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일본 여류 작가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의 일본 소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는 소설 속 제목과는 다르게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사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정주부인 첫째 아사코, 커리어우먼인 둘째 하루코, 운전면허학원에서 일하는 막내 이쿠코.

세 자매는 한때 '2번가 집'에서 단란하고 화목하게 모여살았다. 부모님의 이혼 후에는 모두 뿔뿔히 흩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첫째 아사코는 남편 구니카즈의 폭력에 입을 다물고 살고 있다. 오히려 구니카즈를 불쌍하고 가엽게 여긴다.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분이다.. 그 사람이 내게 폭력을 휘두르는 건 언제나 내가 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때였으니까(p.79)'


자신이 폭력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아사코, 그리고 이쿠코에게만 이런 상황을 털어놓게 된다.

이쿠코는 언니에게 왜 헤어지지않느냐고 묻지만, 정작 아사코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는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며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고 폭력을 쓰는 남편을 두둔한다.

불쌍한 아사코.. 자신은 늘 남편에게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보호가 폭력을 쓰는 남편이라니..



둘째 하루코는 구마키라는 남자와 동거중이다. 자신의 집에 몸만 들어온 남자. 글을 쓰는 작가라고는 하지만 뚜렷한 직업은 갖고 있지 않다. 하루코는 구마키를 사랑하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 프로포즈를 여러번 거절당한 구마키는 또 하루코에게 "우리, 결혼하지 않을래?"라고 묻는다. '순간의 침묵 후, 하루코는 놀람도 경멸도 아닌 표정으로 눈썹을 추켜올리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p.111)'

그리고 내뱉은 한마디. "왜?뭘 위해서?"


그리고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일이 구마키에게 알려졌고, 구마키는 하루코에게 왜 그사람과 잤느냐고 묻는다.

"자고 싶었으니까 잤지. 사람은 전부 다르잖아(p.206)"  당당한 하루코, 그리고 자신은 구마키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막내 이쿠코는 남자들과의 육체적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아이로 나온다. 고등학생 때부터 공사장의 모르는 아저씨들과 관계를 맺었고, 그 소문은 일파만파 퍼지게 된다. 연애를 감정이 아닌 일회성의 육체적 관계로만 생각하는 이쿠코.

이성을 사랑해보기도 전에 품게 된 호기심이 결국 육체적인 관계였던 거다. '언젠가 친해져 육체관계를 가진 아저씨 중 하나'가 가바(GABA)라는 물질이 부족한 인간은 패닉에 빠지기 쉽다고 알려준다. 가바가 없으면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이쿠코는 '만약 그 아저씨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것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없는지도 모르겠다고(p.135)'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사코는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하루코는 자신의 일부이기도 했던 구마키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쿠코는 이웃집의 단정한 가정주부를 동경하다가 그 집 아들과 만나 평범한 연애를 하게 된다.

각자의 삶 속에서 세 자매는 갈피를 못잡는 것처럼 보였고, 식물에 비유하자면 뿌리가 땅에 박혀 한 자리에 꼿꼿이 서 있는게 아닌.

여기저기 흘러다니면서 자라는 연꽃 같았다.


그렇게 세 자매의 이야기가 그렇게 끝난다. 어느 누구하나도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결말.

하지만 후반부의 분위기 흐름으로 봤을 때 그녀들의 삶은 지금 해피엔딩으로 향하고 있을 것 같다.

2번가 집 현관에는 오늘밤에도 가훈 액자가 소리없이, 그러자 당당하게 걸려 있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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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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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이 담겨있는 『달콤 쌉싸름 사중주』

소설 속에서는 네 명의 여자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각자의 삶에서 벌어지는 헤프닝들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따뜻한 음식 이야기도 곁들여져서 일본 특유의 감성이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서른 즈음의 단짝 친구인 네 사람의 우정.

