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김민섭)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의 나이를 표현하는 단어 청춘’. 청춘에는 열정이 있어야한다. 성장을 위해 아프기도 해봐야 하고, 도전도 실패도 해봐야 한다. 이것이 청춘이 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책에서 TV에서 말한다. 현재 청춘을 보네고 있는 나에게는 와 닿지 않는 미사여구일 뿐이다. 과연 저 말이 와 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3091201작가에게도 청춘으로써 해야 할 행동은 허울 좋은 말이다. ‘3091201의 청춘은 삶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1부에서는 그런 몸부림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문학이라는 미래가 불안정한 학과에 학교도 지방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26, 전역을 하고 찾아간 교수님으로부터 석사생으로 수학할 것을 제안 받는다. 하지만 학비걱정으로 망설이게 된다. 대학원생들과의 술자리에서 학비나 생활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다. 대학원생 한 명으로부터 들은 말은 그야 말로 꿀 같은 조건이었다. 조교 활동으로 학비도 해결되고, 연구원 인건비로 용돈도 생긴다는 것. 이런 조건에 더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학원 입학원서를 쓰게 된다. 하지만 선배의 말과는 다르게 조교활동으로 나오는 비용은 300만 원이 전부였다. 450만 원이나 되는 한 학기 등록금을 매우려면 150만 원이나 더 필요한 상황. 거기다가 신입생에게 연구원의 기회를 줄 리 만무했다. 6개월 동안 300만 원, 1개월에 50만 원. 아침 830분부터 저녁 5시까지.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관습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일들은 햄버거 만드는 공간보다 자신을 더 대우해 주지 않는다. 햄버거 가계 아르바이트에서도 보장해주는 최저시급과 4대 보험도 대학에서는 보장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 하지도 못한다. 1부에서 저자의 고생을 보면서 생각했다. ‘인생 진짜 더럽다.’라고. 잡일 하는 아이도 아니고 잡일 돕는 아이로 취급받으면서, 진짜로 잡일이나 돕는 아이가 되면서 까지 버티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저자가 저 시기 동안 겪은 일에 대해 자신의 심정을 적기도,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 때는 자신의 표정으로 심정으로 이야기 해주는데, 정말 내가 저자라도 된 것처럼 비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너덜너덜 해지기도 했다. ‘너덜너덜하다.’라는 표현을 마주 했을 때, 저자의 표현법에 감탄했다. 상황이 너무 힘들고 고단하고, 지친다는 모든 의미가 내포된 단어랄까. 대학생의 입장에서 대학원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너무 몰입하면서 잘 읽었다. 앞에서 말한 슬픈 이야기 좀 많기는 하지만 자신이 그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학문적인 열망, 친구에 대한이야기도 해준다. 저자가 저런 더러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왜 버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시간강사가 되고부터 겪은 일을 적었다. 주로 강의에서 자신이 배운 것. 깨달은 것 위주로. 솔직히 2부를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많이 놀랐다. 모든 학생과 눈 마주치기, 교학상장 등 당연한 말이고,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많이들 간과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고, 응당 해야 하는 일을 자기 스스로 체크해 나가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수업을 듣고 싶은 선생님, 정말 만나보고 싶은 강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학생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써주는 모습.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았다. 특히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느꼈던 대학에 대한 기대와 그로인한 실망을 설명하는 부분에 깊이 공감했고,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반했다. 책에서 말해준 마음을 계속 지켜나갈지 걱정도 되지만. 저자라면 분명 훌륭한 교수님이 될 것 이라는 예감이 든다.


지방시는 고발이나 투정이라기보다, 내 세대성의 기록이다.(...) 내가 이후에 어떠한 삶을 살아가든 나의 과거를 미화하거나 추억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섰다

 

  책프롤로그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다. 고발의 성격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일기라고 느껴졌다. 자신의 삶에 대해 기록하고 성찰하면서, 느낀 감정을 적는. 사회 고발이라면 읽는 동안 화가 났을 것이고, 투정이라면 읽는 동안 짜증났을 것이다. 하지만 담담한 기록이기에 슬펐다. 이 책이 사회비평/비판으로만 분류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수필이라고 말하고 싶다. 1부에서는 사회 비평/비판이라 봐도 할 말이 없지만, 2부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걸 사회비평/비판으로만 넣은 사람은 이 책을 똑바로 읽기는 한 건지 궁금하다.

  인간답게 살고 싶고, 인간적으로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현재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졸업하기 전에는 읽어보길 권장하고 싶다.

 

 

책 속으로.

함께 꿈꾸던 친구들은 서른이 넘어 다시 만난 자리에서 보통 자신의 과거를 철없던 행동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시작할 취미로 꿈을 격하한다. 괜찮다, 살다 보면 그런 것이다. 비난할 만한 일도 아니고 오히려 사회인이 되었음을 축하해야 한다. 하지만 허벌과 같은, 혹은 제도권에 한 발 걸치고 있지만 여전히 반사회적 인간인 나와 같은 인간들과 대면했을 때, 그것을 철없음으로 여기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그것은 서로의 과거에 대한, 그리고 아직도 후진 기어를 넣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거진행형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리도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도로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P.74

 

<본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제공 되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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