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임당
손승휘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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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를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아이에게 어떤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 어떤 어머니가 되어야하는것인지 그저 막연하게 생각에만 그쳤던 것도 같다. 그저 하고픈 것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부모가 되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을 해왔다. 신랑이랑 어쩌다 한번씩 아이 이야기를 할 때면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겠냐면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말했으니 말이다.

 

 

 

 

소설 사임당을 읽어 가면서 나는 인선의 생각에 끄덕끄덕 공감을 표했다. 이 세상에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났음에도, 누군가는 백정이기에 누군가는 노비이기에 업신 당하고 글을 배우면 안되고… 당연히 그 사람은 천한 소생이므로 무시해도 된다는, 그런 시대의 흐름을 그녀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마을에서 쫓겨난 사람의 집에 고깃덩어리를 가져다주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뜨끈해지기도 했다. 소설임에도 활자에서 전해지는 그 마음이, 마치 정말 그리했을것만 같은 그녀의 심성이 너무도 따듯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여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책 속에서 살았다.

 

 

 

 

어려서부터 다른사람들과 유난히 생각이 달랐던 그녀와 그런 그녀가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바라던 그녀의 외할아버지… 그녀가 아들이었다면 어쩌면 사회가 조금은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강단있고 소신있는 바른 심성의 그녀는 분명 이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충신이 되지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그녀가 있었기에 율곡 이이도 존재했지만 말이다.

이 세상은 뭐든 책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은 호기심을 채워주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며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도 분명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고 책을 돌아보면 수많은 모순을 마주하므로. 책과 이 세상의 부조화는 곧잘 다른 무언가를 또 불러오기 마련이므로.

 

 

 

그녀와 함께 눈을 맞고 바다를 바라보고 생각을 나누면서 그리고 같은 길을 걷고 추위를 마주하고 논밭을 오가면서 그녀의 생을 살아본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외할아버지의 그 말씀들이 그녀를 버티게 하지는 않았을까, 소설속의 그녀를 살아숨쉬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외할아버지와 함께한 세상구경이 그녀에게는 참으로 값진 시간으로 남아있었을테니 말이다.

때로는 아쉬움에 젖기도 하고 남편에게 공부하라 말하기도 하면서 가슴의 답답함을 덩달아 느끼면서 그녀의 애달픈 삶에 마음이 쓰이던 가을이 지나간다. 그녀의 마음을 허투루 흘려버린 덕형이 무척이나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던 시간.

아가가 와준다면, 나는 어떤 어머니가 될 것인지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과연 나는 신사임당같은 어머니가 되어줄 수 있을지, 지혜롭고 속 깊은 어머니로 내 아이 곁에 있어줄 수 있을지. 그리고 살가운 며느리로, 따듯한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선조 임금이 율곡 이이의 충언을 잔소리로 여기지 않고 귀담아 들었더라면, 이 나라의 역사는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역사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다짐해본다. 귀 기울이는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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