단행본 에디터 가오루코, 요리연구가 유카코, 피아노 강사 사키코,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리코는 중학교 때부터 같이 자라온 친구들이다. 시끌벅적하게 놀기보다는 티 파티를 열어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우정을 쌓아갔다. 서른 살이 된 지금도 '한달에 한 번 사키코의 집에 모여 티 파티를 한다. 열 네살 때부터 네 명이 소중하게 여기는 습관이다 (p.17)'



사랑하는 유부초밥/ 수줍은 아마쇼쿠/ 가슴 술렁이는 하이볼/ 바쁜 와중에 고추기름/ 설음식 사중주

총 다섯 파트로 나뉘어진 이야기는 시간 전개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음대 출신 피아노 강사인 사키코는 오랫동안 연애를 안해서 친구들이 걱정할 정도였는데, 학부모들과 축제에 갔다가 이름모를 남자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남자가 건네 준 유부초밥을 먹고 샴페인 같이 반짝이는 폭죽을 보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자기 일행이 취해서 금세 자리를 떴고.. 사키코는 이름도 물어보지 못한 채 그 남자와 헤어지고 만다.  


사키코의 이야기를 들은 남은 세 친구는 그 남자를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입 안 가득 초즙이 베어나오고, 달달하고 부드럽게 조려진 유부, 고슬고슬하게 지은 초밥' 오로지 유부초밥을 단서로 이 남자를 찾게 되는데,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수줍은 아마쇼쿠는 요리 연구가 유카코의 이야기, 탄산수와 술을 섞은 하이볼은 마리코의 이야기, 고추기름은 가오루코의 이야기이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설음식 사중주'에서는 새해를 앞두고 벌어지는 네 친구의 우여곡절 이야기가 담겨있다.




『달콤 쌉싸름 사중주』책이 발행 된 건 2016년 이지만, 소설 속 시점은 2011년이어서 오래전에 쓴 글인가? 싶었다.

영화화 된다면 소설 속 갖가지 음식들이 많이 나오겠다. 글로 표현된 음식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


특히, 하이볼에 대한 표현은 실제로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부옇게 서리가 껴 있는 잔에 얼음을 가득가득 채우더니 위스키를 따르고, 그 다음 윌킨슨 탄산수..

 머들러로 가볍게 흔들어 섞자 풍경처럼 맑은 소리가 울렸다. 마지막으로 레몬 조각을 꽉 짜 즙을 섞는다.

 (중략)

 입안이 싸해질 만큼 시원한 반면 신기하리만치 목 넘김이 부드럽다.

 탄산의 상큼한 맛과 위스키의 쌉사래한 맛에 레몬의 시큼한 맛..가슴에 마치 시원하고 향이 좋은 미스트를 뿌린 느낌이다(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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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 클로징 -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만의 하루
강혜정.이고운 지음, 서인선 그림 / 프런티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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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러스트와 함께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긍정 에너지가 잔뜩 실린 『오프닝 & 클로징』

작가 강혜정과 이고운은 라디오의 작가님들이다. 강혜정 작가는 13년째 꾸준히 듣고, 읽고, 쓰고 있는 라디오 작가로 현재는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서 열일을 하고 있다. 이고운 작가는 9년째 작가생활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박정아의 달빛낙원>과 매일 밤 함께하고 있다.


두 작가 모두 내가 자주 들었던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었다.

요즘은 라디오를 한달에 한 번 들을까말까 하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만해도 야자 끝나고 독서실에서 라디오를 자주 들었었다.

좋아하는 게스트가 나오면 녹음까지 해가며 챙겨들었고, 사연이 소개되고 음악이 이어지는 그 순간이 따뜻하게 느껴지곤 했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라디오DJ가 사연을 읽고 그에 해당하는 공감이나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럴 때에는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라고 말하듯이 페이지마다 '함께 들으면 좋은 곡'이 나와있다.



 


 

 

 

두 손에 모든걸 다 쥐고 안 놓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이것도 꽉 쥐고, 저것도 꽉 쥐고 그렇게 욕심을 부리니까

조그만 일에도 감정이 동요되고, 다치곤 했었다.


'처음은 누구나 그래요. 잘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불안하고 긴장될 때도 있지만 주먹 불끈 쥐고 달리는 건 모두가 똑같아요.

