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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
EBS <예술가의 VOICE> 제작팀.고희정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평점 :
그림도, 음악도, 무용도, 글도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 없지만 감상하는 것은 좋아한다. 그림을 관람하고, 음악을 듣고, 무용을 보고, 글을 읽는 것도 마냥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직접 창작하는 것보다는 쉽고, 내가 못 하는 행위에 대한 동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작품에 빠져 자유롭게 감상하다 보면 궁금해진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들게 된 것일까? 의도가 궁금하고, 그 의도를 갖게 된 이유와 삶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예술가 8인의 ‘처음’을 묻는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솔직히 시인 나태주, 배우 박상원 두 분 빼고는 처음 본 분들이다. 만화가 이종범 작가님은 이름만 알았고, 피아니스트 김정원, 조각가 최우람, 디자이너 이영연, 건축가 이충기, 안무가 허윤경은 정말 처음 접해본 분들이다. 모르는 분들 절반인 책을 내가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펼친 자리에서 다 읽었다.
김정원 피아니스는 7살에 피아노에 매료되었고,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치기를 소망하게 된 유년 시절을 지나 쇼팽 콩쿠르에 출전하게 된다. 그러나 결선에 오르지 못하고 떨어져 좌절감을 느껴 방황하는데, 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그에게 우승자 대신 무대에 서달라는 연락이 온다. 한 평론가가 그의 연주에 공감한 것이다. 그에 힘입어 오늘날에도 피아노를 연주를 이어나간다. 나 또한 타인의 공감에 힘입은 기억이 있어서 동질감을 느꼈다. 나와는 결이 다른 유년 시절에 신기했으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에 반가움을 느끼며 남은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8인의 예술가 모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 이충기 건축가의 이야기가 내 관심사와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요즘 건축과 관련해 도시공학, 도시 계획의 시선으로 도시와 농촌을 보는 이야기에 매료되었는데, 여기서도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 건축을 볼 수 있었다. 건축을 통해 도시를 살리는 그의 이야기는 무분별한 재개발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장소의 가치를 지키는 건축을 하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왜 예술가 8인에 이충기라는 이름이 올라가있는지 알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