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순간 : 시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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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소풍 전날이면 어머니가 제게 삼천 원을 주셨지요. 그 돈을 들고 가게에 가서 과자와 음료수를 샀어요. 초코파이 한 박스(천이백 원이었나요?), 고래밥(이건 이백 원?) 등등. 과자를 고르면서 계산을 잘해야만 했지요. 음료수도 사야 했으니까. 봉봉인가 쌕쌕인가, 오렌지 알이 든 주스도 샀지요. 두 시간을 걸어가서 이마에 땀이 어느 정도 맺히면, 선생님들은 다 왔다며 가져온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라고 하셨는데 봉봉인가 쌕쌕인가 식어서 맛이 밍밍해진 주스를 단숨에 마시고 나면 그 알이 캔 안쪽이 조금 남아 있죠. 그러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혀끝으로 그 알루미늄 캔의 날카로운 구멍을 더듬습니다. 힘을 주면 혀끝이 베일 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은 지금도 혀에 남아 있는데, 그게 벌써 삼십년 전의 일. 어안이 벙벙하네요.

<우리가 보낸 순간(시) p.138>

 
  봉봉 알맹이를 먹으려 캔의 날카로운 입구를 혀로 더듬거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나 또한 참 오래전이네. 이제는... 저 글을 읽으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고, 문득 시간이 참빠르구나 싶다는 것을 어쩌면 저리도 위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얼마전에 했던 일상적인 일들이 참 아련한 옛날이 된 것이 참 많다. 친구들과 돈 만원에 신나하며 떡볶이를 먹고 노래방(?)으로 직행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것도 한참전의 일이고, 대학시절도 이제는 거슬러 가려면 2자리 수가 된다. ㅜㅜ

  어린시절의 우리보다 지금 우리는 그때보다는 조금은 시큼하긴하지만, 그치만 지나온 우리의 시간만큼 우리의 추억은 방울방울 모여 포도송이가 되었다. 앞으로의 우리의 포도송이도 더 재미나게 채웠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니까 조금은 슬퍼지는건 즐거운일도 물론 있지만 즐겁지 않은일도 가끔은 견뎌 내야한다는게 조금은 힘들고 아프다... 즐거운 순간, 그리고 아픈 순간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포도송이가 우리 인생의 포도송이인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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