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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1 ㅣ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다. 그러나 행복하다.
얼마만에 내 눈 시울이 붉어지는 건가? 이때껏 이렇게 나는 메말라져 가고 있었는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한다. 스스로의 아픔때문이었을까? 스스로가 메말러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아픔? 그것이었을까? 아니면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행복함이었을까? 눈시울이 붉어지는 가운데서도 계속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들이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 우리는 어떤 관계들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소중한 이들도 하나의 이용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필요의 대상으로 생각해서,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대상들에게는 가혹해지는 현실의 관계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속에서 메몰되어 살아간다.
강풀의 '바보'에서 나는 그 현대 우리의 삶속에 녹아 있는 그 처절한 죽임의 가운데서도 언뜻 살아나는 하나의 희망을 본다.
나의 눈물샘을 한없이 자극했던 여러장면중 하나. 승룡이의 동생이 아플때 그와 관련된 이야기 너무나 맑은 장면, 다시 보아도 눈물이 나려는 장면이 있따. 승룡이의 동생 지인이가 아플때 승룡이는 그의 동생에게 자신의 신장을. 오빠니까 당연히 이식해 준다는 말. 단지 오빠라는 이유로.
우리는 과연 그럴수 있을까? 단순히 오빠란 이유로 자신의 신장을 자신의 소중한 이에게 과연 줄 수 있는 것일까? 난 그 당연하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그리고 불가능하다는 말에 승룡이의 그 절규. 그리고 그 이후 친구 상수가 신장을 이식해준다는 데 있어, 승룡이의 반응. 당연하다는 듯이 기뻐 한다는 것. 그리고 고맙다는 맘에 우선해서 가지고 있는 그 당연함..
친구와의 관계. 무엇인가 해주고 받는다는 것이 그렇게 당연할 수 있다는 것이, 난 너무 행복하면서도 아프다.
우리는 지금 소중한 관계 하나하나도 단순히 돈과 이익의 관점에서 바로본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
바보에서 드러나는 그 '당연함' , 어쩌면 그런 당연함이 사라지고 있는 이 공간속에서 그 당연함, 어쩌면 진부할지도 모르는 단어 하나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함을 사랑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의 삶 속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죽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수없이 '당연' 아니 '사랑'을 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승룡이와 상수 그 둘의 그 당연함의 관계가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너무나 아프다.
그래서 난 오늘 하루. 당연하게 살고 싶다. 비록 하루밖에 생각안할지 모르지만. 그냥 내 주변의 소중한 관계속에서 그 관계가 만들어 내야할 '당연함'을 말하면서 살고 싶다..
오늘 하루 난 '당연함' 아니 '사랑'을 생각하고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