방목지에 양을 부려놓고 언덕으로 올라가 쇠꼬챙이로 땅을 파서 도토리를 심고 있었다.
자신의 땅도 아니거니와 누구의 땅인지도 모르는 곳에 노인은 3년전부터 도토리를 심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10만개의 도토리를 심었고 그 중 2만개가 싹이 났고, 그 중 만 그루가 살아 남았다.

그때 노인의 나이 쉰 다섯이었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양을 치며 고적한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노인은 그곳이 나무가 없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을 바꾸어 보기로 결심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던 것이다.
노인은 참나무 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 너도밤나무 묘묙장을 가꾸고 있었고, 골짜기에 자작나무도 심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 다음날 지은이는 노인과 헤어진다.

 이듬해 1차 대전이 일어나고 지은이는 전장에서 5년을 보낸다. 지옥같은 전쟁이 끝나고 다시 몸과 맘을 추스리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양치기 노인을 만났던 곳을 다시 찾은 그는 깜짝 놀란다. 노인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 기간동안도 내내 나무를 심어 왔던 것이다. 참나무는 열살이 되어 노인보다 키가 커 있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곳이 건강하고 여린 나무들로 덮여 있었다.

너도밤나무도 숲을 이루고 있었고, 골짜기마다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놀라운 변화였다.

숯을 구워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하고 희망없는 몇몇 사람들이 살던 인근의 마을에는, 옛날부터 말라있던 도랑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노인이 말없이 자신의 일을 하는 동안 바람은 씨를 더 멀리 퍼뜨리고, 나무뿌리에 모인 물들은 시내가 되어 흐르면서 자연은 서서히 울창해져 갔다.

그러나 너무나 서서히 일어난 변화였기에 누구도 이 모든 일들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저 저절로 숲이 자라났다고 믿었다.

1935년에 정부대표단이 '천연의 숲'을 조사하러 나온다. 그들은 아름다운 젊은 숲의 모습에 매혹당했고, 그 숲을 보호하고 지키기로 결정한다.  

1939년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났지만 숲은 도로와 멀리 떨어져 보호 받았다. 노인은 여전히 전쟁에 방해받지 않고 깊은 숲속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갔다.

1945년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그 양치기 노인을 만난다.

1913년에 덫 사냥으로 먹고살며 서로를 미워하고 난폭하며 희망없이 살던 세 사람이 있던 황량한 마을은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연못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무너진 담장 대신 새로 이사온 사람들이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마을이 되어 있었다. 산중턱에는 곡식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우거진 숲에는 샘이 흐르고 있었다. 마을들이 되살아나 도회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건강한 시골 축제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그 곳엔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양치기 노인 덕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영혼으로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일생을 바친 고결한 실천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낳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생각할때마다 나는 신과 다름없는 일을 훌륭히 해낸 사람, 배운 것 없는 그 늙은 농부에 대한 크나큰 존경심에 사로잡힌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1947년에 바농의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사람들은 흔히 나 하나 노력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거대하고 엄청난 권력과 힘과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안타깝고 속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모두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단념한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에게, 말없이 지구의 한 모퉁이를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바꾸어 냄으로써 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놀라운 변화를 일러 준다.

우리는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부피에 노인이 나무를 심기 시작한 나이는 쉰 다섯이었다.

직장에서 쫓겨나는 나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나이라고 우리가 믿는 그 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릴없이 약수터에 오르고, 또 구인시장을 기웃거리고, 미리 포기하고 연금에 의지하기 시작할 그 나이에 노인은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30년간 쉼없이 계속 했다.

아무런 댓가도, 포상도 바라지 않고, 그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자신의 신념만을 가지고

그 일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지구 한 모퉁이를 푸르고 살기 좋게 바꾸어 놓음 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기울이는 노력과 정성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다.

 이 글을 쓴 장 지오노는 실제로 이런 일을 해 낸 특별한 양치기를 만나 큰 감명을 받아 이 글을 쓰기 시작해서 20년에 걸쳐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냈다. 파스텔로 이 작품의 일러스트를 그린 '프레데릭 바크'는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2만장의 파스텔화를 그렸고, 파스텔 가루가 눈에 들어가 한 눈을 실명하기 까지 한다. 에니메이션으로 먼저 제작된 이 작품은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켰고, 사람들로 하여금 나무심는 일에 다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은 에니메이션의 장면중에서 소설에 해당되는 그림만 골라 엮었다. 이 책만으로도 에니메이션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스물 다섯살때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보았는데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번지는 듯 하게 이어지는 섬세하고 풍부한 파스텔화로 제작된 에니메이션은 양치기의 고결한 삶을 마음에 스며들만큼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해 냈다. 

