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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 주고 싶은 밤
안은찬(키덜트) 지음 / 스칼렛 / 2015년 10월
평점 :
본 서평에서는 스포가 살짝 포함되어 있으나 후에 책을 감상할때 방해가 되지는 않을 정도로.
로맨스소설은 개인취향차가 심하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10살. 연두색 원피스를 입고 집 앞에 서있는 너를 만나
17살. 물러나기에도 너무 늦어 버린 감정에 이끌려 고백했고
19살.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도 꺼내기 어려워 한참이나 시간을 들여야 했던 그때.
“환자는 수술 중 사망하였습니다.”
나는 널 잃었다.
32살. 너의 그림자를 찾고 있는 어느 날.
내가 기억하는. 잊을 수도 없는. 잊을 수도 없었던
19살 모습 그대로의 너 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아저씨가 견지욱이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
드라마에서든, 영화에서든, 만화에서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 속 연인들이라면 따라 붙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볼 때마다 그렇게 와 닿지도 않은 말 중하나였다. 그렇게 절절해 보이지도 않고, 정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으로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아주고 싶은 밤>에서 만큼은 (작가후기를 읽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떠올리던 말 중 하나였다. 애달프지도 절절하지도 않으나 잔잔하게 전해지는 감동을 받았다. ‘키스보다는 입맞춤이라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그런 시기’ 하지만 사랑을 하고 있던 시기에 [초롬]을 잃어버린 [지욱]은 19살 그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다. 그런 [32살의 지욱]에게 [19살의 초롬]이 찾아와 멈춰버린 시간을 흘러가게 만들어준다. 책장을 덮을 즈음에서야 [32살의 지욱]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줄을 읽으며 [지욱]의 앞날에 대한 기대감, 더 이상 [초롬]에게 얽매이지 않게 된 모습에 대한 안도감과 더불어 더 이상 [초롬]이 없다는 것에 대한 모순된 슬픔을 느꼈다.

“벚꽃, 좋아합니까?”
소설의 전반적인 계절배경이 겨울이다. [초롬]을 잃어버린 계절이기도 했고, 다시 만난 계절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자체가 계절의 배경을 그대로 담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겨울의 눈 덮인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 찍힌 발자국을 따라 가며 [지욱]의 추억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추억 끝에는 따스한 봄의 기운이 반기고 있었다.
가독성이 좋지도, 필력이 있지도 않아 문장을 곱씹어 가며 읽어야 했다. 곱씹을수록 문장이 아름다웠고 달달했다. 그 문장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져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흥행하지는 않았으나 잔잔한 여운으로 감명 깊은 영화를 본 기분. 책을 덮은 지금도 벚꽃 나무 밑에서 사랑을 외치는 지욱이 보이고, 눈물을 흘리며 웃는 초롬이 느껴진다.
해피 뉴 이어!
12월 31일, 지난 1년을 끝맺는 날이자 앞으로의 1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가득 찬 날. 나에게 12월 31일은 제야의 종소리를 감상하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날. <안아주고 싶은 밤>에서 12월 31일은 연인을 잃은 날, 떠나보낸 날, 지킨 날. <안아주고 싶은 밤>에서는 날짜든 계절이든 말이든 하나의 의미가 아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져서 상당힌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난 제야의 종소리, 그 소리를 듣기위한 카운트다운이 이렇게 슬프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특히 카운트다운 세는 부분에서는 감정이 복 받혀서 입술을 질끈 깨물어야 했다. 특히 1셀 때 진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바랐을 정도로 감정이입이 심했다. 숫자 하나 세고 대사하나 속마음 하나. 숫자 둘 세고 대사하나 속마음 하나. 독자를 울리기에 적적하지 아니한가!

This is Romance
격정적인 로맨스가 아니다. 달달한 로맨스도 아니다.
19살의 풋풋하지만 애달픈 사랑이야기.
그 사랑을 끝맺지 못한 남자의 뒷이야기.
그리고 그 사랑을 키워가기 위한 [초롬]과 [지욱]의 이야기.
그 흔한 악역도 없이 단 3명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지루하지도 않았다.
인터넷 소설에 표현되는 19살의 허무맹랑한 사랑이 아니라 진짜 현실 속 19살의 사랑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처음 하는 사랑에 장난으로 마음을 감추고, 어설프게 표현하는.
[19살 견지욱]과 [32살 견지욱]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었고, 깨달음을 얻고 반성하고 앞으로 한발 내딛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초롬]도 한결 같은 고운 마음씨가 아름다웠다. 이러한 해피엔딩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이러한 로맨스도 있다는 걸 알려 주었고, 이렇게 성숙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제공 되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뭔가 적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글로 표현하기는 힘든 소설이네요.ㅋㅋ
제가 느낀게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