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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진기록 - 세상이 깜짝 놀란
최승필 지음, 이창우 그림, 이희근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그제는 우리말 겨루기란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퀴즈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은 우리가 잘 쓰지도 않는 말들을 잘도 맞추었습니다.
그들이 맞춘 말들 중에는 처음 들어본 말도 많았습니다.
제 느낌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맞춘 말들은 앞으로 잘 쓰일 듯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퀴즈를 맞추기 위해
시험 전날 문제를 외듯, 우리말을 달달 외운 듯 보였습니다
“저런 단어를 잘 알면 정말로 우리말 달인이 되는 걸까?”
“띄어쓰기를 잘 알면 정말로 우리말 달인이 되는 걸까?”
“한글 맞춤법을 잘 알면 정말로 우리말 달인이 되는 걸까?”
저는 구성진 “우리말”말 대신 3300만원을 두고 벌어지는 피 터지는 “겨루기”만 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서양식입니다
상투는 105년 전에 잘려졌습니다.
그 때만 해도 “상투 대신 내 머리를 잘라라!”하셨던 분들도 계셨지만, 지금은 중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긴 머리를 단속하지요.
“身體髮膚受之父母(신체발부수지부모)”
이런 말들은 요즈음 학교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이지요.
갓과 패랭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모자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것을 열심히 하는 일을 홀대받아도
미국 야구 시합에서 홈런을 치거나, 피겨 스케이팅에서 일등을 하거나, 남아공아국에서 축구에서 골을 넣으면 우상이 되지요. 하지만 우리의 문화를 지키려 했던 장인들은 힘들게 살다 외로이 죽을 뿐이지요.
한복은 장롱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가 명절 때, 아이들만 잠깐 입는 옷이 되었지요.
집신이나 가죽신 대신 아이다스나 나이키면 최고로 치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우리가 배우는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윤리 이 모두 외국에서 건너온 것이고
우리가 국어라고 배우는 시와 소설도 알고 보면 개화된 이후 서양 문학을 따라한 한글로 써진 서구문학일 뿐이지요.
우리는 조선시대, 고려시대의 어떤 문집도 읽을 수가 없어요.
그 때 우리가 쓰던 글은 한자였지요.
옛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도 열손가락에 꼽힐 테지요.
사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비참합니다
너무도 작은 나라, 작은 나라의 작은 사람들이라서
중국에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었고(혹은 중국에 기대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또 많은 부분 미국에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지요(혹은 미국에 기대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지요)
우리의 말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져도
우리는 우리말을 가꾸고 닦는 대신
미국인들도 잘 쓰지 않는 영어단어를 외우기 위해 안달이지요
왜 그럴까요?
우리 스스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겠지요
우리나라의 문화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지요
한글이 백성을 위해 만든 위대한 말이라며
만원 짜리에 세종대왕 얼굴을 새겨 온 국민의 주머니에 넣어주었으면서도
국어사전은 그 과학적인 한글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비과학적으로 만들어지지요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ㄱ-ㅋ, ㄴ-ㄷ-ㅌ 순서로 한 획씩 더해 지금의 핸드폰 문자처럼 만들어졌다 하네요.)
그리하여 우리는 왜 그런 순서로 이루어졌는지도 모르는
ㄱ-ㄴ-ㄷ-ㄹ-ㅁ.......
이런 순서로 무조건 외워야 하지요.
꼭 나라가 작아서 큰 나라들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거예요.
스위스나 네덜란드, 덴마크나 노르웨이 등은 우리나라 보다 인구도 적고 기후도 좋지 않지만 세계에서 알아주는 선진국이잖아요
문제는 우리나라가 작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치하다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조선시대 한글 쓰길 반대했던 양반들에게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이런 저런 욕을 하면서도 우리의 언어생활을 보면 반은 영어에 젖어 있지요.
슈퍼에서 사는 과자 하나, 매일 마주치는 간판 하나도 겉모양만 한글일 뿐 실제로는 다 외국어이지요.
어른들은 길을 잘못 걸어왔어요.
그것도 한참이나 잘못된 길을 걸어왔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까지 잘못된 길을 걷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른들이 잘못 간 길을 아이들에게 등 떠밀고 있어요.
이제부터라도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주어야 해요
그리고 왜 중요한지,
그 쓰임은 어떻게 되는지 하나하나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한국인의 자존심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고 만들어낸 책 같아요.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이렇게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위대한지, 그렇다면 우리 역사의 위대함을 어떻게 이어받아야 하는지 하나하나 집어가며 말해주고 있지요.
물론 한 권에 너무 많은 내용을 넣으려 하다 보니 조금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핥기처럼 느껴지는 게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