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1980.5월을 주제로 한 만화. 참 오랜만에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렸다. 얼마되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삶에 지칠때마다 가끔씩 망월동을 찾아가곤했다. 너무나 쉽게 살아가는 내 자신을 다시 바로세우기위해서..

 물론 그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 합리화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합리화의 결과로 좀 더 올바르게 살기위해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달라져봐야 삶은 그대로 흘러 가는 것인데, 몸부림 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작가의 말대로 만화는 잼있어야 한다. 물론 그 주제의 무게감으로 인해서 '재미'란 것이 쉽게 드러날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리고 약간은 허황된 복수를 전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능, 불가능하다는 이분법적인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남민전' 전사들이 부자들 담을 넘었다는 그런 행위들도 어떻게 보면 가능 불가능이란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역사적인 삶도 우리는 가능 불가능으로 재단할 수 없다. 어쩌면 그런 이분법적인 태도들이 변화가능성을 사전에 방해하고, 모든것을 하나의 틀안에 가두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이 만화는 잼있다. 그리고 눈시울이 젖어들게 만든다.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하고 단지 추상적으로만 받아들이는 1980년 5월 광주를 우리가 어떤 구체적 이미지로 자신의 머리속에 그리게 만든다. 특히 그 구성원들과 그 구성원들의 다음 세대들의 만남속에서 그것은 하나의 이어진 역사로 되새겨지게 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카는 말한다. 그러나 끊임없는 대화는 항상 연결되고 그리고 서로의 이해속에서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1980년 5월 광주 우리에게는 너무나 추상적인 이름이다. 그러나 '26년'속에서 현재와 현결되듯이 지금도 우리의 역사와 계속적으로 대화되어진다.

 너무나 자신의 틀안에 갇힌체 살아가는 것에 고통스러운 현재의 우리들. 그리고 자본의 논리속에서 허우적거릴수 밖에 없는 이 처절한 현재 속에서 잠시나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라'고 했던 어느 시인이 시구가 생각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역사를 노래하고 이해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쉽게 노래하는 것일지라도 필요한지도 모른다. 아예 노래자체도 행하지 않는 현실속에서는 그나마 자연스러운 노래도 필요하지 않을 것인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는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 니체의 잠언과 해설
박찬국 지음 / 동녘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산다는 것은 고통인가? 아니면 삶이란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반복되는 것인가? 어쩔수 없이 나약한 존재인 나는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더 나아가 그때 그 당시  내가  이것을 선택했다면 지금 나는 이러지 않을 것인데 하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부정의 연속의 날들... 수많은 부정속에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니체의 두가지 사상이 아닌가 한다. '운명애' 그리고 '영원회귀' 그 두가지 개념속에서 나는 나를 지탱하기 위해 인내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니체는 말한다. 사상이란 사람이 그 사상이 필요해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과연 그런것인가? 삶에 대한 부정속에서 과연 니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이 완만한 육체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정신적 고통. 아 이 지긋하도록 반복되는 육체적 고통과 거기서 파생되는 정신적 고통.

 아 여기서 난 또  '운명애'와 '영원회귀'를 외칠수 밖에 없는 것인가? 니체는 말한다. '완만하게 끊이없이 지속되는 고통이야말로 위대한 인간으로 가는 길의 하나의 요건이 된다고' 그러나 나약한 존재인 내가 과연 그 속에서 정말로 '초인'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그의 사랑은 나에게 또 다른 힘겨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삶이 주어지면 무너지거나 쓰러질 수 없다는 그 한가지 이유가 있는 한, 난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한다.  니체를 찾는 것은 어쩌면 나의 합리화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비록 그의 사상이 합리화에 불과하더라도 나는 쓰러지지 않기위해 그를 계속 찾아야 한다. 그것이 비록 그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나는 찾아가야 한다.

 '영원회귀' 모든것은 영원히 반복된다. 다시 삶이 주어져도 이 삶이 다시 반복된다는 그 허무주의의 극치의 한 형태. 그것을 니체는 영원회귀라고 말한다. 어쩌면 계속되어지는 고통과 아픔을 그는 또 다른 이름으로"영원회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니힐리즘의 극대화 상태. 과연 누가 그것을 그대로 긍정하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것의 긍정의 상태를 '운명애'로 그는 정의한다.

