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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양장)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0월
평점 :
한 소녀가 죽으며 학교가 발칵 뒤집힌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다름 아닌 소녀의 단짝친구. 그날의 일을 기억 못한다며, 본인이 죽인 게 아니라는 아이의 말이 과연 사실일까.
죽은 서은의 유일무이한 친구였던 주연은 능력 있는 부모를 배경으로 두었으며, 활달한 성격에, 예쁘장한 외모, 성적도 준수해 또래의 선망인 아이였다. 그런 주연이 옆에 두는 아이는 다름 아닌 한 부모 가정에 문제집 살 돈도 없어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정도로 생활이 궁핍한 서은이었다. 누구나 친해지고 싶은 아이와 아무도 친해지고 싶지 않은 아이. 이 둘은 과연 진정한 친구였을까?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이 둘의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중학교 동창, 같은 반 친구, 학원 동창, 서은이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점주, 학원 앞 편의점 점주, 프로파일러, 정신과 의사, 중학교 시절 학원 선생님, 서은의 남자친구.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서은과 주연의 관계가 들어난다.
착한 심성을 가진 서은과 그를 이용하는 주연. 먹는 것을 사주고 자신은 안 입는 다며 새 옷과 신발을 선 듯 준다. 그것을 빌미로 시녀처럼 부려먹는다. 친구를 살뜰히 챙기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공주와 시녀 놀이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시은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장난감의 반항에 화가 난 철부지 공주. 남들의 입으로 그려지는 지주연의 실체는 그랬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주연의 모습이 물질적으로만 풍부한 아이의 비틀린 애정 같아 애처로우며, 사회적 약자지위였던 서은의 모습이 언더독을 불러일으켜 이 사이코패스가 얼른 처벌 받길 바라는 심정이 되어갔다.
그러나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며 겉으로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 믿으며, 입맛에 맞게 재단된 이야기가 사실이라 단언하는 독자와 인물들의 오만함에 돌을 던진다. 당사자도 아닌 주제에 무엇을 진실이라 말하는가. 단 한 줄짜리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몇 명의 사람이 필요했던가.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제목을 곱씹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타인의 입을 통해 그려지는 주연의 모습과 소설 속 주연의 모습은 상당한 괴리감을 형성하기에 주연을 믿고 싶어지지만 마음 한 구석에 의혹이 계속 피어난다. 저 아이의 말이 믿을 만해? 자해하고 폭행당했다며 우는 저 아이가? 놀 수 있는 친구까지 지정해 주는 저 아이가 정말 친구라고? 어떻게? 흡입력 있는 설득과 잔인한 진실이 악마의 속삭임 같은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소설 # 죽이고 싶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