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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ㅣ 두레아이들 그림책 1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 두레아이들 / 2002년 7월
평점 :
첫 아이 필규에게 제일 처음으로 사준 그림책으로 나는 장 지오노가 쓰고 프레데릭 바크가 그림을 그린 이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을 골랐었다.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돐도 안 된 필규 머리맡에 앉아 이 책을 읽어 주다가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난다.
가슴이 뻐근할 만큼 나는 감동하고 전율했었다.
이 책은 지구의 한 모퉁이를 바꾼 위대한 한 인간에 대한 실제 이야기다.
작가인 장 지오노는 젊은 시절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헐벗고 단조로운 지대를 걷는 동안 물이 떨어진 그는 페허처럼 버려진 마을을 지나 산자락을 향해
하염없이 걷다가 홀로사는 양치기 노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가 지은 돌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노인은 식사를 마치고 조그만 자루를 가져와 식탁위에 도토리를 쏟아 놓고 하나하나 살피며 좋은 도토리를 고르는 일을 했다. 정성을 들여 흠없는 도토리 100개를 고르고서야 잠이 들었다.
지은이는 이틀을 더 노인의 집에 머물면서 노인이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노인은 방목지에 양을 부려놓고 언덕으로 올라가 쇠꼬챙이로 땅을 파서 도토리를 심고 있었다.
자신의 땅도 아니거니와 누구의 땅인지도 모르는 곳에 노인은 3년전부터 도토리를 심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10만개의 도토리를 심었고 그 중 2만개가 싹이 났고, 그 중 만 그루가 살아 남았다.
그때 노인의 나이 쉰 다섯이었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양을 치며 고적한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노인은 그곳이 나무가 없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을 바꾸어 보기로 결심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던 것이다.
노인은 참나무 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 너도밤나무 묘묙장을 가꾸고 있었고, 골짜기에 자작나무도 심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 다음날 지은이는 노인과 헤어진다.
이듬해 1차 대전이 일어나고 지은이는 전장에서 5년을 보낸다. 지옥같은 전쟁이 끝나고 다시 몸과 맘을 추스리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양치기 노인을 만났던 곳을 다시 찾은 그는 깜짝 놀란다. 노인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 기간동안도 내내 나무를 심어 왔던 것이다. 참나무는 열살이 되어 노인보다 키가 커 있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곳이 건강하고 여린 나무들로 덮여 있었다.
너도밤나무도 숲을 이루고 있었고, 골짜기마다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놀라운 변화였다.
숯을 구워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하고 희망없는 몇몇 사람들이 살던 인근의 마을에는, 옛날부터 말라있던 도랑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노인이 말없이 자신의 일을 하는 동안 바람은 씨를 더 멀리 퍼뜨리고, 나무뿌리에 모인 물들은 시내가 되어 흐르면서 자연은 서서히 울창해져 갔다.
그러나 너무나 서서히 일어난 변화였기에 누구도 이 모든 일들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저 저절로 숲이 자라났다고 믿었다.
1935년에 정부대표단이 '천연의 숲'을 조사하러 나온다. 그들은 아름다운 젊은 숲의 모습에 매혹당했고, 그 숲을 보호하고 지키기로 결정한다.
1939년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났지만 숲은 도로와 멀리 떨어져 보호 받았다. 노인은 여전히 전쟁에 방해받지 않고 깊은 숲속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갔다.
1945년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그 양치기 노인을 만난다.
1913년에 덫 사냥으로 먹고살며 서로를 미워하고 난폭하며 희망없이 살던 세 사람이 있던 황량한 마을은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연못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무너진 담장 대신 새로 이사온 사람들이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마을이 되어 있었다. 산중턱에는 곡식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우거진 숲에는 샘이 흐르고 있었다. 마을들이 되살아나 도회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건강한 시골 축제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그 곳엔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양치기 노인 덕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영혼으로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일생을 바친 고결한 실천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낳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생각할때마다 나는 신과 다름없는 일을 훌륭히 해낸 사람, 배운 것 없는 그 늙은 농부에 대한 크나큰 존경심에 사로잡힌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1947년에 바농의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사람들은 흔히 나 하나 노력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거대하고 엄청난 권력과 힘과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안타깝고 속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모두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단념한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에게, 말없이 지구의 한 모퉁이를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바꾸어 냄으로써 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놀라운 변화를 일러 준다.
우리는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부피에 노인이 나무를 심기 시작한 나이는 쉰 다섯이었다.
직장에서 쫓겨나는 나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나이라고 우리가 믿는 그 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릴없이 약수터에 오르고, 또 구인시장을 기웃거리고, 미리 포기하고 연금에 의지하기 시작할 그 나이에 노인은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30년간 쉼없이 계속 했다.
아무런 댓가도, 포상도 바라지 않고, 그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자신의 신념만을 가지고
그 일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지구 한 모퉁이를 푸르고 살기 좋게 바꾸어 놓음 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기울이는 노력과 정성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다.
이 글을 쓴 장 지오노는 실제로 이런 일을 해 낸 특별한 양치기를 만나 큰 감명을 받아 이 글을 쓰기 시작해서 20년에 걸쳐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냈다. 파스텔로 이 작품의 일러스트를 그린 '프레데릭 바크'는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2만장의 파스텔화를 그렸고, 파스텔 가루가 눈에 들어가 한 눈을 실명하기 까지 한다. 에니메이션으로 먼저 제작된 이 작품은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켰고, 사람들로 하여금 나무심는 일에 다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은 에니메이션의 장면중에서 소설에 해당되는 그림만 골라 엮었다. 이 책만으로도 에니메이션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스물 다섯살때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보았는데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번지는 듯 하게 이어지는 섬세하고 풍부한 파스텔화로 제작된 에니메이션은 양치기의 고결한 삶을 마음에 스며들만큼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해 냈다.
자신이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질때, 혹은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될때, 또 어떤 일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될때 '나무를 심은 사람'을 기억하자.
한 사람의 노력과 정성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내가 그 '한 사람'이고 당신이 그 한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