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무늬
함주해 지음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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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턱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에도 무늬가 생기는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놓인 내게는 어떤 무늬가 수놓아지는 것일까, 나의 청춘의 오늘을 나는 어떻게 보냈던가. 깊어가는 밤,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을 들여다보며 흐릿한 불빛속에서 [속도의 무늬]를 펼쳤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또다시 여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속도의 무늬를 새긴 [속도의 무늬]는 함주해 일러스트레이터만의 시선과 특유의 감성이 녹아 있다. 하루에 대한 인식이 염려스러울 정도로 무뎌져 가는 것을 느껴, 인위적으로 속도를 늦춰 그림의 넘버링을 1이 아닌 0.1로 시작했다는 작가의 글귀에, 그림과 글 사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순간이 저릿하다 말하는 함주해 작가의 소개글에, 나는 괜스레 가슴이 저릿했다. 글이 주는 위로, 그림이 건네는 따듯한 손길을 그간 나만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묘한 위로가 오늘의 내게 하나의 무늬로 자리하는 것 같았다.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내게, 참는 것보다 무언갈 더 서두르는 내게, [속도의 무늬]는 천천히 그리고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르쳐 주었다. 되뇌어 읽고 글을 옮기기도 하면서 그리고 함주해 작가처럼 나만의 0.1을 헤아리면서 사진도 찍어 보았다. 36.5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마 더 오랜 시간을 사진을 찍으며 짧게나마 문장을 써내려가면서 나는 나만의 위로를 배울 것도 같다.

 

 

그토록 익숙했던 순간이 어느날 불현듯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제와 같은 곳이 괜스레 새롭게 다가오는 날도 있다. 특히 내게는 책과 사진이 그러하다. 같은 사람, 같은 시선을 가졌음에도 아마 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다르고 내일의 나는 또 다를 것이기에 함주해 일러스트레이터의 [속도의 무늬]는 하루가 다르게, 오늘이 다르게 새로운 무늬를 지어낼 것이다. 하루 5분, 아니 하루 3분만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그 시간만큼은 나의 무늬를 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빌어본다.

**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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