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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의 힘
탁석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을 본다는 의미
대한민국의 50대를 본다는 의미는?
말을 조금 바꾸어 보자
매스컴을 말하지 않아도 사회의 인간 지형도는 지나치게 기형화되어 있다
소위 잘 나가는 한 사람은 농업에 종사하는 10000 사람보다 비중있게 취급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10000명의 사람들을 잊어야 한다.
애써 선택되지 못한 그들의 기억을 지워야 한다
탁석산씨는 이 책에서 한국의 국가대표 10명을 뽑았다
대한민국의 50대
내가 한국의 표준이 될 수 없는지 몰라도
내 주위의 50대는 여전히 힘겹게 생활하며 그다지 안정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이마에는 여전히 주름이 가득하고,
가장으로도 남편으로도 아버지로도
그 어떤 것 하나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 듯 싶다
내 주위에는
영어를 잘하는 50대도, 자아실현을 이루어가는 50대도, 민주화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50대도, 더불어 잘 사는 사회정의를 말하는 50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주위의 50대는
주어진 곳에서 묵묵하게 살고 있을 뿐
어제와 같은 오늘을, 오늘과 같은 내일을 지겹게 견뎌내고 있을 뿐
성공이라는 거대한 선물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애당초 포기해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방의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인간관계라고 해봤자 오래되고 별볼일 없는 친구와 소주 한 잔을 하는 정도이며
아이들 등록금을 위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내 눈에 비친 50대의 자화상을 포기하고는
탁석산의 시선에 기대어 본다
탁석산의 50대는 대한민국의 50대가 아니라
성공한 대한민국 50대이 뿐이다
농부여서는 안 되지만
도시에서 성공신화를 밟아왔던 새내기 농부라면 그들 틈에 들을 수 있고
노동자거나, 힘없는 가장이라면 결코 들 수 없지만
의사와 교수라면 다른 요건을 요란하게 포장해서라도 내놓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선수인 것이다
우리 시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들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탁석산의 반항을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곳에는 반항 대신 영웅에 대한 찬사만이 있었다
꼭 피를 보아야만
죽고 죽이는 혁명을 이뤄내야만
농민을 농민의 가치로 인정할 수 있고
어민을 어민의 가치로 인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넥타이를 매고 온 얼치기 농부들에게서는 이제 조용히 농부의 명함을 거두어주는 날이, 주인 잃은 모든 것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날이 조금 많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