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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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만화, 게임과 같은 많은 콘텐츠에 그리스 로마신화를 접할 수 있다. 성경과 더불어 서양문명의 바탕이 되는 신화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이리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어떠한 부분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 궁금해 읽어보게 되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지 10년은 넘었는데, 글자를 읽을수록 만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눈앞에 그려졌다. 크로노스가 자식들에게 위협을 느껴 삼켜버리지만 결국은 제우스를 놓치고, 삼켰던 자식들을 도로 토해내며 권좌를 빼앗기는 장면.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불을 주고, 독수리에게 가슴을 물어뜯기는 장면. 곳곳에 들어간 명화들이 만화의 중간을 옮겨놓은 것처럼 나의 상상을 도왔다.


옛날 만화를 다시 보는 감회에 빠져 감상하고 있으면, 만화에서 생략되었던 시인들의 아름다운 노랫말이 나를 놀래 켰다. 그리스 로마신화가 여러 작가들에 의해 쓰인 이야기의 집합체이듯. 여기 나오는 노랫말도 한 시인의 노래가 아니다. 여러 시인들의 언어를 읽고 있으려니 신화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이야기 자체에 가득 흘러넘치는 낭만이라 생각한다. 겨울은 춥고 봄에 풍요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신화는 이리 대답한다. 페르세포네가 데메테르를 만나기에 꽃이 피어나 풍요로워지고, 다시 페르세포네를 떠나보내야 하는 데메테르의 슬픔으로 인해 생명이 싹을 틔우지 못한다고. 숲에서 소리치면 어째서 울리는 것일까? 이 질문에 신화는 헤라에 의해 남의 뒷말만 따라 할 수밖에 없는 에코의 사연을 들려준다. 자연 현상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해답은 시대를 넘어 낭만적이다.




황토색 개를 보고 누렁이라 하고, 셋째를 삼식이라 칭한 게 먼 과거가 아님을 상기해 보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흐르는 낭만적 색채는 정성까지 느껴진다. 이런 이야기를 어찌 싫어할까. 과거 만화로 접했을 때는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꽃 이름 하나에도 신화가 담겨있다. 에코가 사랑한 남성 나르키소스가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기에 그의 이름을 따 나르키소스(수선화)라 한다. 아도니스의 핏방울이 적신 곳마다 피어오른 꽃을 아도니스라 한다. 그 이야기와 함께 이름을 음미하고 자연을 바라보자 참 낭만적이다. 이런 낭만과 명화들 덕에 500페이지가 눈 녹듯 사라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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