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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흔 1~4 세트 - 전4권 ㅣ 블랙 라벨 클럽 21
윤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스포없음.
Name of Heroine 아시나
삼촌으로 인해 여행의 매력에 빠져, 대륙 곳곳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깊이 있는 여행을 위해 역사도, 신학도, 항법까지 배울 정도로 여행이 좋다.
북쪽에 위치한 크롬웰의 웬만한 곳을 다 가보았다.
책으로만 경험한, 상상해본 남쪽나라 페시안을 보고 싶다.
단지 크라차의 대추야자를 먹고 싶었을 뿐이고, 사막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길을 잃고 만난, 겉모습 하나는 매력적인 남자가 칼로 위협하더니 감옥에 넣어버린다.
쇠창살과는 사촌요. 좌물쇠와는 친구인 아니사는 쉽게 탈옥에 성공하지만 다시금 붙잡힌다.
다시금 탈출을 꿈꾸는 자유분방한 아시나.
과연 무사히 탈출하여 대추야자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진짜 여행자예요. 그냥 지나가던 선량한 여행자.”
Name of Hero 시하드 젠 베히다트
현지인들도 꺼리는 죽음의 사막에서 마주한 여자. 수상하다.
페시안과 사이가 나쁜 크라차로 가는 길을 묻는 크롬웰인 여자. 수상하다.
감옥에 넣어 놨더니 어느새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 수상하다.
그런데 이 수상하디 수상한 여자는 자신을 한낱 여행자라고 말한다. 수상하다.
한참 중요한 시기에, 마주한 수상한 여자. 정체를 알아야겠다.
그런데, 다른 의미로 이 여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쥐같이 깜찍하고, 고양이같이 앙칼진. 솔직하면서 의문투성이인 여자를 향한 알 수 없는 감정.
이 감정을 정의 할 수 있을 때 까지 눈앞에 놔둬야겠다.
“알아내라. 그 여자가 진짜 누구인지.”
가독성 좋고. 흐뭇함을 자아내는 적절한 분량의 러브씬. 아시나, 베히다트는 매력 흘러넘치고. 진짜 사막에 있는 것 같은 배경묘사가 좋았다.
주인공들이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치는 순간 뜬금없는 능력이 발하는 것을 볼 때 면, 주인공이라서 그러려니 넘기다 가도 회의감이 든다.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설정이 구리다. 그런 점에서 아니사의 자물쇠 따기 및 탈옥이 능하다는 설정에 대한 배경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왜 여행을 좋아하게 됐는지 그 이유부터, 여행을 다니기 위해 배운 생존 전략 등 미리 배웠다는 내용이 있어서, 읽는 동안 아시나의 행동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설정 및 배경과 더불어 아시나의 성격이 읽는 동안 웃음을 유발 시켰다. 왈가닥 아가씨, 청방지축 악동 등등 에너지 넘치고 활기찬 수식어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면서도 자유분방 나그네처럼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인상을 준다. 진솔하지만 다 보여주지는 않는, 그래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순진한 소녀 같은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말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여자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매력이 잘 버무려져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러운 그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여행철학이 확고한 점이 좋았다.
금사빠보다는 삽질파가 좋고, 삽질파 보다는 앙숙 관계가 더 좋다. 내 로맨스 소설 취향이다. 앙숙관계가 투닥투닥 거리다보면 정이 쌓이고 로맨스가 쌓이는 거 아니겠는가. <월흔>도 살짝 다르지만 비슷한 루트를 탄다. 정치적으로 어지러운 시점에 나타난 여주가 수상하고. 가뒀더니 탈출한 덕분에 의심의 시선이 가해지고, 결국은 성 깊숙한 곳에 가두고 만다. “난 결백하다.”와 “증명해보라.”를 가지고 투닥투닥거린다. 결국 증명하길 포기하고 탈출을 선택하지만 그 사이 정보를 주고받으면 밀당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걸 풀어내는 작가의 스토리텔링능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처음에 여주를 왜 가두었나 싶었던 베히다트의 행동과 의심을 설득력있게 풀어냈고, 그 의심과 경계가 궁금증과 관심을 지나, 애정과 사랑으로 변화하는 심리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아시나의 입장에서도 여행에 대한 애정,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황당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진심에 대한 답답함, 결국은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 떠나서 홀가분하지만 서도 섭섭한 심정, 베히다트에대한 사랑의 깨달음까지 모든 상황에 대한 심리를 잘 풀어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하고 빠져 들게 했다. 네 권을 읽는 동안 스토리텔링능력이 눈에 돋보였다.
베히다트는 초반부터 야금야금 소유욕을 들어내더니 뒤로 갈수록 점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시나가 베히다트의 눈을 응시하면서 눈빛이주는 느낌에 대한 묘사가 많았는데, 그 묘사만으로 집착이 상상되었다. 책 덮었는데 베히다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유욕이 그려질 정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집어삼키고 싶답니다! 4권이 집착의 끝을 달린다. 남주가 집착과 소유욕이 눈살 찌푸려 질 때도 있는데, <월흔>에서 베히다트가 보여준 집착은 나도 좀 받아보고 싶다.
아쉬웠던 점 두 가지를 말하겠다.
첫째, 찜찜한 떡밥회수. 베히다트의 말이나 이안의 말을 들어보면 결말이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궁금하게 뿌려놓은 떡밥은 깔끔하게 회수하고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로맨스소설로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건만 판타지 때문에 망했다. 아니다 판타지설정도 좋았다. 그냥 사건의 결말이 문제다. 이렇게 얇은 4권에 심리묘사부터 판타지 설정, 인물 설정, 사건설정을 다 넣긴 힘들었을 걸 알지만, 베히다트가 즉위한 이유이자 이안이 아버지를 찾아가서 알아내고자한 ‘과거’는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그냥 휙 넘기다니.... 실망이 크다. 바레인의 개인사정 및 결말도 찜찜하고. 빼앗으면 된다며? 그런데 그렇게 그냥 나와? 장난하나? 뭔가 엄청난 사건이 있을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떡밥을 뿌려놓고 흐지부지 해져서 기운 빠졌다. 내가 뭐 하러 필기까지 해가며 사건을 정리했는데! 찜찜하게 회수한 게 아니라 그냥 큰 떡밥 줍다가 다시 버린 느낌.
둘째, 느슨해진 결말부. 1,2,3 권은 정말 휘리릭 읽었다. 그만큼 흡입력있었고, 흥미진진했다. 4권 초반부까지는 진짜 긴장감 넘치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봤는데, 4권 중반에 너무 느슨해져서 당황했다. 이 장면이 꼭 필요한가 싶은 장면도 많았다. 중반을 결처 후반부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모습이 그려져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중반부에서 책장 넘기기가 힘겨웠다.
한마디로 용두사미. 그런데 ‘용두’가 너무 좋아서 ‘사미’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싶다.
<본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제공 되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