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책 소개를 보고, 비밀 약방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걸 계기로 남편을 죽이는 건가! 이러고 있었는데, 그런 계략보다는 캐롤라인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중점으로 그리고 있다.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을 앞두고 알게 된 남편의 불륜을 계기로 캐롤라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데, 그녀의 삶에 정작 그녀 자신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산수와 계획을 좋아하는 남편의 성향에 맞게 자신을 내려놓아 즉흥적이지도 않고, 학구열도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 그녀의 삶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꿈으로 반짝 빛나던 때를 회상하며 회의감에 잠기는 캐롤라인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내가 꿈꾸던 모습과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낯설지 않아 같이 침울해진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집으로 향하는 그때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진흙 뒤지기 체험을 권한다. 남편과 함께 짠 여행 일정도 아니고 호화로운 것과도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진흙 뒤지기 체험에 캐롤라인은 즉흥적으로 참가한다. 그러나 체험에 발을 딛고도 스스로에게 여전히 의문을 품다. 진흙을 뒤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캐롤라인의 불안이 이해되고 뭐라도 되길 응원했다. 그리고 그 불안한 첫발에 병 하나가 걸려든다.


체험을 권했던 중년 남자의 조언으로 대영도서관의 게이너를 만나고 그녀의 도움을 받아 병에 관련된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간다. 좌절을 느낄 때마다 새로운 자료가 계속 등장하고 캐롤라인과 함께 눈을 빛내며, 200년 전의 이야기를 추적해가는 캐롤라인의 행보를 응원했다. 잃어버린 역사학자의 자아가 눈뜨는 모습에 대리 만족을 느끼며 같이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 역사학자가 취직은 힘들지언정 네가 좋아하는 일이잖아! 돈 안 되는 일에 같이 즐겨줄 게이너도 있어 든든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자아를 찾기 시작한 캐롤라인의 이야기와 별개로 캐롤라인이 조사 중인 약병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200년 전의 이야기는 여성들을 위한 약방에 12세의 소녀, 엘리자가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엘리자가 약방의 주인 넬라를 찾아온 사연은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12살 소녀에게 배려심이 부족한 시대였다. 약방의 매력에 눈을 반짝이는 소녀에게 먹구름이 드리울 때마다 속으로 탄식이 흘러나오고, 통통 튀는 매력의 사랑받아 마땅한 소녀의 등을 끌어안고 토닥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상처 입은 여성들을 치료하기 위해 독약을 만들게 된 넬라와 상처받고 약방을 찾아온 엘리자가 만들어내는 우정과 유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미소를 시기하듯 사건은 걷잡을 수없이 금이 가기 시작하고, 넬라와 엘리자, 캐롤라인의 이야기가 극에 치닫는 모습을 발을 동동 굴리며 읽어갈 수밖에 없었다. 넬라와 엘리자 쪽도! 캐롤라인 쪽도! 모두 급한데! 끊는 실력이 아주 예술이다. 비밀의 약방처럼 나도 이들의 결말에 침묵을 담아본다.



어디에 던져지든 그곳에서 네 인생을 시작해야해.

P. 75-76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비밀에 휩싸인 약제사였다.

하지만 내 인생 역시 수천 개의 부서진 조각들에 둘러싸여 길고 힘든 탐색의 길을 걸어나가야만 했다.

내가 간직하고 싶은 조각들과 그렇지 않은 조각들을 걸러내야 하는 과정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P. 158


사람들은 자신들이 부지런히 일구는 저지대 밭과 키스를 나누는

머리 위쪽의 넝쿨 시렁에 독을 품은 줄기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지.

어디를 찾아봐야 하는지 아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거야.

P.176


오래전에는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면

내 고통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

내 고통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거든.

한주 한주가 지나면서 내 뼈마디가 붓고 아프기 시작하더구나.

이런 독약을 파니까 내 안이 망가져 가는 게 분명해.

(...)

여자들의 병을 치료해 주려고 애쓰면서도 나 자신의 병은 조금도 치료할 수가 없구나.

내 슬픔은 20년이 지났는데도 사라지지 않아.

(...)

이 고통을 없애주는 약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P. 187


한 가지 확실한 건 꿈은 중요하다는 거예요.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은데 못한다고요?

그걸 못하게 막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지금 뭘 하고 싶나요?

P. 38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