 그 처절한 허무의 상태를 긍정하는 상황을 그는 운명애로서 이 삶을 긍정한다. 비록 반복되고 고통되는 삶일지라도 삶은 사랑할 수 있는 그 무엇이란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영원히 반복되는 고통과 아픔또한 긍정함으로써 위대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삶의 순간순간을 사랑할 수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순간순간 충만함의 극대화와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 그리고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힘에의 의지'. 그 처절한 사랑의 모습..

 

 어쩔수 없다. 비록 현재 아픔과 고통이 계속되어진다고 해서. 이 삶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처절하게 사랑하고 순간순간 힘에의 충만함으로 존재할 뿐이란 것을. 이순간에도 되새기고 그리고 순간순간 생생하게 살아 있기위해서 오늘도 나는 그를 생각하도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의 사상이 그렇게 살도록하기위해서 나에게 다가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백산맥 - 전10권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태백산맥'  한때 나를 형성했던 책들 중에 하나이다.

 10년전 고등학교 3학년 꿈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날들이었다. 무엇을 위해서 살야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 지금보다도 훨씬 절실했던거 같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순간순간들.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나? 생각해보면 참 즐겁고도 맑은 때였던거 같다. 매일 매임 밤 11시까지 계속되는 학교 생활들. 특히 야간 자율학습.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밤 11시까지 우리는 학교에 남아있었다. 학교 도서관에 자신의 자리가 번호로 매겨져 있었다. 그것도 성적 순서로 도서관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나쁜 현상이라고 할수 있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은거 같다. 그 당시 우리에게는 성적이 모든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별거도 아니었다. 주위의 친구들? 성적순으로 앉아있는 모습속에서 우리는 경쟁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옆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들이 참 좋았었다. 옆에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 모르게 이야기를 하고 몰래 빠져나와 밤하늘을 바라보고는 했다. 그리고 잼있는것은 친구들 책상을 보면 참 다양해던거 같다. 물론 그 책상으로 인해서 혼이 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 책상에는 물론 참고서와 영어사전등 수험서들이 가득했던거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것은 그 가운데 '태백산맥'이란 책이 꽃혀 있었다. 10년전 그때만 해도 내 주위에 고3으로서 태백산맥을 펼치고 있는 아이는 별로 없었던거 같다.  공부를 하다가 지루할때 나는 그 책을 읽었다.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던 책이 아닌가 한다. 국민교육헌장이 아직까지 내 머리속에서 돌아다니고 있을때 였다. '공산당'이란 단어는 '악'이었다. 물론 지금도 공상당이라고 하면 악이라고 규정지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더 심했다.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외치던 한 어린이에게 감명을 받으면서 성장한 우리에게 있어 공산당은 무서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주었던거 같다. 좌익에 대한 새로운 평가. 신선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좌익에 대한 철저한 옹호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여지는 우익에 대한 비판적인 모습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객관성을 상실한 소설로 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진정한 '우익'이란 존재가 존재 하지 않았던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객관성의 상실이란 단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참으로 많은 존재들과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멋있는 인물도 많이 등장하고 거기에 대립하는 인물도 많이 등장한다. 염상진과 김범우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은 19의 나에게 참으로 많은 감정을 가지게 한다. 누가 옳고 그른 긋일까? 과연 선과 악은 존재하는가? 어차피 선과악이란것도 누군가의 규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일뿐인데. 그렇다. 단지 난 내가 느끼는데로 느끼면 될뿐이었다. 그리고 그 입장에서 나는 나의 신념과 의지를 만들어가면 될뿐이었다. 염상진의 투철한 모습과 그리고 민족주의자로서 김범우 과연 누가 옭고 그르다고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단지 염상진의 그 끊었는 투쟁이 그 당시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것도 나의 관점일뿐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관점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10년후 지금의 나는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느끼고 분노하고 슬퍼했던 것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나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결론은? 실패? 성공? 이야기하지 못한다. 물론 맘속 깊은곳에는 실패란 단어를 떠올리지만 지금도 만들어가고자 하기에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 그리고 스쳐간다. 어쩌면 내가 태백산맥을 다시 떠올린 것은 한 여인의 사랑때문일 것일지도 모른다. 정하섭을 사랑했던 여인 '소화'  '흰꽃 같은 여인' 이 떠오른다. 목숨을 걸고 사랑했던 두 사람. 너무나 아름다웠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어릴때 비파열매 하나를 주던 소년의 손과 그것을 받아들던 소녀의 모습. 그리고 자신때문에 고문으로 얼룩진 여인의 몸을 자신의 혀로 쓰다듬어주던 한 청년의 모습.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다. 단지 저렇게 무엇인가를 지켜주고 그것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물론 그 둘의 사랑은 천륜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고모와 조카의 사랑. 아 그러나 그러나........모르겠다. 그것이 과연 천륜에 어긋나는 것인지.............

