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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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에 있는 S랜드는 야간개장을 하지 않으면 저녁 7시까지 오픈을 한다. 책의 제목과 같이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는' 문 닫을 시간에 마지막으로 손님들을 실어 나르는 마지막 코끼리 열차인 것이다.

  나는 작년 4월쯤 저녁에 당연히 야간개장을 하는줄 알고 S랜드를 느즈막히 찾았는데 왠걸 도착한 시간이 6시쯤. 곧 닫을 시간이라면서 입장을 하면 놀이기구 하나 탈 수 있는 티켓을 줬었다. 그래서 황당하게도 놀이기구 하나 타고 온 기억이 있다.

  '코끼리열차'라는 상징적인 느낌과 그 열차를 탄 기분 때문에 나는 그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근데 읽은 뒤 느낌도 좋았다. 한번쯤은 상상해 봤었을법한 이야기들이 신기하게도 이 소설집 속에서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 특히 공감가던 문구가 아래 문장 이었다. '우는 레스토랑'이라... 기발하기도 하고 독특해서 좋았다.

우는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싶어. 밥을 먹으면서 우는 레스토랑. 북미 쪽에는 그런 레스토랑이 벌써 생겼다고 하던데. 나도 그런 가게를 가지고 싶어. 손님들은 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놓고 울기 위해서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거야. 밥을 먹으면서 울다니, 어색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상당히 서럽고 간단해. 밥을 먹으려면 입을 벌리잖아. 입을 벌리면 울 수 있어. 실은, 입을 벌리니까 울 수 있는거야. 거기다 음식물 때문에 목이 꽉 막혀서 통곡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상태가 되는 거야. 손님은 먹으면서 울고, 더러운 것을 모두 테이블에 쏟아버린 뒤에, 깨끗해진 상태로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집으로 돌아가 열쇠구멍에 열쇠를 밀어넣으면서, 생각하는 거야. 괜찮아. 그것들은 모두 거기 테이블에 버리고 왔으니까.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p.86~87>

사만오천원이나 들여서 풀을 사고 힘들여 물을 채웠는데 즐겁지 않으면 억울하잖아.
즐겁기 위해서 샀지만 어쩌다보니 샀기 때문에 즐거워야 하는 야릇한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P는 K의 눈치를 살폈다.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p.110>

  모든 물건을 두고 그 값에 대한 값어치를 따지기 마련인데, 위의 문장에서 그것이 주는 독(?)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그냥 그 자체로 즐겨야 하는데 가격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면 왠지 억울하고 손해보는 느낌말이다. 특히 책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만큼 주고 샀는데 그만큼 재미가 없다'는 식의 생각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 값어치 만큼은 독독히 하는 것 같다.

  빡빡한 일상에 한번쯤은 상상해볼 만한 생각과 내가 직접 해보지 못하니 그 일탈을 이 책을 통해서 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 요즘 날씨도 좋은데 이 책과 함께 코끼리열차 타러 나들이 가는것도 추천해본다. 다행히 지금은 야간개장을 하니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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