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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의 주인공 잭은 가로 세로 3.5미터의 방에서 5살 생일을 맞이합니다. 엄마랑 같이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도 먹고, 달리기도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넵니다. 납치, 강간, 감금으로 칠해진 엄마의 현실을 아이는 모릅니다. 엄마가 저녁마다 불을 깜박이는 이유도, 소리 지르기 놀이를 하는 이유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TV속 가짜라고 여겼던 사람들도, 바다도 가짜가 아닌 진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가로 세로 3.5미터의 방에만 살아온 잭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진짜세상을 보기위해 엄마가 이런 방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말에 무서움을 느낍니다. 엄마 없이 방을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싫은 잭이지만 엄마의 간절함에 무섭-용감한 상태가 됩니다. 엄마의 계획을 따라 5살 어린아이의 탈출이 시작됩니다.
모든 상황을 5살, 잭의 시선으로만 바라봅니다. 초반에는 아이의 호기심, 순수함, 심술이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엄마의 비극을 알지 못하는 시선은 한없이 맑기만 합니다. 중반에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아이의 불안이 여러 가지 소재를 통해 알게 해줍니다. 불안한 와중에도 엄마를 위해 용기를 내는 아이의 모습이 한없이 대견스럽습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엄마를 위한 아이의 모습에 저절로 응원을 하게 됩니다. 처음 보는 경찰의 물음에 머리는 백지가 되는 상황에 눈을 질끈 감습니다. 그제야 말하기 편한 상태가 되는 아이의 낯설음에 공감을 하며 제발 제대로 말하기를 초초하게 바라봐야 했습니다. 아이의 횡설수설한 말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은 경찰에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경찰차를 타고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엄마가 문을 열었고 나는 밖으로 떨어질 뻔했다. 엄마는 나를 붙잡고 안아들었다. 정말 엄마였다. 100퍼센트 살아 있는 엄마였다. P.247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다가 다시 만난 엄마를 보는 아이의 절박한 심정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어쩌면 더 혹독한 시련일 수도 있는 세상에 나가게 됩니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온 엄마와는 달리 모든 게 비정상인 아이는 방의 것에 집착합니다. 이빨의 개수를 세고, 엄마의 젖을 찾고, 엄마의 이를 빨고. 방이 그립다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말과 언론의 관심에 엄마는 점점 지쳐가게 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엄마와 떨어진 잭은 엄마 없이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모든 어른은 아이를 거쳐 어른이 됩니다. 아이일적 기억은 있지만 아이였을 적 시선은 잊어버린 체 성장합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방에 집착하는 잭의 행동이 이해는 됐지만 답답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잭이 보여준 책의 결말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책을 덮고도 여운이 남는 결말이었습니다. 초중반보다는 낯선 세상에 나온 잭의 모습이 이 책을 봐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실재로 아이가 쓴 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감금, 강간, 납치라는 소재가 범인과 경찰의 입장으로 표현되면 아마 스릴러물이 될 것입니다. 피해자인 엄마의 입장에서 표현되면 신파가 되었을 것입니다. 자극적인 소재와 안 어울리는 아이의 입장에서 봄으로 따뜻한 힐링 드라마가 되네요. 중간중간 현실의 비정함과 차가운 모습이 아이의 순수한 눈과 만나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됩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헤쳐 나가야 할 시련이겠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잭이잖아요? 잭을 향한 엄마의 사랑과 엄마를 향한 잭의 사랑 속 성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