'태백산맥'을 떠올리면 너무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가는데. 이렇게 밖에 못적겠다. 그러나 다시 떠올림 그 자체가 나에게느 중요한 거 같다. 진정 소중한 것들을 위해 그것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야 한다는 맘가짐. 그것이 아직까지 내 맘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시선집
김남주 지음, 염무웅 엮음 / 창비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남주 시인 !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 어찌하랴 지금 이순간 그를 부르지 않는다면 내 존재를 부정하게 되는것을...

참 오랜만에 영풍문고를 갔다. 약속장소로 서점을 오랜만에 정했다. 간만에 간 서점에서 일상에서 찌든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많은 책들. 그리고 읽고 싶은 욕망. 그러나 맘 한구석에는 귀찮음에 빠져버린 내 자신을 발견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옆에 친구에게  여러 출판사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너무나 텅비어버린 내 맘 한 구석을 발견한다. 너무나 답답하다. 그 답답함을 무시한체 친구에게 책 한권을 소개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교수의 책.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 책이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그 친구에게 책을 소개한다. 그러나 맘 한구석 쓸쓸함이 밀려온다. 30년 인생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나를 형성한 10대후반에서 20대초반까지의 모습들이 스쳐지나간다. 아! 이렇게도 변해 버렸는가! 맘 속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변한것. 그것은 곧 사실이기에.

친구에게 책 한권을 권한뒤 친구가 책 한권을 선물하고 싶다고 한다. 여러 코너를 왔다갔다 한다. 처음에는 철학코너 니체와 장자를 찾는다. 그러나 니체와 장자는 나를 거부한다. 어쩔수 없다. 그들을 진지하게 바라보기에는 내가 너무 변해 버렸다. 그들을 대하기가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다음 코너로 향한다. 맑스의 책들이 보인다. 맑스 역시나 두렵다. 니체와 장자 그리고 맑스 너무나 쉽게 다가갔다가 너무나 가볍게 대했던 모습이 싫어서이다.  어쩔수 없이 가벼운 맘으로 보기에는 역시 시다란 생각에 시집 코너로 간다. 시집 코너 역시 편하다. 당연하다. 일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냥 짧으니까. 무심결에 책들을 살펴본다. 순간 나의 눈에 잡히는 시집 한권이 보인다. "꽃 속에 피가 흐른다" 많이 접했던 문장이다. 순간 "잿더미"란 시가 생각난다. 그리고 난 시집을 꺼내 든다. 구멍난 동그라미 속으로 '남주'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너무나 해맑은 웃음이다. 너무나 행복하다. 시인의 그 웃는 모습은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나의 삶을 결정한 모습이다. 행복한 가운데 눈물이 흐를려고 한다. 난 잠시 눈을 돌린다. 아픔의 눈물인가 후회의 눈물인가? 아님 내 자신에 대한 자책의 눈물인가. 나는 눈을 돌려버린다. 시집을 꺼내든다. 그리고 표지를 벗긴다. 빨갛다. 책표지가 너무 빨갛다. 아 그리고 아프다. 책도 피가 흐르고 있다. 빨간 잠바를 입고 있는 내 모습 그리고 차가운 공기를 접하다가 들어간 서점속의 열기로 인한 내 얼굴도 빨갛다. 친구에게 친구야! '책표지랑 내 모습과 너무 비슷하다. 나 이 책 할래' 난 웃으면서 친구에게 내 생각을 모두 감춘체 이 책 사주라 하고 말한다.

