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구판절판


여기서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것은 '작은 것 다섯 장'을 내는 것만큼이나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늙은 강인호가 중얼거렸다. 성급한 결정이 아니라 외길이었다고, 젊지도 늙지도 않은 강인호가 말했다. 계승할 왕관과 물려받을 영토가 없는 한, 모두들 이렇게 그러려니, 하며 먹고산다고 늙은 강인호가 단정지었다.-28쪽

자음과 모음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내용의 십 퍼쎈트도 안된다는 기초적인 상식이 떠올랐다.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언어는 그 말을 할 때의 늬앙스와 앞뒤 맥락과 화자의 태도로 그 의미를 온전히 채운다.-52쪽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은 나라 아닌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그지 같을 줄은 몰랐어. 우리 많이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거 같아. 교욱청, 시청,다 얽혔어. 무진여고 무진고, 아니면 초등학교 아니면 처조카 아니면 무사모, 아니면 영광제일교회... 인호야, 글쎄 사십억이야. 사십억! 그 인간들이 우리 세금 일년에 사십억 가져다가 그런 짓을 한 거야. 예산 감시하는 시의회에 진정하러 가려고 남자 간사 보냈더니 허탕치고 왔어. 시의원들 몇명이 성폭행으로 성추행으로 입건된 상황이래. 것두 한 놈은 엘리베이터걸을 추행한 혐의야. 엘리베이터안에서... 너무 코미디 아니니? 우리 여기서 딸 키우고 살아야 하는거지? 이 발정난 나라에서, 응?-131쪽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165쪽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246쪽

읽는 내내 눈물이 글썽거렸다. 무력감이라고 해야되나... 아니면 나의 비겁함이라고 해야되나... "나만 아니면 돼"라는 대한민국 분위기... 과연 잘못된 것인가라고 반문해보고 싶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온다면 까물어치듯이 악쓰고 지랄하지만 자신이 아닐때는 그저 관객이 될뿐이다. 팝콘을 입에 물고 콜라를 빨대로 빨면서 "시발, 전마들 X 같네" 한다... 근데.. 그게 끝이다..
나만 저 무대위에 없으면돼... 라는 이 썩을 이기주의...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건지, 내가 우리가 그래서 세상이 그렇게 된건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100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