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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쉽게 배우는 전기 - 전자기학의 기초에서 반도체까지 만화로 쉽게 배우는 시리즈
후지타키 카즈히로 지음, 홍희정 옮김 / 성안당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기는 어렵다.

“전기가 제일 쉬웠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중 고등학교 때

다이오드, 정류작용, 트랜지스터의 원리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부품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부품들로 이루어진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나에게 전자키드가 하나 생겨

우리 아이에게 가르쳐주려다보니까

나도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처럼

과학이 아니라 납땜만 가르칠 것 같았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을 찾던 중에 이 책을 집었다

우선 만화라서 쉬울 것 같았다




워낙 전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터라

이 책을 읽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상세한 그림으로 어려울 때마다 고비를 넘겨주어서 그런지

그리 어렵지 않게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전기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나 원리가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인터넷을 통해 찾아서 보충하면

충분히 좋은 교재가 될 듯하다




이 한권으로 전기에 대해 모두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귀한 책이다




워낙 생소하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 어려워하던 분야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에서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어려운 책뿐이었다

보통의 중고교(?)의 과학교육과 기술교육을 받은 나같은 사람이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이 책을 보면서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http://blog.naver.com/ponneuf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하지 않았던가

“과학은 쉽고 재미있다. 과학이 어렵다면 과학을 잘 모르는 과학자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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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전상국 / 세계사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나를 미치게 하소서!




두 귀를 막은 신은

애써 외면한다.

붉게 충혈된 두 눈을 거두지 못해

신은 또 한 번

제 앞에 놓인 두꺼운 철장을 뒤흔든다.

하지만 

신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철장은 결코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소문이 들려온다

철장에 갇힌 신이 죽었다고도 하고

신이 된 인간을 보았다고도 한다

혹은 자신이, 모두가 신이라며 두 팔을 부르르 떠는 이도 있다




나는 인간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나를 “사이코”라 부른다

좋은 말로는 아프다고 하고

다른 말로는 돌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내 주위에 깊은 해자를 파 놓고

친절하게도 두꺼운 철장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쯧쯧” 혀를 차며 안타깝다고 하고

안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알 수 없다

“사이코가 되지못한 사이코의 슬픔을…….”




만나고 싶다

자동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을……

하지만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서면 살아 움직이던 사람들은

멍한 표정의 자동인형이 되어 버렸다.




나는 매일 아침 만남을 기대하고 매일 저녁 쓰린 속을 달랜다

잠든 사람들은

가짜 눈꺼풀을 붙이고

삐쩍 마른 사람은

뚱뚱보 인형 뒤에 숨어버린다

제 모습을 잃은 사람들은

너나없이 인형 뒤에 숨어 서로를 위협한다




숨김 속에서 태어나 숨김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

더 할 것도, 덜 할 것도 없다

숨김은 본성이 되었다

숨겨야 근엄하고, 똑똑하고, 아름답고, 칭찬받는다

그 틈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점점 더 희미해진다




사라진 사람들

그들은 꿈속에서만 어렴풋이

본 모습을 만난다

그리곤 꿈속에서 만난 자신의 본 모습에 놀라

가위에 눌려 잠을 설친다.




전상국은 사람들의 도시에 가고 싶다

아주 잠시라도

너무도 조용해 미칠 것 같은

이 꼭두각시들만의 도시를 발칵 뒤집어 놓고 싶다

하지만 도시에 들어가기 전

그의 발길은 거칠게 제지당한다




아니,

평생을 다 바쳐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 치더라도

우리는 우리 밖의 우리에 가둬질 뿐이라는 것을

전상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함께 우리에 갇힌 이들

운 좋게 자신의 우리에서 탈출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이중 삼중

아니 수백 중으로 애워싸고 있는 우리를 뚫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사이코에 이르지 못한 얼치기 사이코”일 뿐이다