친구와 책을 사들고 밖으로 나온다. 서점 밖으로 나온 순간 약간의 추위와 함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정태춘'씨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난 친구의 손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해 노래 소리에 취한다. 행복하다. 간만에 행복함이 물씬 다가온다. 난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던가? 지난 1년을 생각해보면서 난 스스로를 바라본다. 알고 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난 또 변할 것을.. 그러나 이 순간의 행복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남주 시인의 시집과 정태춘씨의 시집에 정태춘씨의 싸인을 받는다.

아! 그리고 난 친구와 헤어졌다. 그리고 지하철을 탄다. 난 지하철을 타자마자 시집을 꺼낸다. 빨간구멍속으로 남주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시끄러운 락음악을 듣는다. 유치하지만 주위 모든 대상을 잊고 싶다.  그리고 시집을 편다. 첫페이지에 환하게 웃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한장씩 시집을 넘긴다. 제1부의 첫시가 나에게 다가온다. ' 잿더미' 아 순간 멍해진다. 참 오랜만에 시인의 시를 읽는다. 아니 느낀다.  행복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다. 순간 약간의 전율이 일어난다.

아는가 그대는

봄을 잉태한 겨울밤의

진통이 얼마나 끈질긴가를

그대는 아는가

육신이 어떻게 피를 흘리고

영혼이 어떻게 꽃을 키우고

육신과 영혼이 어떻게 만나

꽃과 함께 피와 함께 합창하는가를............

...........................................

꽃이다 피다

피다 꽃이다

그것이다!

아! 뜻을 음미하려고 노력하다가 순간 멈춰버린다. 아 그냥 느낀다. 꽃과 피가 어떻게 하나로 되는지 그리고 영혼과 육신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를 그리고 그것들이 만나 어떻게 노래로 피어나는지를..

순간이지만 난 행복하다. 허위와 위선속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이지만. 그 순간은 다른때보다 훨씬 진실했노라고 스스로 만족한다. 그 만족이 행복으로 이어진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삶에 대한 긍정과 사랑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인가..

모든 그런 의미들은 별로 상관없다. 단지 행복하단것만이 중요했다. 난 지하철 안에서 홀로 행복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이이라. 이 시대의 한가운데서 진실하게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간 시인의 모습을 만났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현재의 나의 모습에 대한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난 한장씩 시집을 넘긴다. 그냥 그냥 아무생각없이 한장한장 넘긴다. 느끼기위해.느껴지는 시도 있고 그냥 스쳐보내는 시들도 있다. 그러나 난 행복했다. 아무 생각없이. 그리고 나의 모든 욕망과 허위와 가식을 잊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또 한번 행복하게 한다.  물론 안다. 그 시간이 흐른후 난 또 욕망과 허위와 가식을 껴안고 살아갈 것을..그러나. 조금은 조금은 행복하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내린다. 문득. 시인의 얼굴을 다시본다. 그리고 그냥 생각해본다. 다짐하지도 않는다. 왜냐고 다짐은 단지 나를 또 하나의 껍데기로 감싼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껍데기가 필요한 시점인것을 알지만..난 그냥 다짐하지 않고 생각한다.

 

"내가 믿는 것을 곧 진리로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끊임없이 걸어갈 것이다"

 

'오늘 하루 너무 행복했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 현대 해석학의 경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해석학 입문
리차드 E.팔머 지음, 이한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솔직히 뭔지 모르겠다. 한학기동안 이 책으로 철학수업을 들었다. 교수가 말하길를 해석학 입문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했다. 철저하게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잼있게 읽었다. 사실 해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한마디로 대답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해"란 단어를 생각하면 약간은 편하게 대할수 있는듯하다.

이 책은 해석에 대한 여러 해석학자들의 입장을 서술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두가지 흐름을 통해서 이야기 되고 있다. 무릇 해석학이란 차이에 대한 이해라고 할수 있다. 그 차이에 대해서 입장을 어떻게 취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관점이 생긴다. 이 책은 그 해석의 입장의 차이를 여러 해석학자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또한 그 해석학자들이 해석학의 역사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도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해석학을 전체적으로 파악할수 있는 장점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해석학 전반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알게 된것은 행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