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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기억
호사카 가즈시 지음, 이상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저마다 직업을 선택할 때 '돈', '일', '시간' 등의 기준으로 선택하게 된다. 제일 좋은 케이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것이겠지만, 그게 되지 못한다면 각 항목을 두고 어떤게 좋을까 저울질하게 된다. 이 책속의 주인공은 돈은 적게 벌지만 시간이 여유로와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한 일을 선택하였다.
이런 일치고 딱히 내가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많은 양을 하는 것도 아니니 동년배 회사원 수입에 비하면 꽤 적을 텐데, 사실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이 문제 삼으려는 것은 그보다는 오히려 내가 매우 한가하게 지낸다는 사실이기 때문에, 만약 내가 지금보다 세 배의 시간을 더 일해서 매일 바쁘게 산다면 그 대가로 수입이 세 배가 아니라 다섯 배 열 배가 되어도 더이상 트집을 잡지 않을 것이다(이런 엉성한 계산은 정말 싫어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엉성한 계산이 통한다).
오랜 시간 일해서 남들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은 좋게 보면서 반대로 수입은 남들보다 적어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사람에게 트집을 잡는 것은 노동을 미덕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시대의 잔재이고, 나는 노동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보다는 한가한 시간을 택한 것이다.
<계절의 기억 p.69>
직업 선택에 이어 이 책에서는 회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회사에 다니는 한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은 회사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니만큼 이러니저러니 해도 회사란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나는 역시 그것이 나의 이십대였다고 생각하고, 그만둔 사람들도 아마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계절의 기억 p.298>
하루중 잠자는 시간을 뺀다면 아마도 가족보다도 회사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0대에 입사하여 그 회사에 계속 다니게 된다면 그 사람의 20대는 = 회사에서의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렇다.. 대학졸업이후는..;; 회사에서의 시간이 참 중요한 시간이구나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 구절을 읽고 있으니....;;;
...... 처음할 때 같은 스릴이 없어졌어.
<계절의 기억 p.22>
처음에는 시켜주기만 하면 열심히 할 것 같지만, 막상 적응이 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지만 처음의 감사함과 스릴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초심의 마음을 얼른 찾아야 하는데 말이다. 문장문장을 읽을 때마다 직장인 사춘기인 나에게 이 책이 말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건 계절의 기억에 층이 늘어나는 거니까 말야.
<계절의 기억 p.245>
이 책의 제목이 <계절이 기억>이 된 것은 저 문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든다는건 계절의 기억에 층이 늘어나는 거일수도 있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 사람을 이루고 유지하는 것도 계절의 기억이 아닐까? 난 그것을 추억으로 부르고 싶다..
그보다는 주로 나이와 더불어 심해지는 일반적인 제약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것일 뿐이어서,
<계절의 기억 p.301>
올해부터 나이가 한국나이로 3x로 시작하다보니 나이에 대한 제약사항을 누가 옆에서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느끼곤 한다. 정말 나이와 더불어서 심해지는 일반적인 제약들이 몸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일반적인 제약들임에 틀림없다. 세계를 뒤흔들고 우리 마음속에 다가오는 위인들은 이것들은 다 뛰어 넘었다지... 한 번 왔다가는 인생 이렇게 사소하게 살다 갈텐가?... 아니지 아닌거지?...
이 책은 한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들의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이지만 위에서 발췌한 철학적인 내용들도 많은 것 같고...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 철학이 아닌가 싶다.
돈 버느라 바빠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별로 없는 현대인에게 많은 울림을 줄 소설인 것 같다. 소소한 일상이 먼 훗날에는 소중한 일생의 한 기억이 되지 않을까? 이 책속의 아들내미 그래서 은근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