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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메르헨 ㅣ 문지아이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평점 :
너무나 유명하고 흔한 '그림동화'가 또 나왔다.
하드커버에, 멋진 삽화, 커다란 크기, 꼭 백과사전을 대하는 듯한 흐믓한 두께하며
그림책이라기보다 근사한 예술서를 보는 기분이다.
'그림동화'가 너무 유명하다보니, 사실 여기서 말하는 '그림'이란
색칠하는 그림이 아니고, 사람 이름을 뜻한다는 것을 자꾸 잊게 되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그림형제'들이 쓴 백편이 넘는 동화들이 알차게 들어 있다.
게다가 원본이 제대로 살아 있다.
본래 '그림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성인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에 맞게
여기 실린 동화들은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던 줄거리 말미에 깜짝 놀랄만한 마무리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알던 동화들이, 마음씨 착한 딸이 임금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끝난다면
이 책에서는, 마음씨 나쁜 계모는 못을 가득 박은 통속에 담겨 산꼭대기에서 굴려 보내는 벌을
받았다는 확실한 결과까지 고스란이 나와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면 맨 마지막 부분은 요령껏 건너띄기가 필요하겠다.
충실한 번역과 더불어 이 책을 빛내주는 가장 큰 요소는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삽화다.
'브르노를 위한 책'이나, '엘리베이터 여행'같은 재미난 그림책을 그리기도 했던
하이델바흐는 풍부한 색감과 정교한 터치, 익살스런 표정과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그림동화를 읽는 재미에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는 재미까지 함께 누릴 수 있다.
동화책이긴 하지만 나는 나를 위해 이 책을 샀다.
마흔이 다되가는 어른에게도 동화는 필요하다.
물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좋고, 초등학생들이 스스로 읽기에도 무난하다.
두꺼운 책이지만 행과 행 사이의 여백이 넉넉해서 술술 읽히는데다가
내용의 재미를 더해주는 삽화를 오래 들여다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