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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안나 까레니나 1~3 - 전3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엄청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며칠 동안 심장이 벌렁거렸다.
요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푹 빠져 본방 사수하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접한 창비세계문학 시리즈를 훑어보다가 <안나 까레니나>를 접하게 되었다.
시놉시스를 읽고, '어? 이거 <부부의 세계> 플롯 같은데'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안나 까레니나>를 알라딘에서 구매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첫 문장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서로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들은 각각 나름대로 불행하다.- 제 1권 제 1부 p11"
이 첫문장은 어쩌면 내 삶의 숙제인 결혼에 대한 해답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있는 내용만큼 캐릭터의 이해가 필요한 책이다. <안나 까레니나>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은 대략 150년 전 소설의 등장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 중 누군가와 닮아있다.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인물 관계도도 만들어보았다.
<안나 까레니나>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모두 내적, 외적 성찰을 통해 갈등하고 성장한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그러나 주로 안나와 브론스끼, 까레닌의 삼각관계를 그려낸 영화 리메이크가 많다는 점에서 로맨스에 중점을 두자면 안나와 브론스끼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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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니나>를 읽다보니 정말로 요즘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끊임없이 오버랩되었다.
그 공통점을 정리해보았다.
사실 <부부의 세계>는 영국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즐겨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원형은 결국 고전에서 나온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배우자에게 배신 당하는 <안나 까레니나>의 까레닌과 <부부의 세계>의 지선우의 상황은 거의 일치하였다.
뿐만 아니라,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의 이야기도 굉장히 비슷했다. 나는 이러한 점에서 <안나 까레니나>가 <부부의 세계> 혹은 <닥터 포스터>의 실제 원작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부의 세계>는 절대 <안나 까레니나>의 발끝도 따라갈 수 없다.
왜냐하면 <부부의 세계>는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여인의 애처로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면, <안나 까레닌>은 사랑과 파멸을 비롯한 정치, 종교, 삶과 죽음, 가족 등 더욱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가 킬링 타임용 이야기라면, <안나 까레닌>은 내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도서이다.
그것이 상업 드라마가 갖는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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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니나>는 그동안 수차례 영화로도 리메이크 되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 리뷰를 보고 <안나 까레니나>의 영화를 먼저 보고자 한다면 당장 말리겠다.
그 누구도 톨스토이의 원작을 흉내낼 수 없다. 그가 이 소설에 담은 안나의 본질적 매력과 생명력은 그 어떤 훌륭한 배우도 연기할 수 없다. 외적인 아름다움의 가면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정말 경박하고, 촌스러웠다. 톨스토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는 싹둑 잘라버렸다.
그래서 나의 인생 소설이 된 <안나 까레니나>를 단순한 불륜 이야기로 타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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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니나>의 주인공은 표면적으로 안나가 맞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실제 주인공은 레빈이다. 그가 이 소설의 진정성 있는 주제를 쥐고 있다.
그리고 레빈은 작가 톨스토이와도 닮은 구석이 많다.1847년 톨스토이는 자신이 출생한 야스나야 뽀라냐로 돌아와 농노들의 생활개선을 목표하였고, 1849년에는 농민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시도하였다. 레빈 또한 농부의 삶을 수시로 이야기한다.
또한 형 니꼴라이도 비슷하다. 책속의 니꼴라이, 톨스토이의 실제 맏형 니꼴라이 두 사람 다 죽음을 맞이하고 톨스토이가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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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잘못하면 <안나 까레니나>라는 위대한 소설이 '불륜을 저지르면 비극을 맞이한다'라는 주제로 이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직접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랑하고 있는가. '자신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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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창비세계문학을 읽고 여러 가지 이유로 놀라게 되었다.
1. 번역에 대한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다.
2. 주류 문학이 아닌 소개되지 않은 책을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는 창비의 정신
3. 번역에 상당히 공들인 티가 난다.
4. 전체적으로 섬세하였다.
5. 부담이 없었다.
<안나 까레니나>를 시작으로 창비세계문학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꼼꼼하게 읽으며 고전 문학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성장하는 독자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