사이코조차 될 수 없는 나는

인간 동물원 속으로

비굴하게 기어들어간다




사이코란 말은

“권태라는 말보다 한결 창조적이요 인간적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이코는 없다

동물원 밖의 인형들이

사방에서 던져지는 샛노란 권력과 명예에 취해

짓무른 돈에 질식한 채

꾸역꾸역 입으로 삼키고 있는 인형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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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0
강용흘 지음, 장문평 옮김 / 범우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어른이 읽어내는 아이의 기억




기억은 제 모양을 잃었다

약한 살덩이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는 기억은

기어이 제 모양을 잃고 말았다




제 모양을 잃은 기억이

지난날을 만든다.

하지만 더듬더듬

손끝에 닿아 나를 당기는 이는

지금의 나




지금의 나는

이미 내가 아닌 나

벌써 나일 수 없는 나

그렇다고 예전의 기억도 아닌 나




나는 어제와 겹쳐 오늘로 가고

내일과 겹쳐 어제로 가고,

오늘과 겹쳐 내일로 간다

그리고 오늘을 따라온 삶과 기억은

제멋대로 이지러진다




기억은 내 삶을,

삶은 내 기억을, 한 쉬도 놓아주지 않는다

나를 따라 기억이 몸부림치면

기억을 따라 나 또한 몸부림친다

하나로 엮어진 나와 기억은

하나로 엮인 듯하지만 영원히 낯설다




“기억은 내가 아니다.”




때때로

미아가 된 기억,

주인을 잃은 기억들이 나를 찾는다

오래된 기억이 나를 찾아와 나를 만든다

묻어둔 기억이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어른인 나를 잡아채어

내 행세를 한다.




기억은 나를 주인으로 삼지만

내가 버린 기억들

쓰레기통에 처박힌 기억들이 나를 지배하고

지배할 수도 지배당할 수도 없는 나는

한 치 버티고 서 있을 곳조차 없다




강용흘의 초당을 읽었다

그곳에는 강용흘이 있었다

하지만 그 책에는 강용흘이 없기도 했다

그곳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었지만, 지워진 기억이 더 많았다

그 지워진 기억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 사이

나는 강용흘의 앙상한 기억의 나무만을 볼 수 있었다.

강용흘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버린

그의 삶 속에 뿌리내리지 못한 수많은 기억들

하나의 기억을 살려내기 위해

억지로 잘라낸 수많은 기억들




자신의 불완전한 기억을 보완하려는지

그는 수많은 아름다운 시들을 불러온다.

하지만 남에 집에 자리를 내린 시들은 아름답긴 했지만

가슴 깊이 파고들 힘은 없었다

감동받지 못해 뭉글어지는

가슴 한 편이 텅 빈 느낌




인용된 기억은

인용된 시를 낳고

인용된 시는 과장된 감정을 낳고

과장된 감정에 갈피를 잃은 내 마음은

길을 잃었다




그는 조선인이었지만

그는 일본인이기도 했고

그는 일본인이었지만

그는 미국인이기도 했고

그는 미국인이기도 했지만

그는 조선인이고 싶었고

하지만

그는 조선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되살리기에는 너무도 작은 조선의 기억.




마음의 쉼터를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서 찾을 수 없었던 강용흘은

애써 조선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너무 커버린 미국인 강용흘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조선은

지나치게 초라하거나 기대 이상으로 낭만적일 뿐이다.




어른의 숨결로 그리는 아이의 소설




내가 비극을 느꼈다면

그 또한 나라를 잃은 우리 모두의,

기억을 잃은 우리 모두의 설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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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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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해 보면 매일매일 잊고 삽니다

엄마와 아빠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고

친구들 같은 세계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넓디 넓은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 뿐입니다

반쪽을 찾아보리라 떠난 여행에서도

겨우 찾아낸 반쪽을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W를 봅니다

W는 세상과 내가 따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말라리아에 죽어가는 아이들과 진흙을 먹으며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라고 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친구들조차도

