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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백 걸음보다 백 사람의 한 걸음
-‘십시일反/창비’를 읽고 -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차별을 경험한다. 가정에서의 성차별, 학교에서의 성적차별, 사회에서의 빈부, 계층차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문제가 큰 이슈가 되기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내재된 수많은 차별을 직, 간접으로 경험해 왔다. ‘십시일반’이란 열사람이 조금씩 모아 한 사람을 돕는다는 뜻이지만 ‘반(飯)’이 ‘반(反)’이 되면서 열사람이 한 목소리로 반대한다는 뜻이 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제치고 앞장 서 우뚝 서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 천천히 함께 가자고 말 한다.
책에 처음부터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만화들이 나온다. 특히 충격을 받은 만화를 들자면 바로 박재동씨가 그린 '내 방으로요'이다. 흑인 외국인 노동자가 손이 잘렸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장은 ‘고향으로 갈래? 니 방으로 갈래?’ 라고 질문을 하고 외국인 노동자는 '내 방으로요'라고 답하는 그림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최소한의 권리도 없단 말인가. 손이 잘렸는데 병원은 보내주지도 못할망정 ‘고향으로 갈래, 니 방으로 갈래’ 하고 있으니,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 방으로 간다고 할 것이다. '머나먼 신호등' 역시 장애인과 노인들을 그린 그림이다. 신호등은 아직도 한참 앞에 있고, 그 주위에서는 금방이라도 집어 삼킬 듯한 파도들이 으르렁대고 있다.
가장 어이없으면서도 황당한 만화를 고르라면 역시 '최종합격'이다. 주식회사에서 면접을 보는데, 질문을 계속 하다가 마지막 입사성적, 출신성분, 학력이 똑같은 두 명의 사람이 단지 한명은 부모님이 국회의원이고 한 명은 선생님이라고 최종합격을 국회의원의 아들로 뽑다니. 우리 사회가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이 답답하다.
빈부 격차가 잘 들어나 있는 만화는 '누렁이 1'이다. 아파트 1단지 60평 이상, 2단지 40평 이상, 20평 이상, 강아지들은 그런 것 상관하지 않고 잘들 노는데 초등학생도 안 되는 여자아이들이 자기들끼리 구분을 지어놓고 따로따로 놀려고 하는 것을 보니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특히 1단지 아이의 생일파티에서 같은 코커스패니얼 종인데 1단지 사는 아이의 강아지는 영국, 러시아에서 챔피언을 했다고 같이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한탄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종합해 놓은 그림이 바로 '삶의 무게'이다. 제일 위에 남자가 있고, 그 아래 여자, 그 아래 여자+가난한 사람 그 아래 여자+가난한 사람+외국인 노동자. 우리사회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사회 곳곳에는 불공평한 것들이 너무 많다. 다 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몸의 색 때문에 차별받고, 어떤 사람은 가난하다고 차별받고, 모든 인간은 평등한 것인데, 이렇게 차별을 두다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나를 웃기게 해주면서 약간의 감동은 주는 만화가 있었으니, 바로 이우일의 '아빠와 나'이다. 현실 사회를 아주 재미있게 아들과 아빠의 대화로 만들어 놓았는데, 웃기면서도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사람들에게 마지막에 아빠와 아들을 읽어 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문제점은 그 누구 하나가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을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바란다. 우리사회의 문제점은 우리 모두가 참여하여 노력한다면 그제야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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