 자신이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질때, 혹은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될때, 또 어떤 일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될때 '나무를 심은 사람'을 기억하자.

한 사람의 노력과 정성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내가 그 '한 사람'이고 당신이 그 한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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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지음, 이창식.박에스더 옮김 / 산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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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어 처음 구입한 책은 헬렌켈러의 자서전이었다.

새해 첫 독서가 한 해의 모든 독서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거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해에 처음 읽은 책인만큼 그 책에서 받은 느낌과 깨달음이 한 해를 살아가는 새로운 지혜와 감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참 얇지만, 무겁게 읽었다.

 

어린 시절에 헬렌켈러에 대한 위인전을 안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헬렌켈러와 그를 가르친 설리번 선생님은 언제나 함께 기억되는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를 안고 있던 헬렌켈러란 인물은 사실, 그런 상태가 상황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는 오히려 존재감이 덜했던 위인이었다. 한 쪽 팔이 없다거나, 눈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걸을 수 없다거나 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일상이 어떨지 대충 짐작이라도 할 수 있어서 어느정도 감정을 이입해서 이해할 수 있는데, 헬렌은 도무지 그럴 수 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읽은 위인전도 내용을 대강 기억하고 있을 뿐 헬렌이라는 사람이 이뤄낸 놀라운 성장과 배움과 인생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이해할 수 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 책은 훌륭한 인물을 다룬 박제같은 위인전이 아닌,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풍부한 삶을 꾸려온 한 존재의 생생한 육성을 듣게 된다. 오직 시늉과 흉내와 날뛰는 본능으로만 외부와 소통하던 어린 헬렌을 교육시켜서 눈부신 도약을 이루어 낸 설리번 선생과의 수많은 생생한 일화들은 비로소 헬렌을 상상 너머에 있던 위인에서, 한없이 한없이 시도하고 노력했던 한 인간으로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글자 하나를 읽히기 위한 무수한 노력,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가며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또 다시 애써보는 헬렌과 설리번 선생님의 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 두사람의 위대함은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의지와 노력이 이루어낸 것들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설리번 선생님은 매 강의때마다 헬렌의 곁에 앉아 교수의 설명을 헬렌의 손바닥에 적어 내려갔고  헬렌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으로 풀어서 가르쳤다. 동료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해하는 단순한 이론과 내용들을 이해하기 위해 헬렌과 설리번 선생이 들인 어마어마한 노력들은 가히 상상을 뛰어 넘는다. 좌절하고 비탄에 잠기고 낙심하지만 그러나 결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배움과 세상에 대한 그녀의 열망은 모든 시련보더 더 컸기 때문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의 삶이 단조롭고 힘들고 어려웠을 것만 같지만 책에는 내내 그녀가 누린 풍부한 세상과 경험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수영을 배우고, 보트를 젓고, 바느질을 하고,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 하는 건강한 여자를 말이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매어있지 않고 기꺼이 도전하고 배우고 시도했으며, 그녀만의 방식으로 음악과 연극도 감상하고 미술과 조각을 즐기고 매일 매일 달라지는 세상의 표정을 누구보다도 풍부하게 다양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비록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감각은 단절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섬세하고 예민했던 촉각과 육감, 영적인 감응으로 그녀는 보고 듣고 말하는 우리들보다도 더 깊게 세상의 모든 것들과 만나고 누리며 살았다.

산책을 하면 나묻잎이 흔들리는 것을 공기의 떨림을 통해서 느끼는 헬렌이었다. 나뭇껍질, 솟아오르는 새순들, 꽃들과 바위를 그녀는 단지 손으로 가볍게 쓸어 보는 것만으로 그들의 생생한 존재감을 느끼며 크나큰 기쁨을 얻었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헬렌이 정상이고, 읽고 있는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느껴진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그녀는 나묻잎 하나를 손으로 만지면서도 그 오묘한 생김새와 생동감을 생생하게 느끼는데, 나는 직접 보고, 만지면서도 그런 감동을 얻지 못하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눈을 뜨고 있는 장님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매일 보는 풍경, 매일 보는 세상을 우리는 얼마나 기쁘게 대하고 있을까.

