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가해자가 고백하는 전쟁의 진실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한스 페터 리히터/보물창고’를 읽고 -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는 우리가 ‘유태인 학살’하면 떠올리는 끔직함을 떠올리지 않으면서도 전쟁의 참혹함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전쟁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인 독일소년의 눈으로 전쟁을 얘기하고 있디. 그동안 처참한 유태인 학살이 자행되었던 현장을 빗겨서서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평범한 독일인의 상처가 함께 드러난다. 전쟁에 승리자는 없다는 말이 있듯 역사의 폭력 앞에서 자신의 비겁함을 고백해야하는 독일인의 고뇌가 느껴진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가해자의 몫을 짊어진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는 독일 소년 하인리히 목소리로 재빠르게 전개된다. 우리가 상상한 것처럼 ‘안네의 일기’나 ‘희망의 섬 78번지’처럼 처참한 게토 생활이나 가스실, 비밀공간에서 숨어사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책 서두에서처럼 ‘그 이전의 이야기’로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극도의 공포 이전의 평화와 서서히 전개되는 공포심이 나올 뿐이다.

 

유대인 프리드리히와 독일인 하인리히, 두 소년은 한 집 위 아래층에 세 들어 살면서 친해진다. 우체국 공무원 아버지를 둔 프리드리히는 넉넉한 생활을 했으며 나치당원이 되기 전까지 궁핍한 생활을 하던 하인리히 집안과는 사이좋게 지냈지만 유대인 학살이 진행되면서 하인리히는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리드리히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세가 된다.

 

역사의 진실을 말하는 노이도르프 선생님이 인상적이다. 학교를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유태인 프리드리히를 위해 모두가 미친 듯 유대인 학살로 치닫고 있는 한 복판에서 제자들에게 역사를 바로 알린다. 이천 년 박해를 이겨낸 유대인의 역사를 통해 존중받아야 할 점과 이해해야 할 것, 유대인이 위대한 학자와 예술가가 배출될 수 있었던 우수한 민족임을 알려준다. 그것은 용기였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진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독일을 떠나라는 하인리히 아버지의 권유에 프리드리히 아버지 슈나이더는 독일을 탈출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이천 년 전 로마의 박해를 피해 조상들이 이스라엘를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 유대인의 처지는 달라졌을 것이란 말을 한다. 고난한 민족의 수레바퀴가 강인하고 의연한 민족성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 역사에서 배울 교훈이다.

 

독일인은 유대인 학살의 근거지인 아우슈비츠를 보존해 자신들의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폭력으로 수없이 쓰러져간 사람들에게 그것은 어떠한 변명도 되지 못한다. 친구가 눈 앞에서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고 있을 때 그것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던 하인리히의 고통은 남은 독일인들이 겪어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