 그렇다고 무작정 달리기만 하다보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주저 앉고 싶을 때도 분명 오거든요-잠시 로딩 중 中(p.48)'



"잠깐씩 쉬어가는 구간이 있어야, 다시 처음처럼 힘을 낼 수 있을 테니까요."

몇 년 전. 딱 이 말에 담긴 뜻을 알았을 때, 내려놓는 연습을 했었다.

사람은 다 잘 할 순없는거야. 내가 슈퍼컴퓨터도 아니고, 너무 달리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게 아니라 주변경치도 둘러보게 되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었다.


"잠깐씩 쉬어가는 구간"은 여러가지로 자기만의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재충전의 시간 같다.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어느것이든!


 

 

어렸을 때 친구네 집에 가면 나는 '집 냄새'가 참 신기했다. 피죤같은 세제향이 나는 친구네도 있었고, 딱 어떤 향이라고 말할 수 없는 향인데 따뜻한 느낌의 향이 나는 친구네도 있었다. 그럴 때 든 생각이 있다. 우리집은 어떤 향일까?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가 집에 왔을 때, 딱 현관에서 낯선 냄새가 났었는데 그게 우리집 냄새였을까?  


'세상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자기만의 향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내가 내 것을 알 수는 없답니다. 꽃이 자신의 향기를 맡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 냄새 中(p.122)'



'나는 내 사람들에게 어떤 내음을 뿜어내고 있을까요?'

아마도 이 말은 후각적으로 느끼는 향 외에도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라던가 인격, 행동 등을 말하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내음도 저절로 따라올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눈으로 읽어보기도 하고, 라디오DJ처럼 소리내서 읽어보기도 했다.

공감가는 이야기를 읽고 '함께 들으면 좋은 곡'도 같이 들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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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다
고정순 지음 / 제철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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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표지는 회색빛, 속은 초록빛. 이 책이 담고 있는 글과 많이 닮아있다. 작가 고정순은 영등포에서 보냈던 유년시절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준다. 가난했던 유년시절. 가난했던 영등포. 그 시절 그 동네의 색깔은 짙은 회색빛깔처럼 침침하고 눅눅했다.


오락실에 딸린 단칸방에서 살다가, 흙집으로 그리고 연립주택으로. 가족의 집은 점점 커졌고 나아졌지만, 작가 개인의 삶은 다시 또 가난의 시작이었다. 유학을 가서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큰 꿈을 가지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벌이를 했지만 유학의 길엔 오르지 못했다.

다시 그림을 그려서 밥벌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부족을 메꾸기 위해 바둥대는 삶이었다.


출판사에 그림을 들고 가고, 2년여동안 책을 만들다 엎어지고. 결국엔 이렇게 책을 냈다.

글을 읽으면서 느낀 건 우여곡절의 인생을 겪었기 때문에 그 인생을 겪어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책을 엮어냈다는 거.

작가의 유년시절과 20,30대의 삶은 회색빛이었지만. 그 시절이 결코 회색빛만은 아니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영등포에 살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졌을 때, 가족이 유일하게 떠났었던 첫 여행에서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민박집 주인이 돈을 더 많이 준다는 손님을 받고, 당시 열네 살이던 '나'와 가족들은 쫓아낸 것.

차도 없이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 속에 솥단지 하나가 있었는데, 그 솥이 논바닥을 구르던 순간 '내가 웃고 동생이 웃고 언니가 웃고, 운다고 면박을 당한 엄마가 웃었다(p.59)'



'살면서 울다가 웃을 때가 있다. 상황이 좋아진 것도 아니고 문제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어이없이 웃음보가 터질 때가 있다.

그렇게 웃다 보면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져 다른 것들이 보이고 해결은 어려워도 나름 고난을 견디기는 수워해진다.'


울다가 웃을 때. 아마 감정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서 '그래 잘 될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때 웃음이 나는 건 아닐까?



 

 

 



유학길에 오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나'는 형광안료를 사용하여 벽화를 그리는 일을 했었다.