무언가 색다른 것, 놀라운 것, 대단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면 마음의 미동조차 안할만큼 굳어버린

감정으로 사는 우리들이 어쩌면 헬렌보다 더 가엾은 존재들이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다.

 

제목으로 정해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란 글은 헬렌이 53세때 지은 수필이다. 헬렌은 이 글을 통해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 사흘을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간절하고 절실하게 써 내려간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만약 딱 사흘만 볼 수 있고, 그 나머지는 영원한 어둠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우리는,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며 지내고 싶은지를 말이다.

그녀는 그 사흘의 첫 날, 처음 보고 싶은 것을 '설리번 선생님'이라고 적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녀의 곁에서 분신처럼 그녀를 지켜주고, 이끌어준 설리번 선생님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공간, 나를 따르는 개들의 충직한 눈빛, 숲과 밭들, 그리고 밝아오는 새벽과 저물어 가는 하늘, 박물관과 미술관, 연극과 영화, 그리고 뉴욕여행..

그녀가 적어놓은 사흘간의 행적들을 따라가면서 나는 아무때나 아무렇지 않게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그녀의 그 간절한 소망을 느끼며 새삼 뜨거운 무엇을 느꼈다.

나는 헬렌처럼 그렇게 간절하고 넘치는 애정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까.. 내 공간과 내가 지나치는 거리와 풍경과 계절들과 세상을 사랑하고 있었던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러분이 실제로 그런 운명에 처해진다면 여러분의 눈은 이전엔 결코 본적이 없는 것들을 보게 될 것이며, 다가올 기나긴 밤을 위해 그 기억들을 저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사용할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당신의 눈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들을 어루만지고 끌어안을 것입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당신은 제대로 보게 될 것이며 새로운 미의 세계가 당신 앞에 문을 열 것입니다.'

 

내일 당장 장님이 될 사람처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바라보고, 내일 귀가 안들리게 되는 것 처럼 새의 지저귐을 듣고, 더 이상 말 할 수 없는 사람인양 내 사랑과 감사를 말한다면 그때서야 우리도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온전한 '존재들이 되지 않을까.

 

새해다.

새로운 계획과 희망들이 넘치는 요즘이다. 거창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 전에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물건들, 풍경들과 사물들 부터 '제대로'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날들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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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메뉴첩
가쿠타 미쓰요 지음, 신유희 옮김 / 해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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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사귀던 애인과 헤어지고 처음으로 혼자 보내게 된 주말, 당신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불 뒤집어쓰고 종일 울던가, 무작정 거리를 헤매이던가, 혹은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나 이 소설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교코는 4년만에 처음으로 혼자 맞이하는 주말에 자신만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기로 하고 근사한 양갈비 스테이크를 만든다.

백화점으로 장을 보러 가는 것도,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시간도 떠나간 애인 생각에 가슴이 저리지만

나만을 위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보면서 혼자여도 충분히 맛있다는 생각에 문득 애인과 보낸 4년의 의미를 깨닫는다.

지금 먹는 이 양고기처럼 그와 보낸 모든 시간들이 전부 천천히 소화되어 나의 영양분이 되고, 에너지가 되었음을 말이다. ' 그 기억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러니 억지로 잊지말자고 다짐한다. 밀려오는 쓸쓸함도 양고기처럼 꼭꼭 씹어서 맛보아야 한다. 그것조차 나에게 영양분이 되기 때문이니 말이다.

 

떠나간 애인을 생각하며 만든 양갈비 스테이크로 문을 연 이 독특한 단편집은 제목처럼 갖가지 사연이 담긴 요리가 메뉴처럼 펼쳐지다가 각각의 에피소드 말미에는 그 요리를 만들수 있는 레시피와 사진이 담겨 있다. 모두 열다섯개의  메뉴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들은 첫번째 주인공의 친구가 두번째 주인공이 되고, 두번째 주인공이 들리는 옷집 여 주인이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는 식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재미난 구성을 하고 있다.

각각의 메뉴에는 그 요리에 얽힌 재미나고 혹 감동적이고 찡한 사연들이 펼쳐지고 마지막엔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법을 따라 읽으면서 눈과 맘으로 그 요리를 함께 맛보게 된다. 물론 그 요리에 깃든 인생의 여러가지 맛들을 음미하면서 말이다.

 

음식만큼 삶과 사람을 반영하는게 또 있을까.

