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 전10권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태백산맥'  한때 나를 형성했던 책들 중에 하나이다.

 10년전 고등학교 3학년 꿈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날들이었다. 무엇을 위해서 살야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 지금보다도 훨씬 절실했던거 같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순간순간들.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나? 생각해보면 참 즐겁고도 맑은 때였던거 같다. 매일 매임 밤 11시까지 계속되는 학교 생활들. 특히 야간 자율학습.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밤 11시까지 우리는 학교에 남아있었다. 학교 도서관에 자신의 자리가 번호로 매겨져 있었다. 그것도 성적 순서로 도서관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나쁜 현상이라고 할수 있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은거 같다. 그 당시 우리에게는 성적이 모든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별거도 아니었다. 주위의 친구들? 성적순으로 앉아있는 모습속에서 우리는 경쟁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옆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들이 참 좋았었다. 옆에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 모르게 이야기를 하고 몰래 빠져나와 밤하늘을 바라보고는 했다. 그리고 잼있는것은 친구들 책상을 보면 참 다양해던거 같다. 물론 그 책상으로 인해서 혼이 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 책상에는 물론 참고서와 영어사전등 수험서들이 가득했던거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것은 그 가운데 '태백산맥'이란 책이 꽃혀 있었다. 10년전 그때만 해도 내 주위에 고3으로서 태백산맥을 펼치고 있는 아이는 별로 없었던거 같다.  공부를 하다가 지루할때 나는 그 책을 읽었다.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던 책이 아닌가 한다. 국민교육헌장이 아직까지 내 머리속에서 돌아다니고 있을때 였다. '공산당'이란 단어는 '악'이었다. 물론 지금도 공상당이라고 하면 악이라고 규정지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더 심했다.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외치던 한 어린이에게 감명을 받으면서 성장한 우리에게 있어 공산당은 무서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주었던거 같다. 좌익에 대한 새로운 평가. 신선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좌익에 대한 철저한 옹호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여지는 우익에 대한 비판적인 모습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객관성을 상실한 소설로 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진정한 '우익'이란 존재가 존재 하지 않았던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객관성의 상실이란 단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참으로 많은 존재들과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멋있는 인물도 많이 등장하고 거기에 대립하는 인물도 많이 등장한다. 염상진과 김범우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은 19의 나에게 참으로 많은 감정을 가지게 한다. 누가 옳고 그른 긋일까? 과연 선과 악은 존재하는가? 어차피 선과악이란것도 누군가의 규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일뿐인데. 그렇다. 단지 난 내가 느끼는데로 느끼면 될뿐이었다. 그리고 그 입장에서 나는 나의 신념과 의지를 만들어가면 될뿐이었다. 염상진의 투철한 모습과 그리고 민족주의자로서 김범우 과연 누가 옭고 그르다고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단지 염상진의 그 끊었는 투쟁이 그 당시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것도 나의 관점일뿐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관점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10년후 지금의 나는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느끼고 분노하고 슬퍼했던 것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나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결론은? 실패? 성공? 이야기하지 못한다. 물론 맘속 깊은곳에는 실패란 단어를 떠올리지만 지금도 만들어가고자 하기에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 그리고 스쳐간다. 어쩌면 내가 태백산맥을 다시 떠올린 것은 한 여인의 사랑때문일 것일지도 모른다. 정하섭을 사랑했던 여인 '소화'  '흰꽃 같은 여인' 이 떠오른다. 목숨을 걸고 사랑했던 두 사람. 너무나 아름다웠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어릴때 비파열매 하나를 주던 소년의 손과 그것을 받아들던 소녀의 모습. 그리고 자신때문에 고문으로 얼룩진 여인의 몸을 자신의 혀로 쓰다듬어주던 한 청년의 모습.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다. 단지 저렇게 무엇인가를 지켜주고 그것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물론 그 둘의 사랑은 천륜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고모와 조카의 사랑. 아 그러나 그러나........모르겠다. 그것이 과연 천륜에 어긋나는 것인지.............

'태백산맥'을 떠올리면 너무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가는데. 이렇게 밖에 못적겠다. 그러나 다시 떠올림 그 자체가 나에게느 중요한 거 같다. 진정 소중한 것들을 위해 그것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야 한다는 맘가짐. 그것이 아직까지 내 맘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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