그 벽화들은 모텔에 걸리는 그림이었고, 어둠속에서만 빛을 발하던 그림들이었다. 하지만 3개월 뒤 회사는 도산되었고, '가난한 유학생이 되겠다는 나의 열망은 끓는 점 밑으로 곤두박질쳤다(p.109)'



 

'간절히 원해도 가볍게 무시당하는 바람들은 일찌감치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각가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은 그냥 꿈으로 남았다.. 남은 소망이라고는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간절히 원해도 가볍게 무시당하는 바람..그 시절 젊은 '나'는 현실벽에 부딪혀 꿈을 접어야했고, 또 다른 꿈을 찾아야했을 거다.

'일찌감치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는 말이 '꿈 꿔봤자 소용없는 것들'이라고 씁쓸하게 들린다.

그 시절 젊은 작가의 나이는 25살정도였던것 같은데, 내 옆에 있다면 토닥토닥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회색빛의 가난했던 그 때를 지나왔으니 지금은 초록빛처럼 건강하고 푸른 인생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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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 오시려거든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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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내 취향의 책을 만났다. 한 문장 한 문단을 읽을수록 글에서 깊이가 느껴졌고, 인생의 중후함이 느껴졌다.

이 책을 엮은 김인자 작가는 반 농촌 반 도시 생활을 하며 여행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시와 산문과 아포리즘이 혼합된 글'이며, '대관령의 이국적인 자연과 삶을 기록한 글'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소제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대관령을 담고 있고 그 뒤에 사랑, 너에게 간다는 말(연가)이 이어진다.

 



 


모든 촉의 이름은 애련 -봄 中


'온 나라가 꽃소식인데 대관령에는 또 춘설이다.

 자연, 너는 촉과 축이 균형을 이루며 거대한 영감의 웅덩이로부터 온 것이 분명하다.

 봄인데 겨울이고 겨울인데 봄이다. 안간힘으로 깨어나다 다시 눈 속에 묻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촉의 이름은 애련이다(p.56)'




강원도를 떠올리면 겨울에는 엄청 추운 곳, 여름에는 엄청 시원한 곳.

어릴 적 여름이 오면, 주로 강원도로 피서를 자주 갔었다. 제2의 고향처럼 정겨운 곳이다.

작가는 대관령에 포근히 쌓인 눈을 보면서 이 글을 쓴걸까?

촉과 축이 균형을 이룬다. 모든 촉의 이름은 애련이다.

꽁꽁 언 땅 속에 봄 새싹이 감춰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빛과 그늘 - 겨울 中

​선택은 각자의 몫. 추운 그늘로 가는 것도 따사로운 빛 쪽으로 가는 것도 그 선택은 내 몫이다.

겨울에는 따사로운 빛 쪽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로 융통성있게. 아직은 미숙하지만 능숙한 사람이 되는 날이 오겠지.

울창한 가문비나무와 길쭉길쭉한 자작나무 모두 대관령에 있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겨울의 대관령이 생각나서 올 겨울에는 대관령에 가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5월이 가고 6월이 - 봄 中


아카시아 나무의 향을 생각나게 하는 글이었다. 할머니 산소 올라가는 길에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는데, 아카시아 껌이랑 같은 향이어서 신기해 하던 적이 있다. 조금 더 청초한 향기라고 해야하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맡은 향이 할머니 산소였어서, 이 글을 읽으면서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다시한번 더 글이라는 거에 놀란다. 글을 읽으면서 사람마다 떠올리는 대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는 거에 왠지모를 작은 감동을 느꼈다.




명문장이라고 할 만한 글이 책에 가득가득 담겨있다. 일기장에만 적어놓지않고 이렇게 책을 엮어서 내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와.어떻게 이런 단어가 나열될 수 있지? 이 사람은 얼마나 글에 농익은 사람인걸까. 부러운 재능이다.'라고 느낄 때가 있다. 『대관령에 오시려거든』이 딱 그 생각을 다시하게 된 책이었다.


김인자 작가의 또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또 한 명의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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