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3
메리 셸리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핼러윈데이의 대명사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을 상상하며, 혈흔이 낭자한 호러 SF를 예상하며 책을 펼쳤다. 어떤 끔찍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야기는 북극을 탐험 중인 로버트 월튼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고,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에 쓰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프랑켄슈타인은 대학으로 진학해 좋은 스승을 만나 자연철학을 공부하게 된다. 불가능을 꿈꾸는 연금술과 현대에 이룩한 화학을 습득한 그는 생명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했으며, 그 탐구욕은 결국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깨달음이 번개처럼 번쩍이고, 영감이 신경계의 반응처럼 온몸을 타고 흐르는 속도로 광기에 젖어가는 프랑켄슈타인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활자를 내달렸다. 생명을 알기 위해 시체 안치소로 찾아가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을 목도하고, 유골에 손을 대고, 인간의 신체를 헤집는 행위가 연쇄반응처럼 이어져 인간 윤리를 벗어나는 것에 경악하는데, 동시에 호기심에 빛나는 순수함이 느껴질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생명의 탄생에 대한 숭고함과 환희가 아닌 끔찍한 존재에 대한 공황이었다.

 

정교한 비율로 만든 사지와 아름답게 빚어내려 했던 내 선택들. 아름답게! 아름답게라니! 그의 노란 살갗은 근육과 혈관을 겨우 가리기에 급급했고 윤기가 흐르는 흑발은 미역처럼 출렁였다. 이빨은 진주알 같았고 눈두덩과 별반 다를 바 없던 축축하고 허연 눈알, 그리고 꾹 다물고 있는 거무죽죽한 입술까지, 눈에 띄는 놈의 외모가 오히려 그를 더 끔찍한 생명체로 보이게 만들 뿐이었다. p.79

 

새로운 종의 창조주가 될 자신을 상상하며 생명을 탄생시켰으나, 막상 탄생한 생명체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조차 상상할 수 없는 참혹한 괴물을 목도하고 고통스러워하다 오랜 고향 친구를 만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과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려 던 프랑켄슈타인 앞에 괴물이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괴물이 말한다. 내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고. 나에게 차갑게 굴지 말아 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그대가 만든 피조물에 그 어떤 호의도 보일 수 없단 말인가? 이렇게 그대에게 선과 연민을 애원하는 데도? 내 말을 믿어보게, 프랑켄슈타인. 나는 선했고, 나의 영혼은 사랑과 인류애로 넘쳤다. 그대, 나를 만든 창조주여, 그대가 나를 이토록 증오하는데 하물며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은 다른 인간들은 나를 어찌 보겠는가? p.154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과학자라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신음만 내뱉을 거라 생각했던 괴물이 사실은 훌륭한 달변가에 섬세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에 더한 충격을 받았다. 생명을 받은 순간 버림받은 존재, 자신을 증명해 줄 창조주조차 버린 존재가 홀로 세상을 느끼고, 알아가고, 다가가는 과정이 경이로웠고, 흉측한 외모 때문에 외면당해도 다가가길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애달팠다. 세상을 동경한 섬세한 아이, 그러나 끝내 내쳐진 가엾은 존재. 이름조차 없어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리는 괴물의 이야기에 끔찍함을 기대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