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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룰렛 - 중국공산당의 부, 권력, 부패, 보복에 관한 내부자의 생생한 증언
데즈먼드 슘 지음, 홍석윤 옮김 / 알파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2018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란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고, 그해에 영화도 개봉했다. 부를 축척한 중국인들의 재력을 보여주던 그 책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브랜드와 사치품의 나열로 가득해 머리가 어질한 그 책을 읽으며, 중국의 부에 놀라고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방식으로 그런 부를 축척해 세계시장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가! 그 의문이 <레드룰렛>를 읽으며 해결되었다. 휘황찬란하던 세계가 사실은 해적들의 연회였다.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장제스의 국민당을 몰아내고, 공산혁명을 일으킨다. ‘타고난 불순분자로’로 공산 치하의 핍박을 받아온 친가와 ‘애국적인 화교’로 대우받는 외가 사이에서 태어난 데즈먼드 슘은 상하이에서 홍콩, 미국을 거쳐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격변하는 중국을 마주하고, 멋지게 성장할 중국을 떠받치는 한 기둥이 되고 싶은 열망을 느끼게 된다. 공산주의라는 억압 속에서 성장을 갈망하는 경제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겉만 중국인일 뿐 속은 자본주의 서양인이나 다름없던 그가 중국의 생태에 적응하지 못하던 그때, 그레이트오션의 회장 ‘휘트니 단’을 만나게 된다. ‘꽌시’의 중요성을 알고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자인 휘트니와 사업적 통찰력이 뛰어난 데즈먼드 슘이 결합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여 나간다.
휘트니와 데즈먼드의 사업 속 마주한 중국의 ‘꽌시’는 정말 부정, 부패의 온상이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애매모호한 법에 적용되지 않기 위해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치는 행위가 ‘꽌시’였다. 맨 윗선을 만나 바치고, 중간 관리자들에게도 바치고, 말단 직원에게도 바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다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관련된 모든 인물을 찾아가 이런 꽌시를 맺어야 했다. 데즈먼드는 휘트니를 통해 이러한 꽌시를 배우며 중국에 적응해 나간다. 완벽한 파트너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며 승승장구한 데즈먼드에게 1억은 이제 놀랄만한 액수도 아니다. ‘꽌시’와 사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보여준 다음, 데즈먼드와 같이 경제성장기에 부를 축척한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주체 못 할 재산을 소비하는 방식 또한 보여준다. 데즈먼드의 시선을 따라 부를 쌓고 소비하는 중국 사회는 신기하고 매스껍다. 이해 불가능한 세상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것이 우리의 이웃나라다.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중국 사회가 그대로 그려지는데도 놀랍다. 중국의 전통주조차 해외에서 찾을 정도로 중국은 짝퉁의 천국이고, 병원에 제값을 지불해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으며, 믿을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것을. ‘꽌시’를 통해 아무리 친밀해져 봤자 서로가 서로의 장기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유용함을 간직해야 하며, 타인의 불행이 나에게 옮을까, 과한 관심은 금물이다. 누가 물에 빠지든 상관 안 하며, 살려줬더니 봇짐 내놔라 하는 중국인의 태도를 형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런 사회였다. 불신의 사회와 당의 변덕에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책 전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불안 불안한 상황 속 희망의 끈을 잡고 있던 데즈먼드가 안타깝게 느껴지면서 중국을 사랑하는 맹목적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불합리한 부분에서는 눈을 돌리고, 중국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는 모습이 모순 그 자체였다. 그리고 드디어 시진핑이 등장하고 공산주의가 발톱을 들어낸다.
저자 데즈먼드 또한 전형적인 중국인이다. 본인도 그걸 숨기지 않고 책에 들어내고 있다. 문화혁명 때 먼발치에서 관망했으며, 홍콩 독립운동을 현지에서 직접 방해한 인물 중 하나이다.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굳이 입에 담지 않는다. 당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처가 사라지고 입을 열었다. 이것이 현재의 중국이다. 그 사회를 살아본 인물이 보내는 경종,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