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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낼 용기 -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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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221명의 학생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중 내가 상담을 했던 **이도 있다. 서진이처럼 열일곱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울었다. 그래도 살아보려 했던 그 마음들이 떠올랐다. 곧 있으면 **이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는데 여전히 수시로 눈물이 난다.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이는 이 장면을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운전을 하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이가 사망했을 때 장례식을 치르지 않아서 나만의 의식를 치르기 위해 새를 보러 갔다. 새를 보며 마음 속으로 **이에게 잘 했다고 잘 죽었다는 표현이 이상하지만 잘 했다고. 샘은 널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애썼다고. 새가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듯 남은 사람들은 생각하지 말고 내가 널 기억할테니까 그곳에서 잘 지내라고. **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나는 **이를 잘 보내준 게 맞을까.

학생들을 상담했던 10년 동안 자살을 막기 위해 애를 쓰면서도 상담 진행 중인 학생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과장이 아니라 정말 매일 했다. 날을 세우고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이런 일을 어디에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 힘들었고 말한다한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해할까 싶어 스스로를 고립시켰는데.. 뭔가 설명하기 힘든데 힘이 됐다.

용기내서 기록하고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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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어른인 나는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진다. 그렇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을 한 가정의 실패로 돌릴 수는 없다. 끝없는 경쟁을 부추긴 학교와, 아이를 고립시킨 사회의 구조는 결코 한 생의 죽음을 사적인 이야기로만 가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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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도 불쑥 네가 떠오르면
갑자기 밀려드는 그리움을 반기지도 못한 채
짧은 침넘김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하늘을 봐.
그러고 나선 나지막이 읊조리지.

네가 괜찮으면 아빠도 괜찮아.
네가 좋다면 나도 이해할게.
네가 행복하면 아빠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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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 호모심비우스
최재천.팀최마존 지음 / 더클래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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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추적>에 최재천 교수님께서 나오셨을 때 ‘앗 교수님이 왜 여기에!’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던 것이다. <최재천의 아마존>을 보면서 참 멋진 분이다.. 하면서 존경하고 있었는데 과거를 알게 되니 충성하고 싶어진다. 존경으로는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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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가라앉은 뒤 - 재난 복구 전문가가 전하는 삶과 희망
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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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복구 전문가로서 수많은 유가족들을 만나다 보면 아무리 마음을 잘 관리하더라도 소진될 텐데 어떻게 그 감정들을 다루면서 일을 지속해나가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다소 착잡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지금은 루시 이스트호프의 강인함과 사려 깊음에 압도된 상태다.

죽음과 폭력의 경계에 똑바로 서서 멀리까지 내다보면서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이해하고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그저 감탄스러웠다. 이보다 단단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전체를 보고 일이 되게끔 하려면 몸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약한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화가 나고 속상했다. 루시 이스트호프가 편안하기를 바란다.

━⠀
어렸을 적, 나는 아빠가 툭 하고 내뱉은 “누구든 해결을 해야지” 한마디를 내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지금 시간을 돌려 그 꼬마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네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도 알려주고 싶다. 네가 누군가에게 준 자그마한 도움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고. 혹독한 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음려와 안심이 되는 미소를 건네는 일에는 가치가 있다고. 나는 그 꼬마 아이에게 망자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죽음 자체는 무엇을 뜻히는지 이야기해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유해 조각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에도 가치가 있다고, 도기로 만든 코끼리 인형이 누군가에겐 신성하게 느껴질 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대응요원들에게 알맞은 돌봄과 지원을 제공한다면 깊은 상처를 입지 않고서 사망자를 돌볼 수 있다고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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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스토리 - 성소수자와 그 부모들의 이야기,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성소수자부모모임 지음 / 한티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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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났다. 성소수자 당사자도 성소수자 부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게 위안이 됐다. 끈질기게 소통하고자 하는 그 마음들이 연결되고자 하는 그 마음들이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뭔가 뭉클하게 느껴졌다. 나도 덩달아 연결된 기분.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내게 또는 내 자식에게 일어나니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를 몰라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만든 이 책이 커밍아웃을 고민하거나 커밍아웃 중인 성소수자나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성소수자 친구 또는 동료 그리고 내담자를 둔 상담자에게도.

학교가 달라져야하는데 쉽지 않다. 내가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길벗체로 만든 명패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학교를 옮길 때마다 LGBTQ 관련 책을 구비해두고 기다리는 일 뿐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전문상담교사를 대상으로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연수를 교육청에 요청하여 개설했다. 상담자들이 차별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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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 2022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교육 우수도서 선정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은정 지음 / 한티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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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진 날씨에 읽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는 글이다. 제목부터가 따뜻한데 글은 더 따뜻하다.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글에서 그대로 느껴지는데 이게 은근히 위로가 된다. 이렇게 목소리 내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 좋은 글이란 좋은 사람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면서 읽었다.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사회와 연결지어 기록하는 것도 능력인데 그 능력이 탁월하시다. 뜨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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