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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짬뽕 탕수육 ㅣ 나의 학급문고 3
김영주 지음, 고경숙 그림 / 재미마주 / 1999년 7월
평점 :
처음 전학 간 학교는 낯설죠.
아이들의 얼굴도, 학교 환경도, 더욱이 놀이 방식도 말이지요.
당연히 그런 주인공에게 화장실 변기를 놓고 "왕 거지 왕 거지" 자리를 정하는 놀이는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지퍼를 내리고 이미 볼일을 보고 있으니 갑작스럽게 거지 자리에서 왕 자리로 옮겨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어른들은 볼일이 급한데도 거지 자리엔 서지 않고 왕 자리에만 줄을 서서 다리를 베베 꼬고 서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어릴 적에 이런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할 놀이를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자이기 때문에 소변기를 놓고 "왕 거지" 자리 정하는 놀이는 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주인공이 결국엔 "왕 거지" 로 좋고 나쁜 자리로 정했던 소변기 자리를 "짜장 짬뽕 탕수육"으로 다르게 부르면서, 짜장면은 맛있어서 좋고 짬뽕은 얼큰해서 좋고, 탕수육은 비싸고 특별해서 좋은 자리로 변하는 것을 볼 땐...
이 아이 내 옆에 있다면, 그 놀라운 창작력에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스토리를 따라서 읽었고, 두번째 읽을 때는 그림을 보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읽을 때는 내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며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