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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했다 - 무공해 자연의 맛, 소박한 삶의 의미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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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농업 백과사전, <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했다>

 

고향의 중학교 '진로와 직업' 수업 시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유망 직업 하나는 '농부'라고 말씀하셨다. 앞으로 10 , 땅에는 농사 짓는 분들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 때문에 '농부' 직업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공무원 되라던데요?" "맞아요 우리 엄마도 그랬어요!"

쏟아져나오는 엄마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잊은 엄마의 꿈을 말했다고 한다.

 

물론 해마다 귀농 인구는 증가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이야기에 그칠 여전히 농촌의 일손 부족은, 그리고 농업 인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할 따름이다. 새벽부터 나와서 늦은 밤까지 농사에 허덕이며 사는 , 혹여 태풍이 온다하면 밤잠 설치며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땅을 사고 집을 짓고 호기롭게 시작하는 농부의 삶을 끝내 저버리고 다시 도시로 올라가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삶도 축복이지 않냐면서, 저마다 땅에 꿈을 심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밥을 먹고 숨을 쉬며 살아가는 거겠지.

 

원숙자 수필가의 자연에세이 <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했다>는 내게 새로움을 안겨준 책이다. 소박한 삶에 대하여, 오늘의 일상에 대하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문학을 꿈꿨고, 문학을 꿈꾸는 내게 그녀의 글은 비타민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글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새로이 글을 꿈꾸게 해주었다. 더불어 시골에서의 생을, 자연에서 풍기는 내음을 더욱 그립게 만들어 주었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농사에 열중하셨다. 새벽이면 밭에 나가 땅을 일구고 농작물의 성장을 확인하고 혹여 산짐승의 피해는 없는지 살뜰하게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셨고, 그것이 부모님의 일상이었다. 일상을 보고 자란 내게 흙이 주는 위로는 무척 컸다. 그리고 흙냄새에서 곧잘 위로를 얻곤 했다. 흙냄새는 부모님의 몸에도 가득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얼마나 고된 하루를 보내셨을지 흙냄새로 전해졌다. 그래도 , 농작물이 커가는 기쁨에 위안을 얻는다는 부모님. 그래서 더욱 시골에서의 생이 편안하다고 하신다.

 

손바닥만 땅뙈기에서 흙을 일구며 농장일을 하는 부부.

남편은 농장에서, 그녀는 서울과 농장을 오가며 7년을 살았다.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고단함. 그리고 연이어 와닿는 부부의 삶에 나는 박수를 보냈다. 포기하지 않는 , 노력하는 생에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있을까. 땅이야 팔면 그뿐,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고자하는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흔들, 흔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다잡아 그들의 오늘은 더욱 단단하게 빛나지 않을까. 노력하는 삶에, 오늘을 사는 기쁨을 알아가는 중일테니 말이다.

 

아무래도 그녀는 꽃을 무척이나 사랑하나보다. 살아있는 것이 주는 기쁨을 너무도 깊게 만끽하고 있어서였을까.

속에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소녀같다. 꽃을 대하는 마음이 단비처럼 예뻤다. 나는 베란다에서 꽃을 키우고 있지만 대부분의 꽃은 땅에 있어야 아름다운 법이다. 그래서 종종 봄이면 화원에서 꽃을 사서 시골 집으로 간다. 엄마의 정원에, 엄마를 위해 꽃을 심는다. 그럼 엄마는 엄마의 정원에서 커피도 드시고 꽃들과 이야기꽃을 피우시곤 한다. 시골집은 어디든 문만 열면, 산이다. 사계절이 주는 기쁨을, 시골집도 함께 하고 있다. 그녀의 구원농장이 계절마다 서로 다른 옷을 입듯, 시골집도 색색의 고운 옷을 갈아 입는다.

 

그녀의 글에는 그림과 시가 함께 하는데, 나는 점이 무척 좋았다. 글을 읽으며 시를 있고, 그림을 떠올릴 있고, 때로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보내는 시간들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한창 농삿일이 바쁜 계절, 여름. 그녀의 구원농장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아름답게 빛나길. 그래서 날마다 새로운 꿈을 꾸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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