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 시대 -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
주경철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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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란 생각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니며 읽지 싶었지만, 한장한장 읽어가면서 마치 재미있는 만화책을 보는것 처럼 금새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읽다보면 어느새 역에 다달아, 오히려 집이 좀 더 멀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재의 모습만으로 과거에도 그랬으려니하고 너무 예단해 버리는 것이 많다. 일례로 어렸을적부터 빨간 김치를 먹고 살았고, 돼지고기를 먹었고.. 우리 아버지, 할머니도 드셨다고 하니.. 당연히 우리 조상들도 그러셨겠구나 하고 쉽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런 많은 것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다. 우리나라에 돼지가 들어온 것도 불과 얼마되지 않았고, 배추며 고추등이 들어온 것도 다 대항해시대에 전파된 것들이란다. 고구마나 감자도 마찬가지고.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모습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을 읽으며 그 시대를 그려보다 보면 어느새 내가 15세기 어디쯤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곤 했다.

이외에도.. 어떻게 유럽 세력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왜 아시아는 15세기 세계를 석권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었음에도 결국 유럽에 밀리게 되었는지.. 등 내용을 읽으며 역사의 패러독스와 우연성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였다. 

물론 대항해 시대를 실제로 주도했던 선원들의 비참했던 생활, 노예 무역, 종교를 앞세운 침탈 등에서는 분노가 끓어오르기도 하였다. 

역사를 아는 것은 지금의 나를 아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고, 나의 신체와 사상은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을까 되짚어 보게 만든다. 또한 지금의 나뿐만 아니라 넓게는 세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나 갈등의 발단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책은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 걸친 대항해 시대의 정치/경제/종교/철학/과학/의학을 아우르며 방대한 이야기를 조리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내용도 많고 두껍지만 그 두꺼움과 학문적 깊이가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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