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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기술 - 느낌을 표현하는 법
마크 도티 지음, 정해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5월
평점 :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언어와 사랑에 빠진 시인의 열정을 본다.”라는 추천사대로 언어 대한 시인의 열렬함이 느껴진다. 시의 전체 또는 부분을 수록하고 거기에 어떤 묘사의 기술이 쓰였는가. 그 기술과 언어 자체를 곱씹고 언어가 언어와 만나 벌어지는 예술의 세계를 예찬하며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풍경을 숨 가쁘게 이야기한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전공자의 열정을 보는 것처럼 그 열정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이렇게나 시와 담을 쌓고 살았나 심각함을 느끼며, 중간중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찾아 읽고, 다시 한번 더 읽으며 시인의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시인의 설명도 이해해야 하고 시도 이해해야 해서 얇은 책이지만 다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저 겨울 풍경을 그렸을 뿐인 『겨울 장면』마저도 시인의 글을 읽어야 그 풍경이 그려질 정도였으니 시에 대한 나의 이해력이 정말 끔찍하다. 통탄하며 시인의 말을 필사적으로 따라갔다.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시를 다시 읽으며 감상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에 느꼈던 낯설고 불친절한 글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름다운 언어가 있었음을 지각하고, 그 언어를 하나하나 천천히 곱씹으며 시인이 그렸을 풍경을 서툴게 따라 그리자 시인이 예찬할 수밖에 없는 관경이 내 마음에도 펼쳐진다. 언어의 신비로움에 중독되어 계속 읽어갔다.
묘사는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는 말이 와닿는다. 헤이든 캐루스의 시 『 No Matter What, After All, and That Beautiful Word So 』에서 기러기의 울음을 묘사하고자 하지만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한다. 기러기의 울음에 끊임없이 반응하지만 완벽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왜 이 책을 읽으며 묘사를 배우려 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세상의 자극에 대한 끊임없는 나의 반응을 언어로 옮기고 싶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적절하지 못하다. 불완전한 묘사를 채우고 싶은 나의 갈망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으나 묘사는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다니! 이에 대한 표현에 저자와 같이 감탄하며 불완전한 묘사를 채우기 위해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
...얼마나 위대한가, 이해할 수 없는
의미란!

말로 서술되지 않은 삶은 진정으로
체험되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병의 증상이라면, 결국 그것은 적어도
남들에게 진정한 선물을 주게 되는 병이다.
그리고 묘사된 세계를 인식하는 즐거움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P. 20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고통에서
우리가 본 것을 책임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반응하지 않는 것은 태만이고, 너무 쉽게 반응하는 것은 거짓이다.
P. 103
당신은 선택에 따라 그저 베일만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원한다면, 또는 방법을 안다면,
베일 뒤에 숨어 있는 것을 읽을 수 있다.
P. 13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