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취미의 권유 - 무라카미 류의 비즈니스 잠언집
무라카미 류 지음, 유병선 옮김 / 부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류의 무취미의 권유...

 

솔직히 무라카미 류의 소설책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중의 한명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무취미의 권유라는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무취미의 권유라... 왜 무취미를 권유할까?

 

이 책에 기대한 바는 그가 소설가답게 뭔가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녹여내 주었으리라 생각했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던져주고 세상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세상은 원래 살기 힘들고 우리 같은 일반인이 한번도 편하게 살아온 세상은 없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늘 열심히 살기를 강권한다.

취미보다는 일에 집중해서 일을 통해 이루어야 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은 부질없다고 단언한다.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조류이므로 적응해서 살던가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항상 열심히 메모하고 노력해야 하며 끊임없이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대세이며 그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또한 부하직원은 가르치고 육성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게 마련이며, 스스로 성장할 의욕이 없는 사람은 바꿔버리면 그만이다.

 

나는 무라카미 류가 이야기하는 세상이 현실이 아니라고 단언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 남고자 하며, 가까운 지인에게 현실이 그러하니 그렇게 살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나 나나 마찬가지인것 같다.

 

다만, 그의 이런 권유가 영 부담스러운 이유는, 그는 나와는 다른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설가이고 소위 이 사회를 리딩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정도의 위치라면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의 차이는 구분해야 하지 않나 싶다.

 

개개인은 분명 전체 조류속에서 각자의 행동을 최적화 하지만, 리더는 분명 전체의 흐름의 문제점을 바라보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움직임은 작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전체가 움직이면 분명히 조류가 달라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근대이후 지금까지 개개인이 한번도 생활과 일의 균형을 찾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 왔다고 해서 그것이 공공선이고 정의라는 것에 난 동의할 수 없다.

 

효율성, 최적화는 기업과 개인이 열심히 추구하면 된다. 소설가마저 생존을 위해서는 그것이 답이라고 이야기하고 다그친다면, 흔히 말하는 변증론적 정-반-합이 무너지고, 사회의 건강한 균형이  손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다.

 

이것이 그의 이야기가 가까운 형이 술자리에서 해주는 이야기처럼 편하지 못하고, 읽는 내내 영 부담스러웠던 이유이다.

 

짧고 쉬운글로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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