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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한주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철학을 어디서부터 접근해 볼까 하다가 세상살이에 필요한 철학을 제목으로 하는 이 책을 골랐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광범위한 철학을 다루며 저자의 시선으로 두루 살펴보고 추가로 배워보고 싶은 철학자를 선택하는데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는 만물의 근원을 찾는 것으로부터 철학은 출발한다. 과학이 발달한 이성의 시대에 왜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 분명한 학문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 탈레스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 했고, 피타고라는 ‘수’를 만물의 원리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장이 아니라 하나의 원리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있다. 현재 접하는 당연한 개념들이 고대의 철학자들의 영향이고, 여전히 우리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저자의 관점을 따라 철학자들이 말한 내용보다 철학자들의 프레임 사고에 주목하며 고대 철학 파트를 읽어나갔다.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위대함과 니체 ‘신은 죽었다.’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여성해방 사상으로, 그리고 현대의 페미니즘 사상으로 이어지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가 ‘인간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로, 생각지 못한 해석이라 놀라웠다. 철학소개와 더불어 철학자의 생애도 언급하는데, 키르케고르의 생애를 엿보고 키르케고르의 철학이 더욱 궁금해졌다. 절망하기에 앞으로 나아간다는 키르케고르가 알랭의 행복론 보다는 더욱 공감이 가는 주제로 다가왔다. 정치가이며 철학자로 큰 절망을 겪어보지 못한 알랭보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절망스러운 삶을 산 키르케고르의 글에 궁금증이 일었다.
철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철학용어가 수두룩 나오는 부분이 많아서 읽는데 난항을 겪었다. 특히 유물론은 개념설명 조차 불친절하다. 유물론 자체가 한 번에 알기 어려운 개념인건 알겠는데, 유물론 초보자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형태로 설명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뒤에서 유물론이 다시 언급되어 뭐였더라 하고, 앞으로 가서 읽으면 이해가 안 된다. 이 외에도 철학 용어들의 나열만 있는 심각한 부분이 많아서, 그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 읽기 좋은 요약본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제한된 페이지 안에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많이 보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