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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온
고승현 지음 / 99퍼센트 / 2022년 4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신을 믿고, 철학을 하며, 세상을 규명하기 위해 탐구한다. 형태는 다를지라도 그 이유는 같지 않을까.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디로부터 왔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 이데온에서도 자신들의 근원을 알고자, 세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천공을 뒤덮은 회색 기체는 무엇이며, 그 너머에는 파란 하늘이 있다는데 진짜인가? 목에서 케이블이 튀어나오는 이드는 무엇이며, 이드가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디로 보고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어느 날 중단되고, 연구를 진행하던 이들도 사라진다. 이야기의 주인공 펭은 수상하기 그지없는 사태에 연유를 밝히고자 했으나 시작도 전에 윗선에 가로막히고, 직장까지 그만두게 된다. 세상에 물음을 던진다는 행위에 이토록 격렬히 반응하는 이유가 궁금해지고, 그 모습이 똑똑한 국민들을 싫어하는 오늘날의 정치인들 같아서 화가 난다. 무엇을 그리 감추는 것인지!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들을 처리하고자 하는 이들도 계속해서 등장하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공상과학 다운 무기들과 탈것이 치열한 술래잡기를 이어나가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진실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 그 밑바닥에는 생명과 창조의 위험성 대해 계속 말하고 있다. 맨 처음 말했듯이 우리는 세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없는 물음만 생겨날 뿐이다. 그러나 연구한 자료를 활용해 우리와 같은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조절할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유전자조작을 하고, 인공 생물을 만들며,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다. 어느 선까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지도 모르면서 많은 것을 만든다. 조절이라니 얼마나 오만한 단어인가. 그 오만함으로 창조된 생이 우리의 손을 벗어나고, 진화해서 만들어진 세계가 이데온에 표현되어 있다. 필멸의 존재가 만든 영원한 생과 영생의 존재가 만들어낸 필멸의 생이 서로를 부러워하는 모습에 아이러니함을 느끼고, 이데온의 선택이 무엇인지 곱씹을수록 웃음이 피어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 한마디 안 하면서 감동은 다 주네.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체에 가까운 존재에게
처음으로 드러낸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은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P. 11
톱니바퀴는 옆의 톱니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톱니바퀴는 자기가 왜 그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할 뿐이지요.
(...)
톱니바퀴는 시계탑을 만들 사람의 야심 찬 계획을
절대 알지 못합니다.
그저 부속품으로 태어나 부속품으로 살다가 사라질 뿐이지요.
톱니바퀴에 아무리 거창한 계획을 말해줘도
톱니바퀴는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가 시계탑의 전체 모양을 볼 일은 없기 때문이지요.
(...)
시계탑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P. 155
숨어서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숨어서 지켜보는 길을 택해야 했어요.
P. 37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