부부 사이까지

눈을 질끈 감고 나 몰라라 따로 사는 사람들에게

사라진 내 꼬리뼈를 잡고 늘어지며

멀리 검은 피부의 그들을 돌아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제 몸을 이리저리 긁적이고 있습니다

우간다와 아마존, 미안마를 돌아 다시 우간다로 돌아온 모기들이

제 머리에 들어차 윙윙 거리며 절 놓아주지 않습니다


삶이 뭔지도

사랑이 뭔지도

배움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불덩이 같은 고열에 시달리며 가짜약을 먹고

풀로 짓이긴 약을 바르며

죽음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죽어갑니다.

살아남은 아이들도

마음부터 몸까지 모두가 상했습니다.

살지 못하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도와주지 않는 대륙 저편의 사람들에게서

애써 눈을 돌리며

이제 단 하나, 자신을 끝까지 놓지 않는

죽음에게 자신의 작은 몸을 맡깁니다.

기꺼이 죽음에게 자신의 몸을 맡깁니다


체념조차 절망조차

사치일 뿐인 아픈 아이들


여기 동북아시아 한국이라는 나라에도

말라리아는 득실거립니다.


사람들 앞에 절망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때

죽음만이 옷자락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

한국의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은

차를 타고 바다로 뛰어들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농약통을 들고 삶을 반납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사망률 중에는 자살이 2위랍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귀한 삶이 자신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자살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그 또한 뉴스거리겠지요.


하지만 내 목숨을 뉴스거리에 쉽게 맡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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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의 힘
탁석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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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을 본다는 의미

대한민국의 50대를 본다는 의미는?


말을 조금 바꾸어 보자

매스컴을 말하지 않아도 사회의 인간 지형도는 지나치게 기형화되어 있다

소위 잘 나가는 한 사람은 농업에 종사하는 10000 사람보다 비중있게 취급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10000명의 사람들을 잊어야 한다.

애써 선택되지 못한 그들의 기억을 지워야 한다


탁석산씨는 이 책에서 한국의 국가대표 10명을 뽑았다

대한민국의 50대

내가 한국의 표준이 될 수 없는지 몰라도

내 주위의 50대는 여전히 힘겹게 생활하며 그다지 안정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이마에는 여전히 주름이 가득하고,

가장으로도 남편으로도 아버지로도

그 어떤 것 하나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 듯 싶다

내 주위에는

영어를 잘하는 50대도, 자아실현을 이루어가는 50대도, 민주화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50대도, 더불어 잘 사는 사회정의를 말하는 50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주위의 50대는

주어진 곳에서 묵묵하게 살고 있을 뿐

어제와 같은 오늘을, 오늘과 같은 내일을 지겹게 견뎌내고 있을 뿐

성공이라는 거대한 선물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애당초 포기해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방의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인간관계라고 해봤자 오래되고 별볼일 없는 친구와 소주 한 잔을 하는 정도이며

아이들 등록금을 위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내 눈에 비친 50대의 자화상을 포기하고는

탁석산의 시선에 기대어 본다

탁석산의 50대는 대한민국의 50대가 아니라

성공한 대한민국 50대이 뿐이다


농부여서는 안 되지만

도시에서 성공신화를 밟아왔던 새내기 농부라면 그들 틈에 들을 수 있고

노동자거나, 힘없는 가장이라면 결코 들 수 없지만

의사와 교수라면 다른 요건을 요란하게 포장해서라도 내놓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선수인 것이다


우리 시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들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탁석산의 반항을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곳에는 반항 대신 영웅에 대한 찬사만이 있었다


꼭 피를 보아야만

죽고 죽이는 혁명을 이뤄내야만

농민을 농민의 가치로 인정할 수 있고

어민을 어민의 가치로 인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넥타이를 매고 온 얼치기 농부들에게서는 이제 조용히 농부의 명함을 거두어주는 날이, 주인 잃은 모든 것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날이 조금 많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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