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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한차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평점 :
로맨스 찍는 좀비, 돈 밝히는 좀비, 도끼 들고 설치는 좀비 등 별의별 좀비들이 나오는 시대에 이번에는 어떤 좀비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대한민국 좀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감상을 말하자면 엄청 불쌍하다. 좀비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수식어 ‘한없이 순박한’. 한없이 순박한 좀비들이라고 적힌 작가의 마지막 말이 와 닿는다.
이제는 좀비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한민국 지배층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지경. 이게 좀비 소설인가, 사회 풍자 소설인가 헷갈린다. 좀비로 사업하는 모습에 ‘이게 뭐야?’가 아닌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잖아. 안 그래?”
“그래서 제가 미리 전제하지 않았습니까.
죽고 죽이는 세상이라고.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세상이라고.”
크게는 3가지의 줄기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는 형식의 소설로 장면 전환이 빨라 긴장감 있고 빠르게 읽힌다. 샤워장에 쓰러져있던 6명의 사람과 목에 채워진 용도를 알 수 없는 강철 벨트, 이들을 지켜보는 흰 가면의 사나이들로 시작한 미스터리와 긴장감은 지배세력의 향락과 욕심이 섞이며 궁금증을 더 해간다.
책을 읽을수록 좀비보다 더 못한 인간들의 행태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좀비는 적어도 동족은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사람을 해친다. 과연 누가 더 도덕적인지 모르겠다. 실험자가 피험자로 전락해서야 알게 되는 죽음의 공포에 무릎 꿇는 이들의 모습이 역겨웠다.
지배세력의 욕망을 파괴하기 위해 좀비 소굴에 뛰어든 남자. Z.
우리를 대신에 총을 든 남자는 과연 욕망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그들이 누구건 원하는 바가 무엇이건, 뜻한 바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절망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은 커질 것이며 그럼에도 욕심을 부리다가는 도리어 크게 다치고 말 것이다.
여태 그래왔듯. 지금 그러하듯. 장차 그러할 것이듯.
p.372
좀비 소설을 보러 왔다가 사회 부조리 소설(?) 사회악에 관한 소설(?)을 읽게 되어 당황스러웠지만 남보다 잘 살고 싶은 욕망, 영생에 대한 집착처럼 인간의 밑바닥이 보이는 소설을 좋아하기에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