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여인
이순원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기자 박주호를 찾아온 손님이 꺼내놓은 이야기는 손님의 존재처럼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사랑인지 모르고 그렇게 보낸 아이. 부끄러운 경험의 끝에 존재 했던, 흰 팔목에 파란색 풍선을 매단, 이국적인 여인의 옆에 있던 아이가 다시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녀를 다시 만난 건 공부할 돈을 벌기위해 이모부가 운영하는 구판장에 있을 때였습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여성을 닮은 어린아이는 어느새 열여섯의 숙녀가 되어 구판장 옆 양장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연희에게 많은 의지가 되어주었던 지난날의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길 아저씨, 연어, 마가목에 대한이야기와 유강표와 시라키 레이, 오수도리 산장의 이야기가 대관령과 삿포로를 배경으로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시절 지나치기만 했던 감정의 정체를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아차리고 인사를 건넵니다. ‘일본여자 딸서울 대학생이 서로에겐 연희주호였음을 그제야 깨닫습니다.

 

 

그저 눈 아프기만 했던 책 표지를 겨울날의 눈부신 설경으로 만들어주는 글입니다. 새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손에 헬멧을 든 주호와 그 옆에 털모자에 스키장갑을 낀 연희가 절로 그려지네요.

 

 

쓰면서 궁금한 것도 있어요.”

 

내가 어떤 날 오빠 얘기를 쓰듯 오빠도 내 얘기를 쓸까 궁금해요.”

 

오빠한테 내가 오빠 얘기를 어떻게 썼는지 보여줄 수 없지만 오빠가 내 얘기를 어떻게 썼는지는 보고 싶을 때도 있어요.”

 

저는 오빠 얘기 많이 썼는데, 오빠는 제 얘기 아주 조금 썼을 거 같아서요.”

 

오빠는 여기 있어도 더 넓은 세상을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 동네밖에 모르는데요. 아는 사람도 동네 사람밖에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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