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특별한 선물 - 육필서명 필자, 강인섭 김광균 김광협 김구용 김동리 김문수 김민부 김승옥 김영태 김종길 김태규 김현 김현승 마광수 문덕수 문익환 박남수 박두진 박목월 박성룡 박종구 박화목 박희진 서정주 석용원 송상옥 송수남 신봉승 오규원 이경남 이상보 이승훈 이청준 이탄 이해인 임인수
박이도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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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필, 말 그대로 직접 쓴 손글씨를 말하는 것이다. 48명의 문객들로 받은 육필서명본을 한 데 모아놓으니 절경처럼 느껴진다. 바탕체도 아니고, 굴림체도 아닌 각자의 손글씨로 적힌 글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획일적인 글씨체로 문자를 주고받는 시대에는 못 느껴볼 정서다. 여기에 더해 육필서명본을 써준 인물에 대한 추억을 더했다. 그래서 서명본이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 육필서명본과 함께 이제는 못 만날 시인들이 남긴 시를 읽으며, 그들을 추억해 본다.

육필의 개성만큼 인생도, 시도 다양하다. 수록된 동시, 한시, 참여시, 장시를 읽고 있으면 시를 왜 도외시하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시가 그리워진다. 언론이 이자 시인인 이경남 시인의 「유월의 이데올로기」를 읽는 동안 탄식을 하고, 마광수 시인의 「자살자를 위하여」를 읽으면 울적해지고, 전봉건 시인의 -눈 내린 광장을/한 마리 표범의 발자국이 가로질렀다.-로 시작하는 「꽃. 천상의 악기」를 읽으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만월이 된 활처럼 팽창한 욕망-이라니! 직설적인 것도 좋고, 은유적인 것도 좋다. 그리고 김종길 시인의 한시 또한 만나볼 수 있었다. 한시를 만날지 꿈에도 생각해 못해서 더 반갑고 즐거웠다. 한시의 명맥이 끊이질 않길 바라는 박이도 시인의 마음에 동의를 하며 시를 감상했다. 김구용 시인 「뇌염」은 70년 전에 쓰인 시이지만 현시점을 관통하는 것도 놀랍다. 이외에 다양한 시를 읽으며 현시대를 관통하고, 마음을 관통하는 시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시인들을 이야기하는 박이도 시인의 문장은 그리움이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

박이도 시인의 첫 스승인 한실 이상보 박사님의 이야기에서 마주한 ‘우리의 말글살이는 어떠합니까?’는 질문에 요즘의 말글살이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시대에 따라 언어가 없어지고 생기고를 반복한다지만 거기에 한국의 얼은 남아있는지는 의문이다. 짧게 소개된 글이지만 왜 귀감이 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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