누구나 가슴속에 잊지못할 음식 한 두가지는 가지고 있다. 그 음식을 만들던 시간, 함께 먹던 사람들, 내게 차려주던 그 사람, 그 마음, 그 사건, 그 시절들을 담고 있는 많은 음식들과 더불어 인생은 흘러가는 법이다. 처음으로 밥을 짓던게 언제였던가. 가슴벅찬 혹은 지독한 후회가 되는 음식도 있을 수 있다. 그립고, 소중하고, 따듯하고, 또 마음 아픈 그 많은 음식과 요리에 깃든 사연들이란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과 인생의 다름아님이기도 하리라.

상실과 외로움도 꼭꼭 씹어 다시 사랑하고 살아갈 에너지로 섭취하는 교코의 이야기나, 사별한 아내가 만들어 주던 냄비요리를 해 먹고 싶어 직원들 몰래 요리학원에 다니는 중년 남자가 마침내 그 맛을 재연해 내고 아내의 영정앞에 한 그릇 바치는 사연들을 읽다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중에 어느것 하나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보니, 이따금 친정엄마가 끓여주던 그냥 흔하디 흔한 국 한 그릇이 절실하게 그리울 때가 있다. 내가 수없이 먹고 마시던 그 음식들은 사실은 그냥 음식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엄마의 정성, 엄마의 수고, 엄마의 고달픔, 엄마의 지루함, 엄마의 희망과 엄마의 자랑이 한데 녹아 내안으로 흘러 들어와 나를 이루어내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남편과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담아 그들을 이루어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바람이 차가와지는 요즘 유난히 가슴이 시리고 쓸쓸하다면 당신은 지금 당신에게 힘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추억이 되는 한 그릇의 음식이 필요하다. 만일 이제껏 살아오며 그런 음식을 기억해 낼 수 없다면 당신이 그런 추억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매일 수고하는 남편이나 아내를 위해 근사한 무엇을 직접 준비해도 좋고, 혹은 잊을 수 없는 정성을 담아내도 좋다. 솜씨가 없다면 마음만이라도 서툴게 담아보자. 사람을 움직이는건 요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요리를 위해 기울인 마음과 그 요리에 담긴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마음 편하게, 그러나 에피소드 하나마다 마음을 울리는 구절 하나씩 담아내면서 이 가을 맛있는 이 한권의 책을 당신께 권한다. 맛있게 읽고, 모처럼 맛난 요리 하나 만들 마음 생겨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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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메르헨 문지아이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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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하고 흔한 '그림동화'가 또 나왔다.

하드커버에, 멋진 삽화, 커다란 크기, 꼭 백과사전을 대하는 듯한 흐믓한 두께하며

그림책이라기보다 근사한 예술서를 보는 기분이다.

'그림동화'가 너무 유명하다보니, 사실 여기서 말하는 '그림'이란

색칠하는 그림이 아니고, 사람 이름을 뜻한다는 것을 자꾸 잊게 되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그림형제'들이 쓴 백편이 넘는 동화들이 알차게 들어 있다.

게다가 원본이 제대로 살아 있다.

본래 '그림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성인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에 맞게

여기 실린 동화들은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던 줄거리 말미에 깜짝 놀랄만한 마무리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알던 동화들이, 마음씨 착한 딸이 임금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끝난다면

이 책에서는, 마음씨 나쁜 계모는 못을 가득 박은 통속에 담겨 산꼭대기에서 굴려 보내는 벌을 

받았다는 확실한 결과까지 고스란이 나와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면 맨 마지막 부분은 요령껏 건너띄기가 필요하겠다.

충실한 번역과 더불어 이 책을 빛내주는 가장 큰 요소는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삽화다.

'브르노를 위한 책'이나, '엘리베이터 여행'같은 재미난 그림책을 그리기도 했던

하이델바흐는 풍부한 색감과 정교한 터치, 익살스런 표정과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그림동화를 읽는 재미에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는 재미까지 함께 누릴 수 있다.

동화책이긴 하지만 나는 나를 위해 이 책을 샀다.

마흔이 다되가는 어른에게도 동화는 필요하다.

물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좋고, 초등학생들이 스스로 읽기에도 무난하다.

두꺼운 책이지만 행과 행 사이의 여백이 넉넉해서 술술 읽히는데다가

내용의 재미를 더해주는 삽화를 오래 들여다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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